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삼성 회장이었던 이건희 회장이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접했다. 나는 삼성전자나 그 많은 삼성 관계회사에서 일해본 적도 없으며 이 작은 한국사회에서 삼성과 연관되지 않는 몇 안되는 사람이지만 이 분의 별세는 나에게 왠지 모르게 마음에 큰 타격을 주었다.
내가 1996년 처음 호주에 유학을 갔을 때만 해도 지리 교과서에는 우리나라가 ‘developing country’(개발도상국)이라고 되어 있었고, 홍콩에서 온 친구들은 방학 중 집에 가서 모두 파나소닉 휴대전화, 소니 디스크맨 같은 일본 전자제품을 사오기에 급급했었다. 삼성이란 브랜드는 멋진 로고조차 없었고 그저 파란 글씨로 SAMSUNG이라고 영문 알파벳이 일렬로 나열된 촌스러운 단어에 불과했다.
대학 갈 때 즈음인 2000년대에는 아이리버라는 mp3 플레이어와 애니콜 휴대폰이 나오며 이미지가 조금씩 세련되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때도 아직 외국에서 삼성을 사용한다면 외국제품과의 경쟁력이 아닌, 한국 디스카운트를 주고 사는 것 같은 애국심에서였다.
그러나 2000년 중후반이 되며 삼성의 이미지는 달라져있었다. 삼성 TV, 세탁기, 에어컨은 물론 휴대폰은 우리나라 뿐 아닌 남미 같은 개발도상국들만을 장악할 뿐 아니라 미국, 특히 유럽 시장을 압도하였다. 그리고 삼성은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있었다. 2020년이 된 이제는 세계 최고인 애플과 견주는 브랜드가 되어 있는 것이다.
2013년 영국에서 근무할 때 세르비아 동료와 서울에 출장 왔을 때의 일이다. 내 차로 이동하다 신호등에 서 있을 때 앞에 서있는 SM5를 보고는 “저 차는 어느 회사가 만드냐”고 물었다. “삼성”이라고 하니 “삼성이 차도 만들어?”하며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대화 중 우리 엄마의 안부를 물었다. “허리가 안 좋아 병원에 계시다.”고 하니 어느 병원이냐고 해 “삼성병원”이라고 하니 또 눈이 휘둥그레지며 “삼성이 병원도 해?”라고 묻는 것이었다. 전자제품만 유명한 줄 알던 삼성이 자동차도 만들고, 병원 사업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친구는 사업의 스펙트럼에 놀란 듯 했다.
그러다 서울에 있는 절에 가보자고 해서 우리 회의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봉은사에 데리고 갔는데 이 동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해서 “삼성동”이라 말하는 동시에 그와 나는 동시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자지러졌다. 삼성동이란 동네이름은 우연이었지만 우리 대화 문맥상 너무도 우스운 상황이었고,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과연 대한민국은 과연 삼성공화국이란 결론을 지었다.
50년 만에 한 기업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주고, 이들을 교육 및 훈련시키고, 해외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어 결국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고 이 모든 것이 국가 이미지 브랜딩에 큰 기여를 했다. 현재 삼성은 전 정권에 대한 뇌물 혐의, 불법승계 의혹 등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연루되어 있지만 이를 막론하고 불변하는 사실은 삼성의 우리나라 국가발전과 경제발전의 기여도이다. 뿐만 아니라 이건희 회장은 올림픽 IOC 위원으로 활동함으로써 외교관 역할도 하며 평창 올림픽 유치에도 이바지하였고, 수많은 스포츠 팀과 경기에 삼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후원도 하며 스포츠 마케팅도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희 회장의 타계 소식에 나는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을 잃은 것 같은, 많은 미국 친구들이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만큼의 큰 상실감을 느꼈다. 이런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분이 우리나라가 필요로 한 시기에 계셨다는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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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국제개발금융 투자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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