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아이콘’이라 불리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지난 9월18일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진보파 대법관 자리에 공석이 생김으로써 대법원의 보수화가 불 보듯 뻔하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의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를 후보로 지명했으며 이에 발맞추어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11월 대선 전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그를 인준하겠다고 화답했다.
보수 대 진보 대법관 4대 4의 팽팽한 대립 속에 스윙 보트로 대법원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2018년 7월 자진 은퇴하고 그 후임으로 보수파인 브렛 캐버너가 임명된 데 이어 이번 공석도 보수파 소장 인사로 충원되면 종신직인 대법관 신분상 앞으로 미국 대법원은 보수 6 대 진보 3의 불균형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다급해진 민주당의 펠로시 하원의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트럼프의 건강 상태를 놓고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과 승계 문제를 규정한 수정헌법 25조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불을 지피는가 하면 또 다른 민주당 인사들은 2016년 오바마 대통령 시절 스칼리아 대법관이 사망했을 때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대법관을 지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후임자에 대한 청문 절차조차 강력 거부했던 매코널 상원대표의 과거 행적을 들춰내고, 만약 배럿 판사 임명을 강행한다면 차기 국회에서 대법관의 수를 더 늘리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상 코로나-19로 인한 돌발사태 등 특별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배럿 판사의 임명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공화당의 그림대로 배럿이 임명되어 보수파가 수적 절대 우위를 점하게 된 미국 대법원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우선 공화당의 숙원이었던 여성의 낙태권과 성 소수자의 권리는 축소되고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법과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는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임신부의 낙태권과 DACA, 성적 성향에 따른 고용차별법 등은 올해 있었던 대법원 판결에서 보수파로 분류되었던 로버츠 대법원장이 잇따라 진보 성향 대법관들과 보조를 같이한 까닭에 5대 4로 아슬아슬하게 그 명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위기를 모면하였지만 배럿이 등판하는 순간 명줄을 다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와 달리 보수파가 옹호하는 총기 소유와 같은 개인의 전통적 권리는 배럿 판사가 작년 참여했던 캔터 대 바(Kanter v. Barr) 사건에 비춰볼 때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은 메디케어에 의료비를 부당 청구한 혐의로 연방법상 중범죄인 우편사기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캔터가 형기를 마친 후 중범죄자의 총기 소유를 금지하는 연방법과 위스콘신주 법이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된 총기 소유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이다.
3명의 항소판사가 심리한 이 사건에서 2명은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배럿 판사는 소수의견문을 통해 폭력과 비폭력범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중범죄자에게 일괄적으로 총기소유를 제한하는 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보수파의 거장인 그녀의 멘토 고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과거의 유사 판결에서 ‘수정헌법 2조가 보호하고자 하는 총기소유의 주체는 민병대가 아닌 개인’이라고 해석했던 성향 등으로 미루어보아 그의 수제자 배럿 판사는 앞으로 총기소유권을 어떻게 넓혀 나갈지 사뭇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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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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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9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jinDL 님 댓글 구구절절 옳은말씀이네요.
총기사건으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죽어간 어린 학생들을 잊지 마오. 민주주의의 산실인 미국에서 데모하다 군인들에게 총격당한 사건 잊지 마오. 자기 집 지나가며 데모하는 자들에게 총기들고 위협하는 백인들 잊지 마오. 살상무기로 무장하고 정부건물 막았던 백인 무뇌아들 잊지마오. 특히 단혈성 남자손에 죽어간 가족들 잊지 마오. 살상무기를 옹호하는 심장은 절대로 예수의 제자는 아니라는 사실 잊지 마오. 베렛이 정상적인 법조인이면 1월20일 이후에 벌어질 일도 알겠지만.... 역사에 대법관 15인으로 늘린 원인제공자로 남고 싶지 않으면...
노랭이 광대가 확진 첫날 받은 치료제는 낙태당한 태아의 세포에서 구한 항체였소. 조직적인 종교집단의 횡포는 그들의 교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다 죄인 취급하는 바람에 교리10개중 9개는 지키지 못해도 남이 1개 지키지 못하는 것을 정죄심판하는 편협적인 편리라 하겠소. 창조주 하나님의 창조물 중에 동성애자들이 있소. 창조주 원망하시오. 사람은 사람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동병상련의 기본 도리가 있어야 하오. 타고난대로 살고 싶다는데... 또 그게 창조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종교조직의 관습이오 아니면 죄인이든 못난이든 대신 죽은 예수요?
미드양, 아직도 당신의 무식함을 토해내고 있나? 이 후보의 자질과 능력에 문제를 건 사람이 있나? 청문회나 봤나? 영어가 안되서 못봤겠지만. 그렇지 뭐. 중간이라도 하면 좋겠는데... 그렇게 못하니 어찌할까?
미치 맥코넬은 대법관 인준시기를 편리한대로, 공화당의 유익을 위하여 사용하였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상원을 가져가면 6:3의 불균형을 교정해야 한다. 8:7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7:7은 보수:진보로, 그리고 John Roberts는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이 가능하도록 길 왔다갔다 하면 더 많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대법원이 될 것이다. 공화당이 고무줄같이 룰을 적용하였으므로, 민주당에서 대법관을 15명으로 증원하고, 진보,보수법관을 각각 7명까지 채우는 일에 할 말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