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낙선에 묻혀 별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지만 중요한 선거 결과가 있다. 지난 11월 3일 연방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다. 선거 막판까지 대다수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연방 상원을 탈환하고 하원에서는 최대 20석까지 의석 수를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막상 개표 결과 연방 상원은 50대 48로 공화당 우세고 하원은 최소 8석에서 최대 13석까지 민주당 의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기는 하겠지만 의석 수 차이는 100년만에 최소가 되게 된다. 연방 상원의 나머지 두 석은 내년 1월 조지아 결선 투표의 승자가 가져가게 되는데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에서 한 석만 이겨도 상원은 공화당 차지가 된다.
민주당의 좌파의 퇴조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곳은 주 상하원의 2/3를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가주다. 좌파의 아성 캘리포니아에서 좌파가 지지한 주민 발의안은 거의 모조리 부결됐다. 좌파의 숙원 사업의 하나는 1978년 통과된 주민발의안 13의 폐지다. 가주민의 재산세를 구매가의 1%로, 연 상승폭을 2%로 제한하고 있는 이 법은 예산을 펑펑 쓰고 싶어하는 리버럴의 욕망에 제동을 거는 중요한 장치다.
이를 한꺼번에 폐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본 민주당 좌파는 우선 상업용 부동산에만 이 제한을 없애는 주민발의안 15를 주민 투표에 부치고 이를 통과시키는데 무려 6,0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상업용 부동산 다음 차례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이 될 것이란 걸 알아차린 유권자들은 51.8%대 48.2%로 이를 부결시켰다.
올 가주 주민 발의안 중 가장 상징적 의미가 있는 프로포지션 16은 56.1% 대 43.9%라는 표차로 부결됐다. 이는 이 조항이 처음 만들어진 1996년 54.5%대 45.5%의 표차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인종과 피부색,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한 가주 헌법 조항을 폐지하고 대학 입학이나 정부 공사 수주에 소수계에게 특혜를 줄 수 있도록 한 이 주민 발의안은 민주당 좌파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왔다. 민주당 좌파는 이 발의안 통과에 2,000만 달러를 썼는데 이는 반대한 단체가 쓴 170만 달러의 10배가 넘는다.
이번 결정은 “인종에 따른 차별을 막는 방법은 인종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 것”이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의견에 가주민들이 동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하버드와 예일이 입학 사정시 아시안을 차별했다는 소송에 대한 연방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우버 등 ‘기그 노동자’(gig workers)를 직원으로 분류한 가주법에서 이들을 예외로 해달라는 주민 발의안 22는 58.5%대 41.5%라는 압도적 차이로 통과됐다.
역시 민주당 좌파의 숙원 사업인 렌트 컨트롤 규제 강화안은 59.7%대 40.3%로, 투표 가능 연령을 17세로 낮춰 교사 노조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던 주민 발의안은 56%대 44%로 폐기됐다. 이 안 반대자들은 이를 부결시키려는 캠페인도 벌이지 않은채 투표 안내 책자에 ‘음주와 흡연을 금하는 나이에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투표를 허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 한 마디만 넣었을 뿐이다.
미국민들은 지난 번 선거를 통해 무자격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축출하면서도 민주당 좌파의 손은 들어주지 않았다. 그 이유는 트럼프도 싫지만 경찰 예산을 없애 미국을 무법 천지로 만들고, 화석 연료를 폐지해 석유 산업을 붕괴시키며, 대대적인 증세로 개인과 비즈니스의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민주당 좌파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권력의 남용은 통제돼야 하지만 경찰이 사라질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을 주요 대도시의 폭동과 약탈, 방화, 그리고 무법 천지로 변하며 오물과 낙서, 살인 사건으로 범벅이 된 시애틀 도심을 보며 사람들은 절실히 깨달았다. 2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이 싹쓸이 한 오렌지 카운티에서 공화당의 미셸 박 스틸과 영 김이 현역을 제치고 연방 하원 선거에서 승리한 것도 이런 우려의 덕을 봤을 것이다.
때로는 혼란스럽고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중심을 잡아간다는 것을 지난 11월 선거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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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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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6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좌파우파 따지는 태극기부대 노친네 그룹중의 하나인가? 왜 한국 논설인들은 이 모양인가? 젊고 싱싱한 인재로 교체해라 제발! 귀사의 발전을 위해서.. 갈아치워라..
좌파를 표현을 쓰는거보니 틀딱 태극기부대 선동대원임이 분병하네..정신 좀 차려라..제발..
한국일보는 오늘 "좌파" 파묻기로 작정한 날인가? 가주에서 공화당원 한인들이 두 명이나 당선되어서 지금부터 창고 정리하는 중인가? 위험한 파도타기하는 것은 좋은데 한인사회 분탕질하는 붓은 꺽는게 어떨까? 단결하기 힘든 국민성에 아예 휘발유를 끼얹어서 영원히 씨도없는 당파싸움에서 서로 피나 흘리며 댓글질하게 할 목적인가?
말을 만드러서 하시네 자기생각일뿐
제가 보기엔 매우 정확한 지적이라 봅니다. 좌우의 균형을 잘 맞추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이라 봅니다. 참고로 저는 무당파이며 바이든을 찍었습니다. 무분별한 낙태에 반대하지만 범죄로 인한 낙태등의 몆 경우에는 예외를 두어야 한다고 보며 동성애관련에는 보수적인 태도로 공화당의 관련 법안을 적극 찬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