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근무했던 군인들은 모두 하나씩 소지하고 있는 Black Forest 쿠쿠 시계. 텍사스로 휴가 갖다 어머니에게 선물했던 시계다.
앞으로 할 이야기들은 실화이며, 또한 사랑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남녀 간의 그런 달캉달캉한 이야기는 기대 안하시기 바란다. 이 이야기들은 남자이기에 언제, 어디선가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그래서 이제야 남자라고 혼자서 묵묵히 걸을 수 있는, 그런 위치에 다다른 남자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오마주(Homag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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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꾸기 벽시계
돌아오는 길에 빈손으로 가기 무엇 하여 당시 인기 있던 뻐꾸기 벽시계 하나를 사다 어머니 안방에 걸어드렸다. 얼마 후, 어머니는 그 뻐꾸기 소리가 싫다고 어머니 친정집으로 내려 보냈다.
그리고 십 여 년이 지난 후 내가 장가도 가고 아이들도 키우던 무렵, 폴스 처치(Falls Church)에 사시는 어머니 집에 들렀다. 주위 여인들에게 어머니가 지나가는 듯 말씀하셨다
“그때, 애비가 내게 다이아 반지를 사주었는데… 그때 받을 걸 그랬어… 그랬으면, 다이아라도 남는데….”
까마득히 잊힌 향수가 떠올랐지만, 추억을 더듬기에는 할머니를 찾은 손녀아이들이 너무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며칠 전, 차안에서 와이프가 내게 물었다.
“그녀 노래 들으며 그때 그 여자 생각해?” 나는 혼잣말처럼 대꾸했다. “아니, 어머니 생각이나.”
그 말이 차마 끝나기도 전,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엄마가 보고 싶다.” 내 그 한마디에 아내 손이 내 등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괜찮아.” 무엇이 괜찮은 것인가? 어머니가 젊은 여자아이 가슴에 못이 박히게 말씀하신 것이? 아니면, 그녀가 그 옛 상처를 뛰어넘어 사회 생활하는 모습이?
어머니는 나보다 한국에서 6년을 더 사셨다. 80년대 초, 나는 바쁜 미국생활로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지만, 그녀가 히트 곡을 발표하고 유명해진 것을 어머니는 알고 계셨을까? 설사 아셨더라도 그런 것을 전혀 모르며 미국에서 살고 있던 작은 아들에게 말씀하실 분이 아니었다.
# 안전한(?) 처녀들
비좁은 시가지에서 유유히 흐르는 포토맥 강 다리를 건너자, 넓고 확 트인 고속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내 과거를 뒤로 한 채 앞으로만 전진하라는 듯이….
그런데, 그 누가 알았으랴. 작은 아들의 여자에 대한 어머님의 시어머니 노릇은 내가 잠시 한국에서 선택했던 첫 두 데이트 상대에게만 극한 될 줄은…. 그리고 그렇게 기피하셨던 ‘딴따라’가 이제 한국의 위상과 국력을 드높이는 장르의 주역이 될 줄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그녀와의 사건이 있은 후, 어머니의 태도가 급변했다. 나를 그냥 두었다가는 무슨 사고를 칠지도 모른다는 급박함 때문이었을까?
적극적으로 나와 동갑이거나 나이가 어린 그리고 안전한(?) 집안의 처녀들을 소개해 주었다. 두 번의 연거푸 ‘스트라이크 아웃’을 맛본 나는 어머니가 소개시킨 참~한 아가씨들과도 만남을 갖게 되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
# 에필로그(Epilogue)
며칠 전, 내 조카(22)가 미 육군에서 휴가를 얻어 여친(25)과 함께 왔다. 그들을 우리 클럽으로 초대하여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오랜 만에 본 조카는 어린아이에서 문신을 한 젊은 군인으로 변신해 있었고, 처음 본 인상이 무척 후덕하게 생긴 여친은 평범한 백인여인이었다.
처제와 와이프는 식사 중, 두 젊은이들에게 끊임없는 질문과 의견들을 말했다. 특히 처제가 아들 여친에 대한 싫은 내색을 한국어로(조카와 여친은 영어만 한다) 본인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
조카에게 용돈도 주고 나는 별 말없이 그들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와이프가 말했다.
“쟤들을 보니 그때 당신 어머니 심정이 어땠을까, 이제 이해가 가네. 당신한테는 말을 안했는데, 약혼반지 샀나봐. 독일까지 같이 데려가면 어떡해?”
“누가 알아? 둘이 벌써 법원에 가서 결혼했을 수도 있지?”
“그럴 리가? 아이 속상해. 아빠도 없고, 직장도 제대로 없는 아이를 왜 데리고 오냐고! 당신은 엄마 말이라도 들었지, 저 얘는 지 엄마 말도 안 듣고, 속상해 죽겠어!”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세월은 흘러, 세상은 바뀌어도, 인간관계는 별반 변한 게 없다. <다음에 계속>
(jahn8118@gmail.com)
<
Jeff Ah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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