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두 주 전 칼럼의 후속탄이다. 그 칼럼에서 나는 ‘아버지의 반격’이라는 제목하에 나와 아버지 관계를 소개했다. 그 내용을 우선 요약해 본다.
“87세인 아버지는 고집도 세고 자존심도 강하다. 나도 아버지 못지 않다. 둘이 논쟁을 벌이면 가관이다. 팬데믹 전 정기적으로 만나 소주 한 잔 걸치며 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논쟁은 종종 결론이 안 났다. 식사 후 아버지를 댁으로 모셔 드리면 아버지는 그 다음 식사 때를 준비한다. 즉, 결론이 안 난 부분, 특히 내가 반론을 제시한 점들에 대해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반박 논리를 개발한다. 다음 모임에서 나는 허를 찔리게 된다.
그 칼럼 게재 바로 한 주 전에 아버지가 교통사고에 연루되었다. 주차장에서 나오며 했던 아버지의 좌회전에 잘못이 있었다. 아버지에게 그런 곳에서는 좌회전이 불법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아버지를 내 사무실에 모시고 와 보험회사에 연락을 취했다. 그랬더니 차 열쇠가 견인에 필요하니 차에 갖다 놓아 달라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와 차가 주차 되어 있는 곳으로 돌아 가야 했다. 그런데 가던 중 차 있는 곳에 가는 지름길이 생각났다. 그 지름길로 가려면 좌회전을 해야 했다. 정차 후 좌회전 신호를 주고 직진하는 차들을 보내느라고 기다렸다.
그랬더니 도로를 유심히 쳐다 보던 아버지가 거기에서 좌회전 하면 불법이 아니냐고 물어 오는 게 아닌가! 아버지가 반격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그 칼럼이 게재된 후 아버지를 처음으로 다시 뵌 게 주말 지나 월요일이었다. 그 사이 아버지 차는 폐차로 결정되어 아버지를 모시고 가서 차 안에 있는 물건들을 챙겨와야 했다. 그런데 내 차에 올라 타신 아버지가 불쑥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한 모양이었다. 오랫동안 같이 못했는데 식사 한 번 하란다. 아, 신문을 구독하진 않지만 아버지가 누구로부터인지 내 칼럼 얘기를 들으셨구나…
어떻게 반응해야될지 몰랐다. 봉투를 열어 보고 싶은 충동을 아버지를 댁에 모셔다 드릴 때까지 꾹 눌렀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아버지의 뒷 모습을 차에 앉아 보면서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어 보았다. 그런데 봉투 안에 빳빳한 백불짜리 지폐가 10장이나 들어있었다.
나 한 끼에 그렇게 많이 못 먹는데… 이십불짜리 5장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자도 아니며 사회보장연금과 많지 않은 직장은퇴연금으로 생활하시는데. 아버지의 큰 반격이었다.
그 후 며칠 후 아버지의 차 쇼핑을 도와 드리기 위해 딜러에 모시고 갔다. 새차를 사야 할지 중고를 사야할지 고민하셨다. 아버지는 이제 차 운전도 몇 년 남지 않았고 차 사용도 별로 많지 않으니 새차를 사는 것은 낭비라고 말씀하셨다. 아들인 내 입장에서는 그래도 어쩌면 마지막으로 차를 사시는 게 될지 모르는데 새 차를 구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 되었다. 그러나 구입 비용과 추가 재산세 그리고 보험료를 내가 부담하는 것도 아니니 아버지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 날 일단 차 한대를 시운전을 해 본 아버지가 더 생각해 보셔야 하겠다고 하셔서 댁으로 모시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차 안에서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애비야, 요즈음 사무실 어렵지? 내가 죽어서 돈을 싸가지고 가겠니. 내가 만불만 줄까?” 아, 이 노인네, 정말 나 미치게 하네! 돈 낭비라고 생각하기에 새차 사는 것을 주저하는 아버지였지만 이제 곧 60대 중반에 다가가는 아들에게 아직 돈 쓸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는 것이다. 어디 싸가지고 갈 만한 돈도 없으면서 말이다. 사무실 형편이 팬데믹 전과 같을 수야 없지만 아직 괜찮다고 아버지에게 말씀 드리는 아들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두 주 전의 칼럼을 아버지가 읽게 되면 분명히 추가 반격거리를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저녁 식사 용돈으로 그리고 내 사무실 형편 염려의 말씀으로 반격하실 줄은 몰랐다. 아버지는 반격의 고수다. 나는 어떻게 재반격하나. 팬데믹으로 거의 1년 내내 힘들었던 2020년을 다 보내면서 아버지가 큰 선물을 주신 셈이다. 감사하다. 아버지는 결국 중고차를 구입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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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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