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수록 두려워지는 병이 있다
최근 수십년 사이 획기적으로 발달한 영양수준과 의학기술에 힘입어 이제는 장수가 기본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불과 197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61세였으며, 그래서 환갑을 넘긴 이들은 공식적으로 굉장히 오래 산 노인 취급을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한국인 남녀의 평균 수명은 83세에 육박하니 60세는 사실상 노인이기 보다는 중년이다. 아니, 83세라는 것도 사실 지금의 노인들의 예상 수명이며,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지금의 10대들의 기대수명은 100세를 훌쩍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 의학계에서는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 진다.
그래서일까…. 과거에는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면, 지금은 후유증을 남기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그 어느때보다 커져버렸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이러한 질병에 한번 고생하면 그 후유증이 남기는 피해가 매우 막심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질병의 대명사인 ‘중풍’이 오래 살 수 있게 되어 더욱 두려운 병이 되어버린 이유다.
일단 망가지면 다시는 예전같이 돌아가지 않는 장기, 뇌
한번 망가졌더라도 꾸준한 관리를 통해 다시 예전처럼 되돌릴 수 있는 여러 장기와는 달리, 우리 몸 안에는 일단 망가지면 어떤 수를 써도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는 장기들이 있다. 바로 뇌, 폐, 신장이 이에 속하는 대표적인 장기들이다. (이 장기들은 한번 손상되면 수십년이 지나도 그 망가졌던 구조적인 손상이 MRI나 CT 같은 사진에 찍혀 나온다.) 아마도 그래서 신은 이런 너무도 중요한 장기들을 우리 몸 안에 두 쪽씩 한 쌍으로 달아주었나 싶다.
‘나’라는 존재의 존엄성까지도 훼손할 수 있는 질병, 중풍
폐와 신장도 우리의 생명활동에 참 중요하지만, 뇌의 중요성은 이 둘을 압도한다. 이는 우리 신체의 움직임이나 전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지각과 인식기능 같은 정신적인 측면까지 관여하는 뇌의 범용적인 특징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유로든 신장이 한번 망가지면 그 피해는 대부분 소변기능, 해독능력, 정력 같은 신체기능에 국한되지만, 중풍으로 인해 뇌가 망가지면 경우에 따라 그 피해는 신체의 움직임뿐 아니라, 기억력, 언어구사력, 감정조절 능력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다른 장기들과 달리 뇌에 파손을 주는 ‘중풍’은 단순히 건강을 악화시키는 수준을 넘어 나라는 ‘존재’의 존엄성까지도 훼손시킬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인 것이다.
중풍의 종류와 예후
우리가 중풍이라 부르는 질환을 현대의학적인 구분법에서는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분류하는데, 뇌출혈은 뇌에 있는 혈관이 터진 것이고, 뇌경색은 혈관이 막힌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체적인 증상이나 예후는 보통 뇌에 얼마만큼의 손상이 생겼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은 뇌경색이 뇌출혈보다 재발률이 높고, 예후가 좋지 않지만 증상은 완만하게 진행한다. 반면 뇌출혈의 경우는 증상이 뇌경색보다 급하게 나타나며 사망률도 높지만, 오히려 적절한 치료를 시간 내에 받을 경우 예후도 좋고 재발률도 적다.
중풍을 예방하려면
그렇다면 중풍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은 고혈압, 당뇨, 부정맥, 고지혈증 처럼 혈액의 흐름과 혈관의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대사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 관리해야 한다. 혈관이 터졌든 막혔든 그 기본은 혈액순환의 문제이고, 혈관건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연을 해야 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 단 1년만 금연을 해도 중풍의 위험은 절반으로 감소하며, 5년 정도 금연하면 중풍의 위험성은 비흡연자 수준으로 떨어진다.
또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하는 이들보다 운동을 전혀 안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2.7배 이상의 중풍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통계가 나와 있을 정도이다. 즉, 금연과 운동만 실천해도 기존보다 중풍의 위험도는 80-90프로 이상 줄어든다.
금연과 운동이 물리적으로 혈액 순환과 혈관 건강에 영향을 준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스트레스 관리이다. 한의학에서는 “열생풍(熱生風)” 혹은 “풍병다인열심(風病多因熱甚)”이라 하여 기본적으로 중풍의 기본 발생 원리를 ‘열의 심화’로 보는데, 여기서 말하는 열은 지나친 정신적인 자극으로 인해 생기는 생리적인 변화를 지칭한다.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유해지는 것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라 하겠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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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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