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 진 전쟁-. 6.25동란, 혹은 6.25전쟁. 미국식으로는 한국전쟁(Korean War). 그 전쟁에 한동안 따라 붙었던 말이다.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 북한 공산군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은 그해 10월19일 중공군의 압록강도하와 함께 사실상의 미-중 전쟁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1년. 밀고 밀리는 공방전 끝에 전황은 중부전선에 고착돼 지루한 참호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무렵인 1951년 10월5일자 유에스 뉴스 & 월드 리포트지는 한국 전쟁 상황을 보도하면서 ‘한국: 잊혀 진 전쟁(Korea: The Forgotten War)’이란 제목을 달았다. 한국전쟁은 이후 말 그대로 미국인들에게는 한동안 ‘잊혀 진 전쟁’이 됐다.
2차 세계대전은 ‘가장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가 승리로 이끈 정의의 전쟁으로 각인돼 있다. 반면 월남전은 기나긴 비극적 악몽과 같은 전쟁이었다. 그 두 전쟁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된 전쟁이 한국전쟁으로 별다른 조명도 받지 못하고 세월이 가면서 기억마저 희미해져 간 것이다. 한국전은 그러면 정녕 잊혀 진 전쟁인가.
온통 ‘항미원조’(抗美援朝), 항미원조. 항미원조란 단어로 전 중국이 도배된 것 같다. 이와 함께 ‘19만7653. 이 숫자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소셜 미디어에 넘쳐난다. 중국이 참전한 6.25에서 전사한 영웅들을 기억하라는 거다.
6.25, 중국의 공식용어로는 항미원조전쟁. 그 70주년을 맞아 중국에서 목도되는 현상이다. 드라마와 영화가 경쟁적으로 제작된다. 테마는 하나 같이 항미원조 정신을 이어받자는 거다. ‘항미원조 정신은 중국인민의 위대한 자산이다’-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가 한 마디 했다. 그러자 각급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항미원조전쟁 띄우기에 나섰다.
말장난이 심해도 보통 심한 게 아니다. 19만7653이란 숫자부터 그렇다. “리얼 에스테이트(real estate)에 신경 쓰지 말고 적에게 맥시멈 피해를 입혀라.” 당시 미군 야전사령관 매슈 리지웨이장군의 반격지시다. 이에 따라 중공군은 100만이라는 엄청난 전사자를 냈다. 6.25는 그런 면에서 중국공산당으로서도 ‘잊고 싶은 패배한 전쟁’이다.
6.25는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블레싱 하에 김일성이 불법기습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중국공산당은 이 불의의 전쟁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쟁을 ‘항미원조’란 프레임을 씌워 역사적 사실을 비틀어 대고 진실을 가렸다. 그리고는 평화를 수호하는 중국이 북한을 도와 미제국주의자를 패퇴시킨 전쟁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그러니까 팩트를 고쳐 현재에 맞춰 과거를 끊임없이 수정하는 거다’- 진실과 거짓의 분별이 사라진 세계를 그린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의 이야기다. 이와 방불한 수법을 통해 거짓 신화를 중국공산당은 ‘항미원조’란 이름하에 날조해온 것이다.
“항미원조 정신은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위대한 승리였다.” 시진핑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 역시 전쟁에서 희생된 19만7653명을 들먹였다.
항미원조란 날조된 신화, 그 안에서는 또 다른 거짓 신화가 꿈틀댄다. 한(漢)지상주의의 중화민족주의다. 시진핑은 엉터리 신화를 강조하면서 배타적 애국주의랄까, 호전적 중화중심주의랄까 하는 고스트를 불러낸 것이다. 광기가 넘쳐 흉흉한 살기마저 감도는.
이와 동시에 신 냉전 상황에서 다시 북한을 지원하며 ‘신 항미원조’전략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시진핑은 중공군 참전으로 최대피해를 입은 한국은 안중에도 없는 듯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여기서 앞서의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한국전쟁은 정녕 잊혀 진 전쟁인가 하는. “80년대 초반까지도 잊고 싶은 전쟁이 한국전이었다. 그러나 88서울올림픽, 냉전종식.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달성한 ‘선진 대한민국의 커밍아웃’과 함께 한국전쟁은 재평가됐다.”
6.25 70주년을 맞아 우드로우 윌슨센터가 내린 진단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이 막대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공산주의침공으로부터 지켜야하는 나라이고 한국전쟁은 승리한 전쟁으로 미국인들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다.
6.25를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다름에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였다’- 문재인 정권 핵심세력들이 지닌 생각으로 보여서다.
공산군침공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낸 6.25의 영웅 백선엽 장군이 별세해도 청와대는 애도성명조차내지 않았다. 벌어진 것은 그의 시신을 국립묘지에서 파내야한다는 저주의 굿판이었다.
방탄소년단이 밴 플리트상 수상소감으로 한미 양국이 함께 6.25란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자고 하자 중국의 누리꾼들은 벌떼같이 달려들어 ‘항미 반대편에 서지 말라’며 생떼를 썼다.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쳐다보기만 했다.
시진핑이 말도 안되는 항미원조를 외쳐도 문재인 정권은 침묵만 지킨다. 아니, 그토록 수모를 당하면서도 자발적 자세로 중국의 세력권에 편입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6.25의 가해자 격인 북한의 독재자를 계몽군주로 둔갑시켰다. 자국민의 죽음엔 입도 벙긋 못하고.
6.25를 조국해방전쟁, 그러니까 미완으로 그친 조국해방전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혹시 아닐까.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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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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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국립묘지에다 친일 매국노 출신을 묻을 수 있나! 이미 묻었으면 조만간 파묘하는 게 맞다. 중국 입장에서는 항미원조 당연한 소리이고 전쟁할 때는 우리도 중공 오랑캐라고 부르며 대적했고, 이제 시대가 지났으니 다 조정하여 국익에 맞게 처분하고..., 문정부 잘 하고 있다.
옥세철위원은 트럼프급이라. 트럼프만 나오면 트 트 하면서 쌍심지켜는 댓글부대가 옥위원의 글만 나오면 똑같은 강도로 침튀기며 나선다. 짐승은 자기 천적을 본능적으로 알아 본다고... 트럼프와 옥위원을 동급의 천적으로 느끼는 증거이다. 한 명은 아주 시뻘겋고 나머지도 줄줄이 좌로 하고 있는 마당에 옥위원이 고군분투하신다.
6.25사변에 남침한 중공군의 대부분은 만주 팔로군 조선족들이다. 만주 군벌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모택동이 고안해낸 꼼수이기도 하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하여 사지로 몰아넣고 나서 항미원조 운운하니 가소롭다.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논설치고는 아주 편협적이라고 생각함. 역사를 바로 잡기에는 역부족이고 진보된 시각을 외면한 글이라고 봄. 나라사랑하는 마음 알겠는데 모두의 나라 세계속의 한국인, 엮어질대로 엮어진 세계관계속에서 담뱃대 물고 에헴하는 동굴밖 호랑이 노릇하는 듯. 목적의식이 분명한 지도자는 싫어도 하고 속아도 하고 당해도 하고 분해도 하는것. 내 평생 처음으로 그런 지도자가 한국에 있어서 내평생 처음으로 한국이 고맙고 자랑스럽고 가보고 싶더라. 한국 건국부터 싫던 좋던 늘 함께 했던 중국이고 북한은 우리 한쪽이고 일본이 문제군.
지난번 글과 똑같은 논리로 보수꼴통의 시각이다 귀하는 어찌 할 수 없는 환자다.. 백선엽이 장군 이였던것 사실이지만 그가 친일 매국노 임을 부인 한다면 당신은 자격이 없다 붓을 꺽어라! 역사의 죄인이 되기전에..이승만의 반민특위 해체가 이런 악몽들을 계속하게 만든 것이다..본지 서혜숙 기자의 명연설을 참고하고 자숙하고 또 자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