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로 악화된 동맹 복원, 다자외교 강조… 중국 견제하며 우위 지키기
▶ 대북 강경기조 전망… 4차 미북회담 가능성도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외교 사령탑으로 지명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
2021년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의 원년이다. 오는 1월20일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 향후 4년 간 미국은 큰 정책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전망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적 이념과 철학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어 바이든 시대의 출발은 트럼프 색깔 지우기와 미국 사회의 정상화를 위한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맞아 출범하는 바이든 시대에 변화할 미국의 대외 정책을 미리 짚어본다.
“미국이 돌아왔다. 나는 트럼프와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외교안보팀과 가진 첫 공동 기자회견에서 선포한 일성은 ‘미국의 귀환’이었다. 이 한마디에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구상이 함축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했던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폐기하고 다자주의 외교로 복귀하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세계로부터 물러나지 않고, 세계를 이끌어갈 준비가 됐다”며 “미국이 동맹과 함께할 때 가장 강력하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가안보를 다시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자주의 외교로의 복귀에 더해 동맹관계 강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유지 등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의 근간이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끊임 없이 갈등을 빚으며 충돌해왔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전략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되거나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대북 정책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탑다운 방식으로 정상회담 방식을 선호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전략은 ‘바텀업’ 방식이 될 것으로 보여 상당기간 미북관계가 단기간 교착상태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자주의 복원 기조 속 미국 우선주의 유지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다자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를 복원하겠다’는 명백한 입장을 갖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다자주의 복원’이 바이든 외교정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정책 기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전자의 취임 즉시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다짐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전문가들도 정책 차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기후변화, 국제 보건, 군사동맹 관리, 이민, 국제 인권 부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방법론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차이를 보이겠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 세계 외교안보 환경, 통상의 유형 등 미국이 처한 상황들이 변한 것이 아니어서 외교안보나 통상 부분에 있어서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려 하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밀어 붙이기보다는 다자협력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바이든은 미국 우선주의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으나 다자주의 복원,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등 대외정책의 방법론에서 명확한 차이점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대외 통상정책
바이든 당선인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 및 다자주의 무역체체를 옹호하는 입장이나, 대선 국면에서 보호무역주의적인 색채도 동시에 드러낸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위해 노력한 바 있어 전통적으로 노조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 성향과는 색깔이 다르다.
따라서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무역체제 부활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EU, 일본 등 WTO 회원국과 협력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WTO 구조개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1차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TPP가 ‘노동,환경, 지식재산권, 투명성’에 대한 높은 기준을 바탕으로 협정국간 협력을 강화할 뿐 중국의 무역 및 기술 관련 불공정관행을 막을 수 있는 바람직한 협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신규 무역협정 체결보다 TPP 체제 강화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다자주의 무역체제 부활을 위해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교역국을 상대로 시행한 무분별한 수입규제 및 관세부과 조치로 인해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다고 비판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EU 및 캐나다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손상된 우방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이를 통해 통상이슈도 해결한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국 정책: 동맹 통합전선 통해 중국 포위전략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기조는 후보 시절인 올 봄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기고문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은 중국에 강경해질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자기 마음대로 한다면 미국과 미국 기업에서 기술과 지적 재산을 계속 강탈할 것”이라고 밝혀 취임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을 수정하고 좀 더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겠지만 대부분 사안에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동맹과 적국 구분 없이 무역 분쟁을 택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동맹과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이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 기고문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에 맞설 가장 좋은 방법은 동맹과 ‘통합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동료 민주주의 국가와 함께 결합한다면 우리의 힘은 배 이상 늘어난다. 중국은 전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무시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간 무역협상이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으며, 해당 협상을 통해서도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제거하지 못했다며 비판한 바 있어 일방적인 대중국 정책이 아닌 동맹을 통한 포위전략으로 강력한 중국 압박정책을 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은 자국 산업 및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었으며,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불공정 무역관행에 강력히 맞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이나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를 통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바이든 당선인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대북 정책
바이든 행정부는 탑다운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통한 해법을 추구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정책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 23일 초대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각각 토니 블링컨(58)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43)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내정한 것으로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 지를 엿볼 수 있다.
▲단계적 접근 및 제재통한 압박
블링컨과 설리반은 대북 강경파로 통한다. 탑다운 방식보다 단계적 접근을 선호하는 인사들이어서 제재를 앞세워 대북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이란 핵합의(JCPOA) 타결의 주역들로 북한 비핵화 방정식에도 ‘이란식 해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는 지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 대북 제재를 주도한 인물로 2018년 9월 CBS와 인터뷰에서는 “북한을 쥐어짜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진정한 경제 압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고, 지난 9월 CBS에 출연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목하며 ‘세계 최악의 폭군’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란식 해법 적용 주목
지난 2015년 6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JCPOA)는 이란의 핵 개발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 사회의 경제·금융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7개국이 서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5월 이란 핵협상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블링컨은 지난 2018년 6월 뉴욕타임스에 ‘북한과 핵 협상에서 최고의 모델은 이란’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협상을 ‘최악의 거래’라고 평가하고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국제적인 감시 하에 농축과 재처리 인프라를 동결하며, 핵탄두와 미사일 제거를 보장하면 일부 경제제재 해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중간단계 합의를 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제재 강화 전망
북한은 지난해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선제적으로 제재 완화 등을 약속하거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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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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