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9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 부부장 김여정과 미 국무부 부장관 스티브 비건이 각각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한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김여정의 발언은 북한 코로나와 관련된 강경화 외무장관의 논평에 대한 비난이었고, 비건은 지난 2년 반 동안 3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하고도, 실패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여정의 말은 이랬다.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 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랭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다.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의 전도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김여정을 발끈하게 만든 강 장관의 발언은 전혀 근거가 없거나, 악의적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 재개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시점에서 문제의 발언은 불필요하고, 사려 깊지 못한 측면이 있다.
강 장관은 지난 5일 어느 국제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북한은 더욱 북한처럼 되었다. 즉 더욱 폐쇄되고, 하향식 결정으로 코로나 대책에 대한 논의도 없는 형편이다. 모든 신호들은 북한 정권이 북한에는 확진자가 없다고 말하는 전염병 방역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좀 이상한 판국이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서울의 한 연구기관에서 북미회담에 대한 그의 경험을 회고했다. 유익한 말들도 있었다. 1) 북한문제는 외교수단으로만 해결이 가능하다. 2) 새로 들어올 바이든 팀에게 그의 모든 경험과 권고사항을 전달하겠다. 3) 북한이 다시 외교에 나설 것을 권고한다.
비건은 바이든의 정부 인수 일정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전제를 달았다.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자들이 벌이고 있는 대선결과 뒤엎기 시도들을 의식한 것이다. 그가 연설한 날은 미 대법원이 텍사스주와 공화당 트럼프 지지자들이 낸 선거개입 신청을 기각하기 이틀 전의 일이었다.
북미협상에서, 비핵화 절차인 로드맵의 행동계획을 확정하고, 협상의 결과인 로드맵의 종착역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했음을 비건이 시인했다. 그는 북한의 실무급 상대역들이 권한이 없어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북한의 협상자들이 대화의 기회를 포착하기 보다 협상의 장애물을 찾으려 하면서, 기회를 망쳤다고 불평했다. “북한이 모든 것을 다하는 동안 미국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어떤 행동을 할 때, 이에 상응한 제재완화 조치를 동시에 이행하겠다고 트럼프 팀이 제안한 적은 없다. 결과적으로 미국도 기회의 상실에 책임이 있다.
한편, 트럼프의 톱다운 해법은 아직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담하게 정상회담을 열어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만들어 낸 의미가 인정된다. 북미간의 관계개선, 평화체제 수립,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였다. 북한은 아직도 이 합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했을 때 북한은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나무랐다. 그들은 트럼프가 부하들의 반대를 이겨내지 못한 것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북한의 지도부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부러워한 적이 없다.
미국식 민주제도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인 인식은 금년 미 대선의 우여곡절 때문에 더욱 나빠질 것이다.
내년 1월 김정은이 워싱턴에 대화 재개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두 번의 좋은 기회가 있다. 신년사와 노동당 제8차 전당대회 연설이 자연스러운 기회다. 모두가 열망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인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서도 김정은은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용의를 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이든 팀도 북한이 도발을 하기 전에, 북한에 대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다.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를 이어갈 것을 전제로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사가 없으며 바이든의 말처럼 “원칙적 외교”를 통해서 북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백한 의지를 가능한 한 조기에 밝히기 바란다.
안보외교를 다루게 될 고위급 지명자들에 대한 상원 인사 청문회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바이든이 기후담당 특사에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임명한 것처럼, 만약 그가 비중 있는 인물 중에서 북한 담당 총수를 임명한다면, 임명 발표 자리에서 피임명자가 바이든의 대북정책의 원칙적인 방향을 밝힐 수도 있다.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연설도 좋은 기회다.
물론 미국의 새 정부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때까지 북한은 차분히 관망할 가능성도 있다. 그들은 그들의 살길도 북미간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달려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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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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