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도 꽃이 많다. 생각보다 많다. 그러니 ‘봄에만 꽃이더냐, 가을에도 꽃이다’라는 생각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가을꽃을 보러 펜실베니아주에 있는 롱우드 가든(Longwood Gardens)을 찾았다. 이곳은 가을꽃에 화려한 분수가 더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입장권은 미리 구입해야 한다. 코비드-19 때문에 현장에서는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미리 구입해서 입장권을 종이에 인쇄하거나 입장권의 QR코드를 전화기에 저장하여 입구에서 스캔한다. 인원 조절을 위해 30분 간격으로 된 입장시각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 역시 코비드-19의 영향이다. 각자의 입장 시각은 정해져 있지만 퇴장 시각은 별도로 지정되지 않았다.
야외공연장(Open Air Theatre) 뒤편에 있는 정원에서 수많은 가을꽃과 상견례를 나누는 것으로 나들이를 시작했다. 이 부근을 누빈 후 호수가 있는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나비와 벌을 불러모으는 갖가지 가을꽃들의 잔치에 참여하게 된다

숲길을 지나면 오른쪽에 고요한 호수가 나타난다. 이어서 왼쪽에 있는 이탈리아식 분수정원(Italian Water Garden)을 만난다. 정원 중심부와 양쪽 바깥쪽에 퍽 많은 분수가 있는데 삼면이 나무숲이어서 분위기가 아늑하고 안정적이다. 분수 물줄기 모양이 변하기 때문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본다면 즐거움이 늘어난다. 이 정원의 오른쪽에 난 길이 시작하는 곳에 정원으로 더 가까이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리로 내려가면 왼쪽 벽을 따라 많은 분수들을 볼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이탈리아식 분수정원 오른쪽 옆길을 따라가면 길이 나뉘는데 어느 쪽으로 가든 86에이커(약 35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초원인 ▲메도우 가든(Meadow Garden)을 만나게 된다. 이 초원을 가까이 가서 보고싶으면 오른쪽 길로 가고 멀리서 보고싶으면 왼쪽 길로 간다. 메도우 가든은 다양한 코스가 있으니까 지도를 보고 선택하면 된다. 작은 다리를 건너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었다. 여름에는 초록 일색이던 초원이 가을이 되면서 노오란 물결의 바다가 되었다. 거기에 바람이 다가가면 노란 물결이 일렁이는 장관을 이루는데, 가을볕 아래에서 펼쳐지는 풀벌레 소리의 향연은 즐거운 덤이다.

다음은 ▲듀퐁 하우스(Pierce-du Pont House). 이 정원을 조성한 장본인인 듀퐁에 관한 이야기와 이 정원 조성의 역사에 관한 자료가 있는 저택이다. 듀퐁의 책상 등 여러가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해시계에 관한 설명이었다. 해시계를 만들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려고 직원 둘이서 매일 낮 12시가 되면 해그림자 위치를 측정했다고 한다. 날이 흐려서 그날의 그림자 위치를 얻지 못했으면, 그 다음날이 아니라, 다음해의 그날 또는 2년 후의 그날에 그림자 위치를 측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해시계를 완성하는데 거의 7년이나 걸렸다니까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듀퐁 하우스를 떠나 식당가로 가는 길의 오른쪽에 3층짜리 나무집이 있다. 어린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이 나무집은 커다란 튤립 트리(이 나무의 꽃이 튤립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을 안고 있다. 이 나무에는 전선 같은 것이 세로로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선은 벼락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피뢰침과 연결된 선이다.
식당가를 지나 ▲중앙분수정원(Main Fountain Garden)으로 가다 보면 잘 가꾸어 진 정원수로 조성된 조경정원(Topiary Garden)을 만난다. 다양한 모습으로 가꾸어 진 각각의 정원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 맞혀 보는 것도 재미있다.

조경정원에서 중앙분수정원으로 내려오면 본격적인 분수 구경이 시작된다. 그 중에 특이한 것은 가장 큰 분수대가 있는 곳의 바로 밑에 만들어진 동굴(Grotto) 속의 인공 폭포이다. 인공 폭포는 벽에 설치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인공 폭포는 천장에 설치되어 있다. 천장에서 바닥으로 바로 떨어지는 인공 폭포.
가장 큰 분수대가 있는 이 건물은 분수를 쏘아 올리기 위한 펌프가 있는 곳(Pump Room)인데 건물 한 켠에 커다란 변압기, 에어 콤프레셔 등 분수와 관련되어 사용되었던 시설을 보여주는 전시실이 있다.

그 건물 뒤로 가면 폭포와 작은 호수가 있고 그 옆에 종탑(Chimes Tower)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해진 시각이 되면 종탑에서 소리가 나는데, 가까이 가면 종탑에 설치된 종들을 볼 수 있다. 종을 이용해서 연주하는 이런 시설을 카리용(carillon)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전과학기술대학교에 있는 78개의 종으로 구성된 카리용이 세계최대 규모인 것으로 2004년 기네스 인증되었다.
여기서 온실(Conservatory) 쪽으로 향하다 보면 왼쪽에 아이디어정원(Idea Garden)이 있다.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진 작은 정원들이 모인 곳이다. 그 중에 먹거리 야채 등 실생활과 매우 친근한 작물들을 만날 수 있는 정원(Ornamental Kitchen Garden)은 나이 지긋한 여성분들이 오래 머무는 곳이다.

이제 ▲온실로 들어갈 차례인데, 온실 앞에서 뒤돌아서면 중앙분수정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분수쇼가 펼쳐지는데 그 때는 여기가 로열 박스가 된다. 10월까지는 금요일, 토요일에 야간 분수쇼가 있다. 그리고 중앙 분수 정원에 사용된 돌 중에는 3천 만년 전의 것이 있고 거기에는 조개 화석도 박혀 있다고 한다.
온실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식물들을 만나게 된다. 수많은 식물은 수많은 꽃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가 잘 맞으면 엄청나게 많은 꽃들을 만나게 되는 곳이다. 이 온실 바깥에 있는 ▲수련정원(Waterlily Display)에서 수련(睡蓮)을 만날 수 있다. 수련정원은 커다란 사진기로 사진 찍는 사람을 항상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롱우드 가든에 관해 소개하였지만 여기에서 아직 언급하지 못한 곳이 있다. 그만큼 여기는 넓다. 나머지는 직접 방문하여 살펴보시기를 바란다. 올해 10월 1일부터 내년 1월 10일 사이에는 모형기차 전시회(Garden Railway)가 진행된다는 것도 참고하시고. 이번에도 이곳에서 촬영한 것을 유튜브에 올렸다. <김성식 롱우드 가든>으로 검색하면 가을날의 롱우드 가든 모습을 볼 수 있다.

# 방문정보
주소 : 1001 Longwood Road, Kennett Square, PA 19348
인터넷 : https://longwoodgardens.org
* 분수쇼 일정 등 당일 정보가 인터넷에 공지(Today at Longwood)되므로 반드시 확인 바람

개장시간(10월 31일까지의 적용)
- 월, 화, 목, 일 : 오전 10시-오후 6시 (수요일은 휴장)
- 금, 토 : 오전 10시-오후 9시 (10월까지 야간 분수쇼가 있음)
* 개장시간은 계절에 따라 변경되므로 인터넷으로 확인 필요

입장료
성인 : 25달러
할인 : 62세 이상, 대학생(신분증 지참), 18세 이하, 전현역 군인(신분증 지참)
무료 : 4세 이하
* 성탄시즌(11/20-1/10)에는 조명쇼가 있어서 약간 인상된 요금 적용

주의사항
- 입장권은 인터넷으로 사전 구입
- 음식물 반입 불가(물은 휴대 가능) : 가든 안에 식당, 스낵코너 있음
- 가든 전체가 금연 구역
- 코비드-19 때문에 화장실도 제한적 개방 : 첫 화장실은 입장 후 100m 거리
- 종이 지도 없음 : 인터넷 연결하여 스마트폰으로 보거나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 참조

<김성식 / 스프링필드,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