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을 놓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한쪽에서는 자율권을 훼손한다고 불문곡직 비호한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직권남용이라 막무가내 비방한다. 이 현상에는 이율배반의 자율권 침해와 직권남용이 병존한다. 극한 대립은 충돌를 낳고 누군가 쓰러져야 한다. 배고픔은 생리학의 영역이고 배아픔은 심리학의 영역이다. 느낌은 감각에서 나온다. 그리고 인식의 단계로 나간다. 의식은 주관이며 대상은 객관이다. 배고픔과 배아픔 둘 다 어느 순간 심판대에 서 있다. 왜 일까? 칸트가 말했 듯 의식이 대상의 ‘도덕적 직관’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74석의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크게 여섯 가지 범주에서 개혁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전관(前官)과 현관(現官)의 합작 비리인 ‘전관예우 관행’을 철퇴시켜야 한다. 동시에 고위 공직자 범죄수사 전담 기관 ‘공수처’도 반드시 출범시켜야 한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연고 관계를 통해 직무수행의 공정성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거나, 저해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해충돌을 관리하지 못하면 부정·부패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관련법 제정으로 고위직 판·검사가 사퇴나 은퇴하면 변호사 개업을 못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전관 비리는 재량권 이탈 행위로 직권남용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둘째,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검찰청법을 손질하여 ‘검사동일체 원칙’을 삭제시켜야 한다. 검찰의 집단행동과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이미 선을 넘었다. 미국에서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범죄 수사에 대한 권한을 갖고, 검사는 대부분의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 및 공소유지만 담당한다. 조직범죄를 제외한 일반 범죄는 경찰이, 특수 범죄는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증권거래위원회(SEC), 국세청(IRS) 등이 수사를 맡아서 한다. 검사가 사건 스폰서에 매수되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기소조차 하지 않거나, 기소되더라도 판사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작태를 미국에선 상상하기 힘들다.
셋째, 선거법을 개정해 법원과 검찰의 법원장·검사장을 민선으로 선출해야 한다. 선거제도만이 정치권력으로부터 해당 기관장의 독립성을 지켜 줄 수 있다. 또한 시민사회가 감시하고, 잘못하면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실효적 견제가 가능하다. 미국의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직을 겸임한다 그래서 한국의 검찰총장만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같은 조직은 없다. 미국은 절대 한 곳에 힘을 몰아 주지 않는다. 미국 검찰은 연방검찰, 주정부검찰, 카운티지방검찰로 조직이 편제되어 있다. 이 조직들은 수직 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로 완전히 분리된 독립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서로 감시하고 견제한다.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건 검사와 경찰간에도 예외가 아니다. 카운티 검사가 비리를 저지르면 카운티 경찰이 나서지 않고 FBI가 직접 수사를 한다.
넷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정 구속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고, 사법권력의 남용으로부터 판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배심원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죄의 유·무죄 평결은 배심원이, 형의 선고는 판사가 하는 제도이다. 한국 사법부의 판결 남용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정치권력에 침묵하거나 동조했고 재판은 거래 대상이 됐다.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은 판사가 배심원들의 의견과 평결을 참작할 뿐 직접 유·무죄를 판단하고 형을 선고한다. 보여주기식 재판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
다섯째, 관련법을 수정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언론매체에도 적용 시행해야 한다. 이는 가짜뉴스와 악의적 기사나 편파 보도로 피해를 입은 개인과 집단을 보호하고 언론사에 책임을 물음로써 스스로 자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유의할 점은 언론은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방적 편파 보도는 상대 진영의 반론 보도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면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 5공때 처럼 강압적으로 폐간·종간·통폐합 시킨 결과는 종국에 가서는 권력의 나팔수 역할이었다. 미흡하고 허술한 제도와 법률을 고쳐 언론을 개혁해 나가야 한다.
여섯째, 폐지된 사법시험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 로스쿨 허가를 확대하여 학연으로 연결된 엘리트주의를 타파하고 다양한 전공자의 전문 법조인을 양성해야 한다. 고시 합격한 고위 관료들은 특별한 엘리트를 자처했고, 그 중 일부는 계급적 우월감까지 드러내며 국민들을 XXX로 무시하며 공직을 개인의 명성과 부를 쌓는 기회로 삼았다. 특권의식은 민주사회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패션이다.
문재인 정부기간 동안 검찰과 법원, 그리고 언론은 기득권을 지지키 위해 끝이 없는 저항을 보여주고 있다. 법치주의·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법치주의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하여 수행되어야 한다는 원리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그동안 권위주의 독재권력에 의해 국회에서 제정한 많은 법률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법률의 공정한 행사와 집행은 더욱 그러하다. 찰스 다윈은 인류가 어디서 왔는가를 말이 되게 설명한 사람이다. 정의가 어디서 왔는가를 말이 되게 설명한 사람이 검사와 판사이다. 이 간단하고도 명료한 사실을 그들이 안다면 대한민국은 한층 더 투명한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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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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