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耳)와 마음(心)을 합(合)하면 치(恥)가 되어 부끄러운 마음을 안다는 의미를 되새기며 글을 쓴다.
지난달 27일 한국일보에 사진과 함께 게재된 “이 대사, 당장 미국을 떠나라”라는 명령조의 기사는 미국이 자기들이 태어난 나라라도 되는 것처럼 보여 내 눈을 의심했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도대체 언제까지 당신들은 미국의 귀여운 강아지 노릇을 할 것인가. 물론 누구에게나 다양한 사상을 사유하며 살아갈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자기들만의 자유지 그 자유로 타인의 자유와 사상을 파괴하면 이미 자유가 아닌 폭력이 된다.
자기의 종교 신념으로 타인의 종교 신념을 우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라는 법치 하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자기의 자유로 타인의 자유를 구속, 파괴, 폭행, 협박, 공갈을 하면 역시 민주주의의 원칙에 반(反)한다.
이 대사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자.
“한국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 국익이 되어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틀린 말인가? 대사의 말은 종속에서 벗어나 자주와 호혜 평등의 원칙을 바로 세우자는 간관(諫官)으로서 당연한 말이다. 역대 그 어느 대사가 이런 줏대 있는 말을 했던가.
미국을 70여년간 안방에 모시고 섬겼으면 됐지 동맹, 혈맹, 자유 수호를 내세워 아랫목에 모셔 놓고 윗목에서 무릎을 꿇어가며 미국이 헛기침을 할 때마다 눈치를 언제까지 보겠다는 건가.
조선이 명나라를 기를 쓰고 섬긴 결과는 말하지 않겠다. 명나라 섬기듯 미국을 섬기는 것이 애국일까? 고금을 막론하고 애국이 아닌 것이 애국으로 둔갑하여 나라가 망한 경우는 수없이 많다. 참고로 1953년 체결된 ‘한미 방위 조약’ 제 4조를 들여다보자.
“체약 쌍방은 합의에 의하여 대한민국은 그 영토와 주변 해(바다-필자 주), 공역(영공-필자 주)에 미 합중국이 육군, 해군, 공군을 주둔 배치하는 권리를 허용(GRANT)하고 미 합중국은 이를 수락(ACCEPT)한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을 통닭 튀겨 바치듯 미국의 입에 몽땅 바치는 조공이며 대한민국은 미국의 한 주(州)에 속한다는 말이 지나친 말은 아닌듯하다. 사실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조약은 과거 일본의 ‘한국 병합에 관한 조약’ 제 1조와 말이 다를 뿐 내용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나라를 포기한 조약을, 괴롭지만 당신들을 위하여 노래기 씹는 마음으로 읽어 본다. ‘한국 병합 조약’ 제 1조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 하고도 영구히 일본 황제 폐하에게 양여한다.”
‘한미 방위 조약’과 ‘한국 병합 조약’이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조약에 의해 일본은 미국의 양해(태프트 가쓰라 조약) 하에 한국을 병합했다. 한미 간의 호혜 평등 없이 70여년 ‘한미 방위 조약’에 의해 대한민국의 땅과 하늘, 바다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미 야전 사령관 마음대로 징발할 수 있는 미국의 식민지처럼 전락했다.
그뿐인가. 대한민국을 침략하는 외적을 물리칠 수 있는 자위권(전작권)마저 삼장 법사(주한 사령관)의 손바닥에서 꼭두각시 춤을 추고 있는 손오공(한국군) 신세가 된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세계 10위 안에 든다는 막강 군사 강국이 미국의 일개 방위군 지위만도 못한 이유다.
자위권이 없는 국가가 주권국가일까? 불행히도 국가의 자격이 없다. 주권이 있는 북한과 주권이 없는 한국을 비교할때 어깨에 힘이 빠진다.
나는 묻는다. 공산주의를 제대로 알고 반공을 하나? 애국과 매국의 차이를 알고 애국을 하나? ‘종’이 왜 ‘종’이 되는지는 알고 있나? 이 대사의 말이 풍기는 호혜 평등의 외교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나? 자유가 무엇인지, 이승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는 하나?
“이 대사 당장 미국을 떠나라”라는 얼빠진 소리로 웃음거리를 살게 아니라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놈들, 아리랑 문화가 중국 문화라고 우기는 놈들, 대사관 앞에서 일본 대사, 중국 대사 물러나라고 목 놓아 외치면 어떨까.
정신대와 국모 살해(민비 척결)에 그 흔해빠진 성명서 하나 발표 안하고 침묵(침묵은 암암리 동조) 하면서 애국을 쉽게 말할 자격들이 있을까?
이제는 종의 근성을 버릴 때도 됐다. 마지막으로 독일 수상이었던 콜의 말을 되새기며 恥(치)의 부끄러움을 느끼기 바란다.
“남한이 서독 같이 될 생각은 없는가?” 동독에게 호혜평등을 지킨 서독 사람들은 당신들처럼 동독을 증오하지 않았다.
당신들의 귀에 거슬린다고 종북으로 몰아부치며 애국을 핑계로 당신들처럼 서독 사람들은 나가라 마라 하지 않았다. 염(廉)과 치(恥)를 알면 성경 66권 보다 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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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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