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무기고를 계속 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한미동맹의 느슨해짐을 막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의견차이를 좁히고,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원를 얻기 위해서다.
최근 서울의 외교안보담당 고위관리들이 여러번에 걸쳐 워싱턴을 방문하고 미국측 상대역들과 만나 북한과 주변정세를 논의했다. 결론의 핵심은 한미공조를 통하여 북한의 핵위협에 함께 대처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중국의 군사력과 기타 영향력 확장에 대해서 한국이 어느 정도로 지원 또는 참가할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미국은 중국이 지역 패권을 노리면서 규칙을 바탕으로 하는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믿고있다.
지난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회의(SCM) 후에 발표된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의 상태가 “강력하다”고 정의하고, 미 국방장관은 한국에 대한 “연합방위”에 대한 확고한 공약과 “모든 군사능력을 동원하려는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력(핵우산포함)”의 공약을 재확인했다.
한편 해결되지 않은 동맹관련 난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방위비 분담문제와 관련하여 한미간에 “공정하고 공평한” 금액의 수준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병력 수준도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 조건부 전시작전권의 이양은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잔여임기 중에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문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은 평양이나 워싱턴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북미관계에서 여러차례 제기되어 왔었다. 이 선언은 비핵화 과정의 일환 또는 그 결과로 수립될 수 있는 평화체제 논의의 시작이 될 수있다. 현 단계에서는 비핵화가 앞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평양에서는 10월 10일이 시작되는 순간, 초대형 규모 야간 행사가 펼쳐졌다. 현대 조명기술의 활용과 함께, 수 만명의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마스크도 안쓰고 행사에 참가했다. 북한의 로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군사행렬까지 포함한, 다분히 극장무대처럼 꾸며진 행사는 북한주민들에게 큰 구경거리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를 알리려는 북한의 신호는 다음과 같다.
1) 북한은 코로나 전염병을 극복했다. 2) 전기사정은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니다. 3) 북한인민은 인민을 아끼는 지도자 김정은을 중심으로 일치 단결하여 전염병과 홍수재난의 역경을 이겨내고 있다. (“혹독하고 장기화된 제재”에도 불구하고). 4) 북한은 막강한 핵 전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의 의지를 굳히고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를 위해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김정은은 적대세력에 의한 어떠한 정권 위협 행위나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서 전략억제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당분간은 비핵화보다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북한은 선제타격의 선택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남용하거나 선제타격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지만,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만약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가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면, 북한정권은 끝이 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군사행렬 말미에 최신형 ICBM과 수중발사 미사일(SLBM)을 선보였다. 이번 ICBM도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아직 실험을 한 적은 없다. 크기는 세계 최대라고 한다. 이번에 공개된 SLBM은 고체연료를 사용하지만, 이전에 공개된 것보다 몸체가 더 커젔다. 이를 설치할 수 있는 크기의 잠수함은 현재 건설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역시 실험을 한적은 없다.
무기체계 전문가들은 특히 길이와 직경이 늘어난 ICBM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거리 연장, 탄두변경, 기술, 목적 등에 걸친 다양한 분석이 냐왔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선보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실전 배치용이 아니라 전시선전 효과를 위한 모조형일 수도 있다고 의심한다. 냉전중 소련의 후루시초프가 사용한 위장술과 같다는 것이다. 가짜라고 몰아부치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북한에게 실험을 해보라는 압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한편 북한은 11월 미국의 선거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제재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그들이 발전시킨 핵무기를 지렛대로 상호주의와 점진적 접근책을 고수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라고 말한 것은 이전에 문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말을 반복한 것이다. 남쪽이 바라는 처럼,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남북대화에 응해올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은 한미동맹, 북한, 그리고 중국과 관련된 현안 문제들에 대해서 어려운 선택을 언제까지 뒤로 물릴 수 만은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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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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