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지출 확대·부유층 증세… 대규모 경기부양, 취임 후 100일 내 트럼프 반이민 정책 되돌리기
▶ 해리스 부통령 주도 불평등 완화·인종화합 정책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 본부에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취임 후 국내 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대외 외교정책 뿐 아니라 국내 정책들에서도 지난 4년 간의 트럼프 시대 지우기에 올인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선거운동 슬로건은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것을 뒤집어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고 역행했던 사회 분위기를 더 낫게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시대가 가져올 경제, 이민, 세금, 사회정책 등의 변화를 각 분야별로 전망해봤다.
■경제정책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과 불평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역할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며 이를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과 부자 증세가 뒤따를 전망이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재정지출 확대와 부자 증세로 요약된다.
바이든 캠프가 선거에서 내세웠던 클린에너지 등에 대한 약 2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 교육과 양육에 약 2조달러, 그리고 의료보험과 미국산 제품 구매, 연구개발, 사회복지와 주택 등을 포함한 총 7조 달러의 재정지출을 공약은 바로 이 재정지출과 부자증세를 토대로 하는 것이다.
소득 40만 달러 이상 구간에 대한 최고세율을 37%에서 39.6%로 인상하는 등 세금을 올리고 트럼프가 21%로 크게 낮춘 법인세를 28%로 높여 재정지출 계획의 절반 이상을 충당할 계획이다. 또한 연방 최저임금 15달러로의 인상과 노조 할 권리 등 노동자들의 권익을 강화하는 조치들도 제시했다.
▲증세정책
높은 실업률, 민간 소비지출 급감, 기업투자 감소 등으로 인한 큰 폭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연방 정부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증세는 불가피할 것이다.
법인세 인상는 현행 21%에서 28%로 인상되고,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개인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7%에서 39.6% 인상하는 부자증세가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또,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개인에게 사회보장세율 12.4% 적용하고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개인의 자본이득에 대해 최고세율 39.6%를 적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연방 세수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상속세 및 증여세는 2009년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중산층 세제혜택 유지
중산층 가구를 위한 세제혜택은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발효된 ‘세금감면 및 일자리에 관한 법’에서 규정하는 연소득 40만 달러 이하 가구에 대한 표준공제액(미혼 1만2,000달러, 부부합산 2만4,000달러)과 자녀 1명당 세액공제액(2,000달러)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17세 미만 자녀 1인당 최대 3,000달러 공제, 6세 이하 자녀 1인당 600달러 추가 공제가 이루지고, 자녀 및 부양가족 보육비로 최대 8,000달러 공제되며, 최대환급률은 50%로 인상될 것이다. 주택구입 지원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 1만5,000달러까지 세액공제 혜택도 제공될 것이다.
▲제조업 강화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기업을 해외로 이전하도록 방치하였다’고 강력히 비판해왔던 만큼 미국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제품 우선구매’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생산’과 같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려 시도할 것이다. 또 미국기업이 해외시설에서 생산한 제품 및 서비스를 국내로 들여와 판매할 경우, 오프쇼어링 추징세 10%를 부과하는 등 국내 제조업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임기 동안 연방정부가 4,000억 달러 규모로 국산품을 의무 구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제조업 부흥과 국내 일자리 창출을 겨냥한 것이다.
▲대규모 경기부양
침체된 경기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게 바이든 당선인과 민주당의 일관된 주장이다. 민주당이 요구했던 것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추가 경기부양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바이든 행정부 취임 직후 또 다른 경기부양안으로 연방 실업보조금을 늘리고 PPP와 같은 중소자영업자에 대한 대규모 구제기금 프로그램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이민정책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첫 100일간 시행하게 될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중 최우선 순위가 바로 이민정책이다. 미국의 이민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색깔을 완전히 지우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트럼프가 재임 4년간 시행한 거의 대부분의 반이민 정책을 폐기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트럼프 반이민정책의 상징인 국경장벽 건설 중단을 시작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모두 폐기하고, 합법이민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불체자들도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여는 포괄적인 이민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첫 100일 내 반 이민 행정명령 모두 폐기
바이든 당선자는 대통령 취임하게 되면 첫 100일간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반이민 행정명령들을 최우선적으로 폐기할 것이고 다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취소하고, 각종 입국금지 및 여행 제한 행정명령과 망명신청자의 ‘멕시코 체류’ 정책도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내가 당선되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국경장벽은 단 한발짝도 진전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최우선적인 정책”이라고 다짐한 바 있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가장 크게 달라지게 될 부문이 바로 이민정책이다. 민주당도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을 바로 잡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강한 추진의지를 밝히고 있다.
▲DACA 복원 이어 시민권 취득자격 부여 추진
DACA 청년을 비롯한 불체자들에게 시민권 취득 기회를 부여하는 대규모 포괄이민개혁이 추진될 것이다. 지난 2013년 무산된 포괄이민개혁안 입법을 의회에서 재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DACA 청소년들을 포함해 농장근로자, 불법체류 신분으로 장기간 미국 거주자 등이 포함해 1,000만 명 이상의 불법체류 이민자들에게 합법체류 신분을 허용하고 나아가 이들의 시민권 취득도 가능케 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가족이민 확대, 메릿베이스 이민제도개편 무효화
합법이민 확대도 추진된다. 가족이민 대폭 축소를 추진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가족이민에서 영주권자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들을 시민권자 직계가족처럼 분류해 쿼타 제한 없이 영주권을 받을 수 있게 해 실질적으로 가족이민을 확대하고 이민서류 적체도 해소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다. 또 취업비자와 취업영주권 쿼타 확대가 추진되고, 난민 쿼타도 현재의 1만8,000명에서 12만5,000명까지 확대한다.
■사회·인종화합 정책
트럼프 대통령이 심화시킨 미국의 끈질긴 인종간 불평등과 대립을 완화시키는 위한 인종화합 정책이 기대된다. 특히 유색인종으로는 사상 첫 부통령에 당선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인종화합 정책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우선 흑인과 유색인종이 특히 불균형하게 겪어왔던 여러 가지 위기들 가운데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따른 감염과 실직 등 중요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책들이 제시될 것이며 유색인종과 여성 등 그간 소외됐던 계층과 인종그룹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새로운 인재등용 정책이 펼쳐질 것이다.
절대적인 지지로 바이든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흑인 유권자들의 기대도 크다. 흑인 사회는 빈곤, 인종차별, 폭력을 우리 미국 사회로부터 퇴치하는 임무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바이든 재임기간 내내 끊임없이 격려와 질책을 해나갈 것이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고질적인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 등 그동안 골이 깊어진 분열을 치유하기 위한 화합 정책도 내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자는 경제적 차별은 물론 인종차별 시위에서 제기됐던 과잉 공권력의 문제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도 나설 것임을 이미 예고했다. 형사제도 개선 공약으로는 국가경찰감독위원회 신설, 경찰의 목 짓누르기 진압 금지, 경찰에 전쟁용 무기 이전 금지 등이 제시됐다.
■총기규제·낙태·오바마케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전반적으로 낙태에 비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것과 달리 바이든은 낙태 자체에 대해서는 허용적이다. 다반 임신 후기에 낙태는 제한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또 총기규제에 반대해온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은 총기규제에 적극적이고 특히 반자동소총 등 중무장 총기에 대해서는 강한 규제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내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기 위해 갖은 정책수단을 구사해온 것과 달리 바이든은 오바마케어의 수혜대상과 혜택을 더욱 확대하고, 그간 지적되어 온 오바마케어의 맹점들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정책을 손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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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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