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한인사찰들이 9월28일 조촐한 추석법회를 봉행했다.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10여년 전 불황 이후 신도감소를 겪어온데다 올해 코로나에 산불까지 겹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은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최근 수십년간 북가주 한인사회의 종가사찰 같은 구실을 해온 샌프란시스코 여래사는 주지공백 한달이 지났다. 전 주지 광전 스님이 건강상 이유로 물러나 8월 말 귀국한 뒤 아직까지 후임 주지가 없다. 8월 중순 시작된 대형산불 때문에 여래사로 피난갔던 리버모어 고성선원장 진월 스님이 여래사를 대신 지켰으나 그 역시 추석법회를 끝으로 한국으로 갔다. 한달간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북가주로 돌아오더라도 여래사의 후임주지 유무와 관계없이 고성선원에 머물 예정이라고 한다. 때문에 여래사는 10월 말로 예정된 개원 40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할지, 한다면 어떻게 할지, 이렇다할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후임주지를 찾지 못한 가운데 개원기념법회를 하기로 한다면 이를 주재할 스님이 단기파견되든지 설조 스님이 직접 오든지 할 것이라는 추측이 오가고 있다. 속리산 법주사에 머물고 있는 창건주 설조 스님은 고령인데다 미국의 코로나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그의 여래사 직접방문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생각인 듯하다.
샌프란시스코 페닌슐라지역에 자리잡은 또다른 한인사찰 불광사는 약 10년간 주지가 없었다. 일요법회 등 정기/부정기 행사도 거의 없었다. 불광사의 닫힌 문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뜻밖의 희소식이 전해졌다. 전해진 방식도 뜻밖이다. 창건주 겸 초대주지 송운 스님이 지난 7월 제20대 선학원 이사장으로 추대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본보 기사에, 기사의 진위나(첫번째 사안) 기자의 진의에(두번째 사안) 관계없이 스님 입장에서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두 가지 대목을 곁들인 것에 대해 스님의 대리인이 8월4일자 항의서한을 보내오면서 “사찰로서 영원한 존속과 번영을 기하기 위해 현재 한국에서 많은 스님들과 상의했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기자는 불광사가 열린 부처님 도량으로 거듭난다는 취지의 후속기사를 내보내고 아울러 항의사안에 대해서도 스님측 주장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기자의 해명을 잇는 방식으로 처리할 것을 약속했다. 후속기사와 관련기사는 얼마 뒤 선학원 이사장 취임식(9월21일/한 불교매체에 따르면, 이는 부처님께 임기시작을 고하는 고불식이고 정식 취임식은 10월 말로 예정돼 있다고 함)까지 자제해달라는 스님측 요청에 따라 보류됐다. 한편 9월18일 공식임기가 시작된 송운 이사장은 9월21일 선학원 중앙선원 법당에서 고불식을 봉행하고(사진/출처-선학원 홈페이지) 공식임기를 시작했다.
마리나시티 우리절은 법당과 휴게실이 전후좌우 6피트 거리두기를 실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협소한데다 신도들이 7,80대 이상 고령이어서 당분간 열린 듯 닫힌 상태를 유지할 것 같다. 주지 운월 스님은 올해 초 남가주 라노에 세운 제2 우리절에 주로 머물면서 한달에 두 번 법회와 재 등을 위해 마리나시티행을 반복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사찰관리 등을 위해 부정기적으로 몇차례 다녀갔다. 제2 우리절은 최근 산불이 불과 몇백미터 앞까지 접근, 운월 스님이 비상탈출 준비를 하는 등 소동을 겪었다고 한다.
리버모어 남쪽 해발 3천피트 가까운 높은 산 정상부근에 자리한 고성선원도 한달반째 비어 있다. 8월 중순부터 9월말까지는 산불 때문에, 10월 한달은 스님의 방한 때문에 부득이 비워질 수밖에 없다. 비상대피령에 따라 리버모어 시내 커뮤니티 센터에서 하룻밤 묵은 스님은 이튿날 여래사로 옮겨 지내오다 9월28일 추석법회를 마치고 행사참석 등을 위해 한국으로 갔다. 산불 피해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일단 창고는 전소됐다. 본채는 처마끝 뒷산까지 불탔음에도 거의 온전하게 남았다. 선원 이웃 민가는 잿더미가 됐다고 한다. 진월 스님은 김해 사티아라마에서 17일 열리는 인도불사 후원 복전법회 등 불교관련 일정(스님의 칼럼 참조)을 마친 뒤 “건강검진 및 미루어둔 현지 일들을 보고, 10월말에 고성선원으로 돌아와 산불 잔재를 정리하고 겨울나기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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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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