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싸움이었다.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된 펜실베니아에서 표차는 0.7% 포인트, 표수로는 4만 표에 불과하다. 아직도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애리조나는 0.6% 포인트에 2만 표, 역시 진행중인 조지아는 0.2%에 표수는 1만 표 차다.
이들에게 부여된 선거인단 수는 펜실베니아 20, 애리조나 11, 조지아 16 등 총 46이다. 다시 말해 이들 7만 표의 향방이 바뀌었더라면 지금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을 사람은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가 될 뻔한 것이다. 하긴 2016년 선거도 7만 표가 좌우했다. 트럼프가 소위 북서부 ‘러스트 벨트’ 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3개주의 백인 중하류층 표를 얻으며 7만 표 차로 이겨 백악관을 차지했다.
트럼프에게는 억울한 결과일 수도 있다. 선거 당일만 해도 이들 3개주에서는 모두 트럼프가 앞서 가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다음 날 우편 투표 개표가 진행되면서 트럼프에 따르면 “마법 같이” 모두 바이든 우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마법이 아니라 예상된 결과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은 현장 투표에서는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겠지만 민주당 성향이 강한 우편 투표가 집계되면 바이든이 이길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 현상에 대한 이름까지 나왔다. 소위 ‘붉은 신기루’(red mirage)란 것이다. 처음 지도를 붉게 물들인 공화당 우세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를 잘 알고 있던 트럼프는 선거 오래 전부터 우편 투표는 사기라는 주장을 끝없이 펴왔으며 선거 당일도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승리했다고 강변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된 후에도 승복하지 않고 재검표와 소송을 통해 결과를 뒤집겠다고 벼르고 있으나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정 투표를 주장하는 것은 자유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 드리려면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트럼프 측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규모 부정의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트럼프가 초반에 우세하다 뒤집힌 러스트 벨트 3개 주와 근소한 표차로 지고 있는 조지아와 애리조나 등지에서 대대적인 부정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들 경합주들은 승패가 어떻게 될 지 개표 직전까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던 곳들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모두 바이든이 개표 조작으로 아슬아슬 하게 승리하려면 누군가 트럼프 표가 얼마가 나올 것을 미리 알고 그에 맞춰 표 수를 보태야 한다. 선거의 신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는 또 경합주였지만 자신이 승리했거나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플로리다와 노스 캐롤라이나에 대해서는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들 주에서는 개표 조작단이 트럼프의 승리를 미리 안듯 활동하지 않았을까.
이들 주 중 조지아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텃밭이고 선거를 책임지고 있는 총무처 장관이 공화당원이다. 그런 사람이 대규모 부정이 일어나 트럼프가 지도록 지켜 보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대대적인 선거 부정 의혹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사실은 예상과는 달리 연방 의회 선거에서는 사실상 민주당이 패배했다는 점이다. 선거 직전까지 민주당의 상원 탈환은 물론이고 하원도 최고 20석 정도는 민주당이 더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상원은 공화당 차지가 거의 확실하고 하원은 민주당이 오히려 6석 정도 잃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말대로 누군가 투개표 조작을 했다면 이는 민주당 성향 인물일 것인데 이들은 대통령 표는 조작하면서 의회 표는 민주당이 지도록 방치했다는 것이 된다. 한마디로 코끼리와 당나귀가 함께 웃을 일이다.
트럼프도 이제는 4년 전 7만 표 때문에 분루를 삼킨 힐러리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갈 것이다. 그 때 힐러리는 유효표에서 300만 표를 이기고도 졌지만 올해 선거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400만 표를 졌다. 그렇게 억울해 할 일도 아니다.
아무리 안 나가겠다고 버텨도 대규모 부정 선거의 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한 1월 말이 되면 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포르노 배우 입막음 비용부터 성추행, 탈세와 관련된 소송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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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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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위원글은 늘 명쾌하여 좋습니다. 복잡한 현사태를 꿰뚷어보는 글입니다. 4년동안 트럼프에게 정신적 고통을 받은 7천4백만명의 국민들이 빨리 힐링햤으면 하네요. 트럼프를 지지하던 7천 백만들도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살기를..
ㅎㅎㅎ카말라 해리스의 2010년 캘리 연방검사 선거에서 똑같은 현상이 있어서 기억나시죠, 쿨리가 밤새 앞서서 새벽 3시반에 선거연설했는데 다음날 우편 부재자 투표 뚜껑여니 뒤집어져 가장 근소한 표로 이기는 기현상을 경험했죠. 그래서 그녀는 우편투표 부재자투표를 주무르는 비법을 전수했죠. 카말라의 웃음이 부정선거소송에서 무엇을 의미했는지 궁금해집니다.
타고난 승질은 변하지 않겠지요 , 그 변하지않는 맘보따리가 자기를 얼거맬걸아는 현명함이 잇어야 그래도 좀 봐줄수도 있는데 ...참 안타까운 미쿡의수치며 가문을 멸망으로 몰아넣을수도 있는 어리석임이 될것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