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제8대 현종 때인 1023년에 지금의 김해부근에 지진이 나서 해괴제(解怪祭)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로 이어져 내려와 궁궐에서 부엉이가 운다든지, 절의 불상이 땀을 흘린다든지, 바닷물의 색깔이 붉게 변한다든지 하는 등 나라 안에 괴이한 일이 생기면 제사를 지내 불길한 기운을 없애려 했던 것이다.
개인들은 물론이고 왕이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 하는 일들이 생기면 아랫것들이 뭔가는 해야 할것 같아서 난리법석을 떨었을 것으로 짐작은 간다. 이걸 ‘해괴제’라고 했다니 아래 열거한 몇 가지를 보자면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전광훈이라는 목사가 있다. 한국의 일각에서는 대통령은 모르더라도 이 사람이 하는 설교나 괴담을 더 많이보고, 더 믿고, 더 환호한다. 선거때가 되면 정치인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요란하다. 목사신분으로 정치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허위사실 유포로 교도소에 갇혀 있던 사람이 ‘여차하면 급사할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서로 보석신청을 해 교도소에서 나온다. 그리고 지난 8.15일에 전국각지에 모이라고 하여 2만명 이상을 모아놓고 서울의 한복판에서 ‘코로나 파티’를 아주 ‘거’하게 벌였다. ’코로나는 사기극이고, 자신을 믿으면 걸리지 않는 감염병이다. 북한에서 자기교회에다가 코로나균을 퍼부었다’는 등 횡설수설하는 사이에 자신은 물론이고 수천명 교인들, 마이크잡은 사람, 악수했던 사람들 모두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미국은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최고라고했던 의료기술과 과학은 무참하게 무너져버렸다. 9월 21일 현재 누적 확진자 700만명, 사망자 20만명을 넘어버렸다. 매일매일 900명씩이 죽는다. 처참하기가 그지없다. 이에 비해 한국은 확진자 2만여명, 사망자 380명이다. 서로 비교불허다. ‘방역과 경제’는 상반의 관계이다.
방역을 하자면 경제가 위축되고, 경제를 위하려면 방역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지금 세계 각국 정부는 이것이 초미의 관심이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도 독보적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영국과 스페인은 OECD내에서 백만 명 당 코로나 희생자도 최다이고 경제활동도 최악이다. 지난 6월까지 12개월 동안,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21.7% 감소했고, 스페인은 22.1% 감소했다. 목숨을 구했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영국은 백만 명 당 희생자 611명, 스페인은 백만 명 당 희생자 622명을 냈다. 반면 한국은 백만 명 당 6.3명의 사망자를 냈고, 경제성장률은 ‘겨우’ 2.8%밖에 떨어지지 않았다(9.13일 발표). 이는 정부의 대처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는 한국인들의 ‘국민정신의 승리’라고 본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나라와 국민건강의 중심에 있어야할 의사들이 느닷없이 들고 일어났다. 그 이유가 의대정원 늘려서 국민건강지키자는 정부방침에 의사협회, 전공의, 의대생들까지 가세하여 파업을 했다. 인구 천명당 의사숫자가 2.2명으로 OECD 최하위권인 현실에서 20년전부터 꾸준히 의대정원 늘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제기되어 온 일이다. 그동안 실행되지 못해서 한국의 농어촌 벽지에는 의사가 거의 없다. 이런 곳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되 10년간 의무복무조건인데도 그렇다.
의대 6년 공부하는 시간까지 치자면 앞으로 16년후의 밥그릇을 지키겠다고 저 난리다. 독일은 4.1명인데도 이번 코비드사태로 올해부터 매년 5천명씩 증원키로 했단다. 가장 환영한 집단이 의료계였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또한 해괴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가하면,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인 ‘위더피플(We the People)’에 문재인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청원이 현재 가장 많은 동의 수(85만명)를 기록하고 있다(9월10일현재). 해당 청원은 지난 4월 23일 처음 올라왔다. 청원인은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미국에 퍼뜨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동맹 및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결탁했다”와 같은 주장을 한다. 전 미국을 떠들석하게 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관련자 처벌 요청(44만 명 동의)보다 2배가 넘는 숫자다. 미국에 사는 한인동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아비가 보기 싫다고 해도 ‘이웃집 아저씨에게 우리 아버지 좀 두들겨 패 주세요!’ 할 수는 없는 짓이다. 도대체 어디 사는 누가 이랬을까, 망칙하기까지 하다.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고, 해일로 바닷물이 솟구친다. 대낮에 일식으로 태양이 없어져버린다. 흔치않는 일이다. 평생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해괴하기 짝이없는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에 이런 황당무계하며 해괴망칙한 일들이 자연현상도 아니고 특정인들에 의해서 거의 매일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실제로는 목사 몇명일 뿐이요, 의사 몇명이 그렇고. 미국내 한인동포 대부분은 코로나문제, 생업문제, 양국간의 문제등으로 사실은 백악관 청원 같은 걸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차라리 그 옛날이라면 제사라도 올려버리고 잊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이런 걸 몰라서 그러겠는가 생각하니 그저 이 가을에 ‘허허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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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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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헛소리 선동질...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라 니들만 사는 세상이지... 역사와 나라를 향해 옳은 말을 한 사람이 누구라는 것은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쪽팔린줄 알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