▶ 클라우드개발·스마트공장설계, 첨단기술 기반직종 새롭게 부상
▶ 통역가·텔레마케터 등 AI에 밀려…경비원 청원경찰 치과기공사 ‘위기’
인공지능과 로봇이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작업장의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면서 전통적인 일자리들이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로이터]
인공지능과 로봇들이 기존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잠식한다고 해도 사람의 손길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요약되는 4차 혁명시대가 성큼 우리 일상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 경제를 관통할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일자리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부분 잠식하며 ‘직업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 예측이 나오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 1~3차 산업혁명에 비춰볼 때 사라지는 직업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히 맞선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지금 우리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예상하지 못한 특수한 상황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가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일자리에 막대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이 지난해 12월 경제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에서만 올해 500만개의 일자리와 1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버금가는 경기 불황을 예측하는 것이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점차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직업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경기
침체기(1970·1975·1982년)와 최근 침체기(1991· 2001·2009년)를 비교했더니 두 경우 모두 반복·단순작업 위주로 일자리가 줄었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했다. 과거에는 경기가 살아나면 다시 일자리가 회복됐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못했다.
위기가 닥치면 기업들이 사람 대신 자동화 기계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이런 추세에 더해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 터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내 직업이 30년 뒤 온전하리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뜨는 직업과 소리없이 사라지는 일자리의 양상은 어떤 것일까?
■인공지능 시대 뜨는 직업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직업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등장으로 인한 미래 생활상을 들여다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상품에 대한 선호도를 파악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되며, 3D프린터를 구축한 스마트팩토리는 다품종 생산에 따른 비용 부담을 상쇄해 대량 생산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생산된 상품은 기존 택배 회사가 아닌 무인항공기(UAV)인 ‘드론’을 활용해 산간벽지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직접 배달된다.
교통 부문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서 짐을 실은 무인자동차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화물을 배송할 수 있으며, 교통사고의 획기적 감소와 함께 교통 정체 문제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 혁신의 핵심 동인으로는 블록체인과 AI, 빅데이터 등이 꼽힌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는 빅데이터를 통해 종합적으로 수집, 분석되며 이렇게 산출된 신용을 토대로 AI가 대출 여부까지 결정하게 된다.
보건의료 역시 AI의 활용 범위가 넓은 분야다. AI가 한층 더 발전하면 그동안 축적된 건강과 의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형 건강, 예방 서비스는 물론 질병의 종류와 적합한 치료 방법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 의료용 로봇이 직접 치료를 진행하고 환자들을 돌보는 서비스도 로봇이 수행하는 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스마트팜(smart farm) 역시 농작물 재배를 넘어 가공, 물류, 유통까지 연계한 고도의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며, 관광 부문 역시 관광객의 행동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관광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망 직업으로는 사물인터넷전문가, 인공지능전문가, 빅데이터전문가, 가상(증강·혼합)현실전문가, 3D프린터전문가, 드론전문가, 생명과학연구원, 정보보안전문가, 소프트웨어개발자, 로봇공학자 등이 꼽히고 있다.
이외에도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부상할 직업으로는 O2O서비스기획자, 클라우드서비스개발자, 스마트공장설계사, 데이터거래중개인, 빅데이터플랫폼개발자, 블록체인기술개발자, 뇌-컴퓨터인터페이스개발자, 사물인터넷(기기)인증심사원, 클라우드컴퓨팅보안개발자, 자율주행자동차개발자, 로봇윤리학자 등이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삶의 질 및 안전·건강 분야의 신직업으로는 영적돌봄전문가, 사회공헌기획가, 메디컬라이터, 치매코디네이터 등이 제시됐다.
■인공지능 시대 사라지는 직업
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지는 직업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AI 시대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은 전통적으로 로봇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대체가 가능한 직업군이 해당된다.
로봇은 반세기 전부터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해 왔다. 주로 공장에서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정확하게 부품을 조립하는 게 임무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로봇이 공장 밖 서비스 영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서빙로봇, 바리스타로봇, 조리로봇은 모두 ‘서비스로봇’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전 세계 서비스로봇 판매량은 매년 50% 이상 늘고 있는데, 산업용 로봇 성장률(15% 안팎)보다 훨씬 빠른 증가세다.
제조업과 같이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작업은 사람보다 더 정교하고 세밀하며 신속하기까지 한 자동화 기계에 완전히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빠르게 자동화가 진행 중인 분야다.
또 단순히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계산, 수정하는 업무는 AI가 사람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르다는 사실에서 세무 대리인과 같은 사무직 일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을 대신해 키오스크로 주문 받는 업소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이뤄지는 기기 특성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체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업주의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들이는 것보다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게 경제적이고, 단순한 계산과 주문은 키오스크나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 주문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AI 기반의 대화형 키오스크, 음성인식 키오스크 등도 대중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키오스크 충격은 비단 서비스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AI와 키오스크의 결합은 더 많은 영역에서 더 빠르게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이미 자율배송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여기에는 아이스박스처럼 생긴 동체에 바퀴 6개가 달린 배송 로봇 ‘스카우트’가 활용된다.
이밖에 미국 무인 식료품 배달 자동차 개발 스타트업 ‘뉴로’도 최근 각종 생활필수품을 주문자의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소형 로봇 관련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마케터도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직업이다. 요즘에는 음성인식 기술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AI에게 고객 응대에 필요한 알고리즘만 넣으면 자동으로 상담이 가능하다. 전화 상담이 아닌 AI 챗봇으로 상담하는 기업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경비원이나 청원경찰이 설 자리도 줄어들 전망이다. 홍채인식, 지문인식, 얼굴인식 등 기술의 발전으로 보안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보안 인력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되고 드론 사용이 보편화되면 운전, 배송 관련 직업은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일자리 감소를 예상한 위기의 직업은 콜센터 직원(5년 이내), 생산 및 제조 관련 단순종사자(5년 이내), 출납창구사무원(5년 이내), 증권중개인(5년 이내), 물품이동장비조작원(5년 이내), 번역·통역가(5~10년 이후), 치과기공사(5~10년 이후), 의료진단전문가(5~10년 이후) 등이었다. 이들 직업의 특징은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는 점과 함께 AI나 자동화에 따른 비용 경감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개발된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에서 밀려난다면 그런 시대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노무직은 물론 제조업, 서비스업, 화이트칼라 등 분야를 망라한 직업들이 AI와 로봇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이제 우리의 일자리에 대한 미래와 함께 사라져 가는 직업군의 사회 안전망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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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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