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북 헛발질의 그 끝은 어디인가. 의심과 불안이 함께 밀려온다.
지난 15일에 북한의 소위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이 있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누구든 우리를 건드리면 선제적 공격을 가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울먹이며 가난과 역경을 함께 견디어 내고 있는 인민들에게 제대로 실적이 없어 미안하다는 요지의 전례 없는 사과를 연발했다. “사랑하는 남녘동포들과 굳게 손을 맞잡을 날이 찾아올 것”이라고 한껏 거만을 떨었다.
이례적으로 한밤중에 진행된 열병식 양상을 세밀하게 관찰해 보면 전시효과만 겨냥한 가면극에 불과한 작전 쇼의 내막이 그대로 드러났다. 신형 ICBM(대륙간 탄도탄)과 잠수함 탑재 미사일 전시는 아직 실험을 안 해 실전용으로까지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분히 협박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었다.
평양의 추운 날씨, 늦가을 한밤중에 수만 인민들을 새벽까지 길거리에 세워놓고 “사랑하는 인민들” 운운하는 김정은의 자기모순도 위선의 냄새가 짙게 풍겨왔다. 그런데 그는 왜 울었나? 억압받고 굶주리는 인민들의 저항 없이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감격해서 흘린 악어의 눈물이었다.
그는 집권 후에도 이복형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백주 대낮에 살해하고 다수의 정적들이 처형당하거나 실종됐다. 워싱턴 포스트 선임기자 밥 우드워드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회견 내용을 통해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포살하고 머리 없는 시신을 각료들 앞에 전시한 것을 자랑했다”는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북한의 마각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저자세 온건 대응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바로 얼마 전 서해에 표류하던 우리 해양부 공무원을 쏘아 죽인 북한은 김정은의 “미안하다”는 통지문 한 장을 보내고 나서 공동진상 조사에는 묵묵부답이다.
우리 측 언론들도 180억짜리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빌딩을 폭파하고 통신선을 모조리 끊어버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보이자 아직 사과 표명 한마디 없는 것을 까맣게 잊은 듯, 무슨 인기 스타가 나타난 듯 호들갑 떠는 보도로 일관했다.
지금 남한 상공엔 북한 무인기(드론)들이 전국을 돌며 탐색 촬영을 계속하고 있다. 작년에 ‘사드유도탄기지’ 경북 성주에서 발견된 무인기를 비롯해 추락한 무인기들이 여섯 대나 서해안과 강원도 등지에서 발견되었다.
매년 엄청난 액수의 국가예산을 국방비로 쏟아붓는데도 이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을 세우고 있지 않는 것이 우리 실태다. 북한군은 110만이고 우리 국군은 55만 정도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징병제 대신 모병제(지원제)를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발표했다. 이런 중대한 문제를 깜짝쇼 형식으로 발표하게 된 내막이 궁금하다. 이런 사안이라면 북한 핵 포기와 주한미군 철수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북미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나.
최근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공동 기자회견도 없이 끝난 것과 서훈 안보실장이 오브라이언 미국 측 대표와의 회담 후 종전선언과 북핵문제는 원래부터 협상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던 것이라고 애매모호한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종전선언’을 놓고 한미 간 의견 차이가 컸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수혁 주미대사가 국정감사에서 발언한 내용에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될 대목이 있다. 그는 “70년 전에 한국이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사는 전에도 “이제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국가”라고 했다. 이 대사는 한국을 대표해서 미국에 나와 있는 대통령의 전령이다. 그의 국익을 전제로 한 한미동맹 재고 발언은 학자가 대학 강단에서 펼 수 있는 논리일 수는 있겠지만 주미대사로서의 이런 발언은 본분을 벗어난 망발이다. 미국과 중국을 같은 급으로 대하다니 미국은 표리부동과 배신감에 충격이 컸을 것 같다. 아직도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길을 함께 지키고 있는 운명공동체다.
이수혁 대사의 망발은 미국과의 교류에 계속 걸림돌로 남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 동맹은 ‘냉전동맹’이라 했고 문정인 외교안보 특보는 “내게 최선은 실제 동맹을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자세나 고위 관리들의 북한에 대한 사고방식은 도무지 나라를 어쩌자는 것인지 알맹이도 없고 줄기도 보이지 않아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북한과 끝까지 평화공존을 모색하되 저자세로 천대받고 방황하는 혼란상은 안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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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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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정선생 당신은 고약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입니다. 자신의 언행에 책임이 따를진대 노후가 순조로와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