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위조화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데릭 쇼빈(Derek Chauvin, 44)이 용의자인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46)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의 목을 길바닥에 무릎으로 짓눌러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하여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8분 동안 숨을 쉬지 못해 괴로워하며 죽어가던 플로이드의 현장 동영상은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었고, 이에 공분한 시민들은 사건이 일어난 거리에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고 적힌 팻말과 함께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치며 연일 항의시위를 펼쳤다.
유감스럽게도 플로이드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목숨을 잃은 첫 번째 흑인 희생자도, 마지막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사망 이후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술에 취해 자신의 차에서 자고 있던 운전자를 체포하려다 저항하자 총기를 발사해 죽인 레이샤드 브룩스 사건이 일어났고, 폭행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용의자가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자동차의 운전석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등에 7발의 총알을 발사한 제이콥 블레이크 사건, 대니엘 프루드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왜 이런 황당하고 끔찍한 사건이 빈발하는 것일까?
먼저 심리학자들은 경찰관들이 가진 인종적 편견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즉 경찰관들에게 흑인 남성은 위험하다는 잠재의식이 있기 때문에 작은 저항에도 순간적으로 판단력을 잃고 과잉진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국제학술지 PNAS(미국국립과학원 회보, 2019.8)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통계상 미국의 흑인 남성 1,000명 중 1명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다. 특히 2~30대 젊은 흑인 남성들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은 전체 백인 남성들에 비해 2.5배나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 등의 유력 매체들은 제도적인 관점에서 ‘공무원 면책권(qualified immunity)’을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보도했다. 공무원 면책권이란 공무집행 중 발생한 일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대신 공무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법리로, 흑인 인권운동이 한창이던 1967년 피어슨 대 레이(Pierson v. Ray) 사건에서 연방대법원 판례로 처음 확립되었다.
1961년 인종분리 정책에 맞서 버스를 타고 남부를 돌며 ‘기도순례(prayer pilgrimage)’를 하던 흑인과 백인 목사 일행은 미시시피의 주도 잭슨의 버스터미널에서 인종분리 표지를 무시하고 다 같이 백인 전용 대합실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경찰관 레이에게 체포되었다.
이후 이들은 재판을 통해 4개월 징역과 2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당시 뉴욕주지사 넬슨 라커펠러의 사위이기도 했던 피어슨 목사는 곧바로 재판장과 경찰이 자신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때 공무원이 악의 없이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면책권이 부여된다고 판결했던 것이다.
국민 누구나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환경에서 소수의 공권력으로 광활한 국토를 담당해야하며, 변호사 천국으로 불릴 만큼 경찰관에 대한 소송이 잦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무집행 중 발생한 일에 대해 공무원 개인이 책임을 져야한다면 직무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면책권을 ’(공무원은) 상식적인 사람이 알 만큼 명확히 수립된 법적,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공무 중 행위와 관련해 피소되지 않을 권리’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로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경찰이 이 면책권을 믿고 자주 무모한 사고를 일으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연방 상원과 하원 합동으로 면책권을 없애는 경찰개혁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부응하여 콜로라도주는 경찰의 면책권을 없앤 첫 번째 주가 되었으며, 뉴욕 주의회는 경찰의 불법 행위로 제기되는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관들로 하여금 개인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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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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