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y는 형용사, 동사, 명사 모두 쓰이는데 수줍다거나, 조심성 있고, 심하게 말하면 살짝 모자라는 사람을 일컬을 때도 쓰이는 말이다. 사람한테 샤이를 쓰는 건 보통 수줍어하는 성격을 말할 때 많이 쓰인다. 그래서 샤이라는 말은 조금은 안쓰럽고 보듬고 싶은 약한 느낌의 단어다.
그러한 샤이가 이번엔 엉뚱하게 트럼프를 말없이 지지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샤이 트럼프’라는 말로 붙여졌다.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결속력으로 무장하고 버팀목이 되어줄 ‘콘크리트 부대’도 모자라 이제는 다른 사람 앞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숨은 조력자가 되어 트럼프를 지지하는 부대를 뜻한다.
대선을 겨우 38일 남겨둔 시점에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갑자기 타계하시면서 더 심하게 대선을 흔들고 있다. 연방대법관은 총 9명으로 보수와 진보성향의 법관으로 나눌 수 있다. 지금까지는 5대 4로 보수가 한 명 많은 상황으로 어느 정도 견제가 될 수 있었지만, 진보성향 중의 한 명인 긴즈버그가 없는 지금 시점에서 트럼프가 자기편 즉 보수세력의 후보를 임명한다면 6대 3으로 영향력 행사에 커다란 변수로 남을 수 있기에 지금이 아주 중대시기라 할 수 있다.
특히 긴즈버그는 대표적 페미니스트로 진보진영의 아이콘이 되어 젊은 층의 지지세력이 많았을뿐더러 진보성향을 가진 많은 미국인에게 사랑을 받아온 인물이다. 성 소수자의 편에서 판결을 내렸고 이민자들의 입장을 대변했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한층 격상시켰을뿐더러 그녀 자신이 유태인임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관대함과 그에 앞선 인간존중의 사랑이 밑바탕에 깔린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었다.
가장 크게 감동적으로 와 닿은 추모객은 단연 그녀의 20년 지기 헬스 트레이너다. 트레이너 덕분에 그녀의 건강이 지금까지 유지되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측근으로 그녀를 극진히 보살펴 왔다는데 그녀 앞에서 묵념을 하고 양복을 입은 채로 바닥에 손을 대고 팔 굽혀 펴기 3번을 마치고 천천히 일어나 옷을 가다듬고 다시 묵념을 하고 돌아서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자칫 웃음거리가 될 행동을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그녀와의 추억을 나누는 행동에 대해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다는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아직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이런 행동은 긴즈버그가 열린 사고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대변해 주는 일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 사회 시선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아직 관 뚜껑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트럼프는 그새 자기 사람을 내세우고 있다. 에이미 코니 베럿이라는 1973년생으로 법관 중 가장 어린 사람을 콕 찍어 지명했다. 당연히 보수성향이 강한 판사다. 특히 7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다둥이 엄마답게 낙태 금지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총기 소지에 관한 법 해석을 보수 쪽으로 손을 들어 일반 시민들에게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우는가 하면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도 옹호하는 성명을 내놓았기에 긴즈버그와 완전히 상반된다.
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도 없지만, 세계의 리더로서의 자질은 아예 없는 그냥 부유한 비즈니스맨이다. 지금도 자신의 부를 늘리기 위해 세법도 바꾸며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고 여자를 자기의 놀잇감으로 간주하여 미성년자에게도 함부로 말하고 여자와의 스캔들이 이제는 식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도덕적으로도 저급 인생이다. 이민자들을 미국의 동맹이 아닌 적으로 간주하는 사고가 불균형된 사람을 어찌 하나의 나라도 아닌 이 세계의 리더로 생각할 수 있을까?
긴즈버그의 유언은 이렇다. “대선이 끝나고 차기 대통령이 자신의 후임자를 뽑길 바란다.” 그녀가 얼마나 불안했으면 이런 유언을 했을까? 라디오 방송에서도 밝혔고 손녀에게도 유언을 남겼다는데 트럼프는 이런 말도 조작이라고 하니 반대로 그의 어떤 말이 과연 진실일까? 하나 덧붙여, 만약 트럼프 자신이 대선에 진다면 불복한다는 말을 벌써부터 대놓고 하는 사람이다. 샤이 트럼프라고 하는데 샤이를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수줍고 어리숙하고 말 없고 조용한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할 리가 없다. 샤이가 아닌 ‘요란한 트럼프’(Brash Trump)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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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 엘리컷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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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트럼프 욕을 하든 말든 그는 현재 미국의 대통령이다 박근혜를 조롱하던 ********* 버릇이 여기서 또 나오는 구나 다른 사람에 대한 올바른 이해보다 선동과 조롱으로 점철하던 그 더러운 습관을 어디서 들이밀고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