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미주 한인 이민사에서 정치력 신장의 새로운 도약을 이룰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1월 선거 결과로 사상 최초로 연방하원에 한인 의원들이 4명이나 한꺼번에 배출됐을 뿐 아니라 한인 여성 정치인들 3명이 동반 입성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가주의 대표적 한인 여성 정치인들인 미셸 박 스틸(캘리포니아 48지구·공화), 영 김(캘리포니아 39지구·공화), 워싱턴주 10지구의 메릴린 스트릭랜드(민주), 그리고 재선에 성공한 앤디 김(뉴저지 3지구·민주) 의원은 이제 2021년 1월3일 제117대 연방의회의 공식 임기를 시작하며 한인 연방하원의원 4명 시대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서로 당적은 달라도 한인 정치력 및 권익 신장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한인 연방의원 4명의 의정활동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한인사회 목소리 대변에 최선미셸 박 스틸 (캘리포니아 48지구)
캘리포니아 조세형평국 위원, 오렌지카운티 2지구 수퍼바이저, 연방 하원의원 당선에 이르기까지 총 5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5전 연승 ‘불패 신화’의 주인공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은 2021년 새해를 맞아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초선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대한 계획과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워싱턴 DC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온 미셸 박 스틸 의원은 “마치 소방호스로 물을 마시는 느낌으로 새로운 상황과 마주했다”며 “가주 조세형평국, 카운티 수퍼바이저를 거쳐 연방하원에 입성하게 됐는데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어서 생소하게 다가왔고,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미셸 박 스틸 의원은 “새로운 도전인 만큼 주거 문제에서부터 워싱턴DC 경험이 있는 스텝 채용 문제까지 풀어 나가야 할 일들로 정신이 없지만 앞선 의원들을 본받아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향후 의정활동 계획에 대해 미셸 박 스틸 의원은 “캘리포니아 조세형평위원으로서 8년,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로서 교통국 이사로도 활동했던 6년간의 경험을 살려 재무위원회 또는 교통위원회에 들어가 전문성을 살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거 8년간 가주 조세형평국 위원을 역임하며 1년 조세만 540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행정을 총괄했던 스틸 의원은 세금 분야 전문가로 꼽히기 때문에 만약 재무위원회에서 활약하게 된다면 앞선 경험들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셸 박 스틸 의원 의원은 “총 435명의 연방하원 중에 한 사람으로 선택을 받은 일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어느 위원회로 가게 되든 저를 선택해주신 지역구를 위한 일들을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스틸 의원은 “지금까지 아낌없는 큰 사랑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인사회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지역구 주민들 의견 적극 반영
영 김 (캘리포니아 39지구)
한인 밀집지인 오렌지카운티 풀러튼에서부터 LA 카운티와 샌버나디노 카운티 일부까지 관할하는 연방하원 캘리포니아주 39지구를 대표하게 된 영 김 의원은 한인 커뮤니티의 대변자가 되며, 한인 정치인으로서 한미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일단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코로나19 사태 수습이 궁극적으로 한인사회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며 “개인 사업체 지원, 직업 창출을 위해 힘쓰고,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 또한) 미주 한인으로서 한인사회를 대변하는 일에도 기꺼이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지역 내 의료비용 절감과 진료범위 확대, 민원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도 힘쓸 계획이다.
이와 관련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의정 활동을 위해 주민 의견 수렴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에드 로이스 전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의 수석보좌관을 역임하며 한반도 관련 문제도 많이 다뤘던 김 의원은 “경험을 살려 의회에서 바람직한 한미 관계의 형성을 위해 힘써 일하고 미국과 한국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한국이 서로 협력하고 북한의 핵무기가 폐기되도록 만들어 한반도가 민주주의와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신뢰할 수 있고 주민을 위하는 의원으로 기억되길 바랬다. 김 의원은 “모든 주민들이 저와 정책면에서 100%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믿을 수 있고 소신 있고, 주민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의원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면서 “지역 주민과 한인들이 보내주신 주신 믿음에 보답하는 의정 활동을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차세대 한인정치인 양성 적극메릴린 스트릭랜드 (워싱턴 10지구)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인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은 ‘순자’라는 구수한 한국 이름만큼이나 한인으로서 정체성이 강한 인물이다. 그녀는 앞서 워싱턴주의 타코마 시장에 출마해 역대 최초 아시아계, 흑인 38대 시장으로 활약한 데 이어 최초의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 중 한 명이 됐다.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트릭랜드 의원은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된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일에 대해 습득하고 배워야했다”며 “앞으로 연방하원의원으로서 워싱턴 DC와 워싱턴을 오가며 정신없이 지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 속에 그 어떤 과제보다 경제 안정을 우선으로 꼽은 스트릭랜드 의원은 “최근 백신이 나왔기 때문에 2021년 7~8월 쯤에는 과거의 일상으로 거의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일상을 되찾은 후에는 곤두박질친 경제상황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트릭랜드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없이 많은 실업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환경 등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인 의원들과의 협력 계획에 대해 스트릭랜드 의원은 “당파를 떠나 한국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중요시 여기는 현안들이 비슷했다”면서 “한인 의원 모두 교육, 안전한 커뮤니티 조성, 노약자 우대 등의 현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스트릭랜드 의원은 의회에서 활약하는 기간 동안 차세대 한인 정치인들을 양성하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소망도 비쳤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현재 4명의 한인 연방하원의원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는 결코 충분한 숫자가 아니다”며 “더 많은 한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차세대 한인 공직자, 정치인들을 키우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미관계·외교 발전 일조할 것앤디 김 (뉴저지 3지구)
뉴저지주 3지구 연방하원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한 앤디 김 의원은 재선인 만큼 그동안 쌓아 온 지역내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 및 노하우로 그의 재량이 더욱 꽃이 피는 한 해가 될 수 있는 기대되는 한인 의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유일한 한인 연방의원이었던 그는 올해 3명의 한인이 의회에 합류해 한인 사회가 더욱 힘을 얻었다는 것을 크게 환영하며 이들과 함께 한인 정치력 신장에 계속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연방 국무부 출신으로 연방하원의원이 되기 전부터 외교 역량을 쌓아 온 김 의원 또한 한국과 미국의 외교 관계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는 의원이다.
김 의원은 “아직 한인사회가 조직적 정치 활동에 미흡한 부분이 있는 가운데 연방하원의원으로 한인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과 미국의 파트너십을 더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의원은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의원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 안보보좌관 출신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도 했었다.
한인 2세인 김 의원은 뉴저지에서 성장해 시카고대를 졸업하고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9년 9월 이라크 전문가로 국무부에 첫발을 디딘 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 2월까지는 연방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각각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역임했다.
그는 자신이 현재 주목받는 정치인으로서 지역 사회와 한인 사회에 기여하는 정치인이 되길 바라면서도, 또한 차세대 한인 정치인들의 자극제가 되길 원하고 있다. 그는 “저를 보고 더 많은 한인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신을 비롯한 한인 정치인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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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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