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간 미국에서 출판된 경제 서적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을 하나 들라면 아마도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가 꼽힐 것이다. 198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튼 프리드먼과 그 아내 로즈가 함께 쓴 이 책은 5주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고 같은 해 PBS에서 TV 시리즈로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거나 시리즈를 본 사람은 지금까지 1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책과 시리즈가 나온 것은 케인즈 학파 경제학자인 존 갤브레이드의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라는 책과 시리즈에 대해 반론을 펴기 위한 것이었다.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갤브레이드와는 달리 프리드먼은 대부분 정부의 시장 개입은 역효과만 초래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리드먼은 시장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로 레너드 리드의 ‘나, 연필’(I, Pencil)이라는 글을 인용한다. 연필의 나무는 가주나 오리건의 숲 속에서 온 것이다. 이를 벌채해 공장으로 가져 오기 위해서는 톱이 필요하며 그러려면 우선 철광을 캐 제련한 뒤 강철을 만들어야 한다. 연필 심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원료인 석묵(graphite)을 채굴해야 하고 지우개를 위해 고무 나무를 재배해야 하며 연필과 지우개를 연결하는 황동을 위해 구리와 아연을 제련해야 한다. 시장은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 수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연필 생산에 일조하게 만든다.
자유 시장 경제의 힘은 1776년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이후 널리 인정받아 왔고 그의 주장을 정책에 반영했던 19세기 영국과 미국은 비약적인 경제 발전과 함께 일반 노동자의 삶을 향상하는데 성공했다.
시장 경제의 위상이 추락한 것은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면서부터다. 1929년 월가 주가 폭락과 함께 대량 실업과 장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실패’가 거론됐고 그 후 70년대까지 정부의 시장 개입은 심화됐다.
그러나 프리드먼에 따르면 주가 폭락이 장기 불황으로 이어진 것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였다. 불안을 느낀 시민들이 은행으로 몰려가 한꺼번에 돈을 찾으면서 은행들이 연쇄 도산, 금융 위기가 발생했는데 이 때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가 돈을 충분히 풀지 않는 바람에 최악의 경기 침체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 때 일을 교훈 삼아 2007년 금융 위기 때 FRB는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 제2의 대공황을 막을 수 있었다.
프리드먼은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 쇼크로 인플레가 발생하고 기름을 넣기 위해 운전자들이 장시간 줄을 선 것도 ‘정부의 실패’ 때문이라고 본다. 과도한 재정 지출을 돈을 찍어내는 것으로 막으려다 보니 통화량이 생산된 재화보다 늘어났고 인위적인 가격 통제를 실시하자 물건이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가격 통제를 폐지하자 긴 줄은 사라졌고 통화량을 줄이자 인플레도 잡혔다.
이런 프리드먼의 주장은 1980년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 행정부의 공식 정책이 됐고 80년대와 90년대 장기 호황을 불러왔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통제 경제의 모순이 누적되면서 소련과 동구권은 파산한 반면 70년대 말 시장 원리를 도입한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 강국으로 떠올랐다. 마침내 민주당의 빌 클린턴 마저 1996년 국정 연설에서 “큰 정부의 시대는 갔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프리드먼과 시장 경제의 승리는 완전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책이 나온지 4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해 부자 증세를 통해 거둔 돈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격차를 줄이고 저소득층의 복지를 향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는 뛰어난 생산성이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의 편중을 조장한다는 약점이 있다. 시장에서의 자유 경쟁을 허용할 경우 승자와 패자가 나오며 승자보다는 패자가 많게 마련이다.
소수만 부를 누리고 다수가 빈곤의 위협에 시달리는 사회는 안정적일 수 없다. 거기다 올해 터진 코로나 사태는 가진 자와 고급 노동자, 못 가진 자와 막 노동자의 삶의 간격을 더욱 벌려놨다. 앞으로 인공 지능이 발달해 대다수 일자리를 로봇이 대신하게 된다면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시장을 죽이지 않으면서 그 수익을 다수가 나눌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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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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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베네주엘라 볼리비아...반대로 하면 됩니다. 포퓰리즘 공산주의 사회주의 달콤한 꿈으로 가난한 90%를 속여 선거를 이기고 쿠바경제 짝 났죠. 은행강도 납치 테러하던 넘 대통령뽑아서 청렴한 대통령으로 은퇴한다고? 남미의 유럽 우루과이모습을 깡통판자촌을 만들고 자기도 판자집으로 갑니다. 자...아마존 싫지요...그래서 민주당 반대해서 뉴욕에 못들어 왔어요. 잘된일일까요? 결국 메이시는 파산해요. 세상도 변하고 사업도 변합니다. 치폴레가 올라가고 델리 망해요. 적자생존 약육강식 정글에서 살아남아야해요. 담에 노블리스오블리제!!
모든게 모든나라가 자유롭게 오고갈때 서민의 삶은 윤택해지고 좋고 가격이싼 물건을 사용할수있어 너도 나도 모두가 이익을볼수있는데도 트 라는자 는 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간섶해 조정해야만 된다고 선동하는데 그걸믿고 따르고 지지 하는이들이잇는데 참딱하다는 생각이드는군요. 우린 남의도움없인 하루도 상기어렵운데도 나만잘되면 된다는 어리석음이 힘이 권력이 돈의논리로 이런 어리석은자들이잇으니 나라가 지구촌이 어지러운것이지요.fxj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