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또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대외정책, 특히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다. 트럼프는 그가 과감한 정상 외교로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고, 재선이 되면 빠른 시일 안에 북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도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한다는 조건으로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의 톱다운 접근방식을 피하고, 전통적인 실무진의 협상을 통해서 충분한 합의가 있을 때,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22일의 대선 후보 토론에서 바이든은 김정은을 ‘Thug(흉한)’이라고 불렀다. 놀라운 것은 이는 분명히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었음에도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이다.
북한은 최근 존 볼턴과 밥 우드워드가 각각 저술한 두 권의 책을 통해서, 2017년 전쟁이 날 뻔 했다는 사실과, 2019년 초 실패한 하노이 정상회담은 볼턴 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못된 조언을 한 탓이라는 그들의 판단을 재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북한은 강화된 핵 무기고를 기반으로 하는 생존능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어도,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더 가하거나, 제재를 강화하여 북한을 압살하지는 못할 것으로 믿고 있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에 손을 먼저 내밀 것 같지도 않다. 그들은 바이든의 정책방향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평양은 바이든이 새로운 안보팀을 구성하고 정책의 중요성 순위를 결정하는데 최소한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점에서 오바마가 2016년 트럼프의 당선 직후, 북한이 미국 안보에 제일 심각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 들린다.
세칭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북한은 멀지 않아 미국의 시선을 끌고 대화를 압박하기 위해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대규모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가짜 경종일 수도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 살상무기의 수준을 미국이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갖고 있는 협상의 지렛대가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만약 그들이 또 다른 도발을 한다 해도, 그 시점은 그들의 내부사정과 일정에 따르게 될 것이다. 홍수피해 복구 작업과 제재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자력갱생의 경제건설과 보조를 맞출 것이다.
북한사람들도 남쪽 사람들처럼 부지런하고 창의적이다. 그들은 불법, 합법을 따지지 않고 제재를 피해가면서 외화벌이의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그들의 무기고를 계속해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북한을 상대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트럼프의 ‘개인 친분’ 접근책이 실패한 원인은 북미간의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응당한 대가의 제공도 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무리한 요구들 때문이었다. 북한은 앞으로도 구체적인 보상이 없는 빈 말을 듣고 자신들의 핵무기 계획 중 그 어느 일부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편 북한은, 지금도 한국은 미국에 예속되어 있다고 불평한다. 최근 서훈 청와대안보실장이 “남북관계는 미국 등 주변국들과 서로 의논하고 협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한 것을 두고 조선중앙통신은 10월 29일 서훈 실장을 “뼛속까지 친미의식에 찌들어있는 미국산 삽살개”에 비유했다.
북한은 한국 내 진보와 보수 간의 분열도 부추긴다. 조선중앙통신은 바로 다음날 10월 30일 제1 야당인 국민의 힘과 보수 세력들을 질타했다. 보수 세력들이 서해에서 발생한 한국 해양 수산부 직원의 피살 사건을 빌미로 용공세력 척결을 내세운 일대 반북 운동을 벌이면서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분주탕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남측의 공동조사 제안에 반응이 없다. 그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 이미 자체 조사도 했고 사과도 했지만,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그들은 남측의 희생자가 북측 수역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했더라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도 내세운다.
여러모로 어려운 북한 문제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지니고 살아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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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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