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단체 역량 업그레이드 컨퍼런스로 방향성 제시
▶ 코리아위크 성공, 민원업무 편의 개선에 힘써
박준용 총영사가 이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경섭 기자>
‘동포사회 역량 강화 컨퍼런스’로 한인단체들의 적법한 운영을 첫 공개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리고, 전문기획단 구성·장르 확대화로 코리아위크 시스템을 체계 발전시키고, 순회영사 확대와 민원업무 개선에 힘쓴 박준용 SF총영사가 오는 12일 이임한다.
그는 크고 작은 한인사회 행사마다 줄곧 참석해 동포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직접 몬트레이 순회영사에 참여하면서 현장을 파악하고 미진한 점을 개선했다.
그러나 미주한인이민사와 독립운동사에서 샌프란시스코가 차지한 역사성과 상징성의 자산이 후세대에게도 이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역설했던 ‘이민역사관 건립’은 미완의 꿈으로 남았다.
부임 인터뷰, 부임 1년 인터뷰에 이어 이제 이임 인터뷰를 하게 된 기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총영사와의 일은 부임초 첫공식행사였던 SF한인회 ‘정치력신장포럼’에서였다. 당시 분규상태였던 SF한인회로 인해 긴장감이 도는 상황이었는데 신임총영사의 인사순서에서 느닷없이 양측간에 마이크 쟁탈전이 벌어져 행사장은 더욱 어수선해졌다. 이때 박 총영사는 “제가 어느 자리에 앉고 언제 축사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면서 “(나는) 동포사회 단합과 발전을 위해서 온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4월, 샌프란시스코 곳곳에 서려 있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발자취를 도산의 손자 필립 커디씨와 함께하는 투어에서 박 총영사를 봤을 때였다. 3시간 넘게 공립협회, 대한인국민회 옛건물, 도산 선생과 이혜련 여사가 이민와서 살던 집, 상항한국인감리교회 옛교회당 등을 걸어서 탐방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역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그 다음해 8월, 총영사관 관저 근처에 사는 이웃인 낸시 웨이맨(71)이 광주 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서 금메달(아티스틱수영 부문 솔로)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을 때였다. 엉덩이 수술 후 피나는 재활훈련 끝에 최고령자로 승리를 거머쥔 낸시는 역경을 이겨낸 주인공이라고 기뻐했던 모습이다. 이렇게 하여 낸시 스토리는 2019년 8월 31일자 본보에 보도됐다.
가장 좋아하는 시라서, 총영사 사무실에 걸려 있던 윤동주의 ‘서시’ 액자... 민족시 낭송회 행사에서 그 시를 직접 낭독했던 모습도 뇌리에 남는다.
-3년간 일한 소회는
▲부분적으로 보면 제 스스로는 어느 정도 만족하는 부분도 있고, 미흡한 부분도 있다. 지난 3년간 저와 총영사관의 업무에 협조해주시고, 동포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기여해주신 동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동포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셨는데
▲한인사회 위상이 미국 내서 도약할 단계에 와 있는데도 아직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체들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첫해는 한인단체의 조직 운영능력 강화, 두번째해는 한인단체간 협력 파트십 임파워(empower) 구축을 주제로 토의했는데, 금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3차 컨퍼런스를 갖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민선조역사관 건립 구상이 실현되지 못한 아쉬움은
▲저는 한인사회를 규합시킬 수 있는 소재가 이 지역이 갖고 있는 정말 자랑스러운 역사적 유산이라고 생각했다. 제 자신도 이렇게 놀라운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임 후에 알게 되었지만, 2019년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이 지역의 이민사와 독립운동을 부각시키기 위한 활동을 다방면으로 전개하면서 ‘이민역사관 건립’의 필요성을 더욱 확고히 느꼈다.
한인 커뮤니티의 자산이자 차세대들에게 이민역사를 알리는 문화와 교육의 장이 될, 역사관을 포함하는 한인커뮤니티홀을 건립하고자 했지만 워낙 큰 자금이 필요한 사업이어서 선뜻 한인사회 내의 컨센서스 도출 작업에 착수하지 못했다. 만일 금년에 3차 동포단체 역량 강화 컨퍼런스를 개최했더라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토의했을 것이다. 일단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0년 앞을 내다보면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가장 힘들었을 때와 가장 보람된 순간은
▲솔직히 아주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힘든 것이 아니다. (몬트레이 한인회관 매각건 질문에 관해선) 몬트레이한인회관 지원금 반환은 재외동포재단의 지침대로 요구하고 있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였다. 코리아위크의 성공과 노블 목사가 본 근대한국 사진전, 해외독립운동사상 첫 의열투쟁인 장인환 전명운 의거 특별기념식, 중가주 이민사적지서 개최한 100주년 기념식, 한국학교 학생 초청 역사탐방, 민족시 낭송회 등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들로 그 숭고한 정신이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도록 진행한 행사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
또 SF총영사관 리셉션홀을 문화전시장으로 활용한 ‘공관 문화공유사업’은 한인예술인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문화적 행복감을 높였다. 이 사업은 외교부 본부 및 180여개 재외공관 대상으로 한 행정개선 우수사례에서 2위에 선정됐다.
올해 한국전 발발 70주년을 맞아 안보와 평화,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사업을 펼쳤다. 올초 주한미군 전역자 초청행사뿐 아니라 참전용사들의 생생한 경험 기록을 보존하고, 후세대가 기억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로 축적해나가는 참전용사 인터뷰를 총영사관 운영 페이스북(www.facebook.com/sfkcghonorskwv)에 게시한 것도 가치있는 일이었다.
지난 10월말에 한국학교북가주협의회 학생 28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전쟁’ 강연을 한 것도 뜻깊었다.
-순회영사 횟수 증대, 민원실 순번대기표 도입 등 특히 민원업무 개선에 힘쓰셨는데
▲각 지역의 순회영사 서비스 횟수를 늘려 민원실 직원들의 업무가 과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원업무는 동포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총영사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동포 편의를 위해 산호세 지역은 매주 화요일 순회영사 서비스를 하고 있고, 몬트레이 순회영사에는 분기별로 나가 현장지도를 했다. 더욱이 두달간 공들여 만든 민원업무별 상세한 샘플 서류가 사전예약제로 운영된 코로나 상황에서는 업무처리시간을 대폭 단축시켜 보람됐다. 코로나 사태로 항공편을 이용할 수 없어 영사 4명과 번갈아 가며 40시간 운전해서 갔던 솔트레이크시티, 덴버 순회영사는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재임시 진행한 사업중 지속되길 바라는 것은
▲제가 근무하던 시기와 사정이 달라지면 좋았던 사업도 버려야만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떠나는 마당에 신임 총영사에게 부담을 주는 바람은 말하지 않겠다. 다만 한인엔지니어 그룹, 베이지역 한인생명과학자협회(KOLIS), 한인제약인협회(KASBP) 등 간의 차세대 경제 네트워킹, 민족그룹을 넘어선 중국, 유대인 등 타민족과의 네트워킹을 작년에 출범시켜놓고 더 발전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떤 것이 그리워질 것 같은가
▲고마움을 준 분들. 그리고 주말에 가족과 즐겨 갔던 관저 근처의 랜즈 엔드(Lands End) 산책길이다.
<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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