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실무회의에서 교육감이 제안한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TJ)의 입학사정 정책 변경안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정책 논의의 졸속성에 있다.
TJ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인종적 분포에 있어 그룹간의 격차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학교는 1985년에 과학고로 세워져 특별 입학 사정을 통해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학생들을 페어팩스 카운티 뿐 아니라 북버지니아의 다른 교육청 산하 지역으로부터도 받아 왔다. 그런데 아시안 학생들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 현재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다른 인종 그룹의 비율은 감소해 왔고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 숫자는 미미하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교육청은 인종적 분포가 좀더 균형이 잡히도록 하는 노력을 그동안 다방면으로 살펴 보고 시도해 왔다. 내가 20년 이상 교육위원으로 있는 동안에도 여러차례 깊이 문제점들을 들여다 보았고 대책을 강구했었다. 그러나 불균형은 좀체로 달라질 기미가 없었다. 이는 아마 인종적 그룹 사이의 학업성취도 차이에는 단시간 내에 해결될 수 없는 뿌리 깊은 이유가 존재하고 있지 않나 짐작한다.
그러한 이슈 해결을 이번에 교육감이 단 3주간의 논의를 통해 바로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교육감은 9월15일에 처음으로 정책 변경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한 후 10월 8일의 교육위원회 회의 때 결정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타임라인은 카운티 주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페어팩스 주민들의 의식 수준과 교육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참여 희망도는 미국의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카운티가 미국 및 세계 정치의 중심지인 미국의 수도 가까이에 위치 하고 있고, 민주적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지 모른다.
주민들의 높은 교육 수준 또한 자녀들에 대한 교육열이 높게끔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그만큼 공교육에 거는 기대도 상당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교육감이 제시한 3주라는 타임라인은 많은 사람을 더욱 놀라게 했다.
실제로 교육감의 제안이 논의된 당일 교육위 위원들에게 조차 제안 자료가 논의 시작 2시간 전에나 주어졌다. 그것도 교육위원들이 다른 안건으로 논의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바쁜 시간 중에서야 말이다. 이같이 중요한 안건은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료를 검토해 보며 그 것을 바탕으로 질의하고 논의하는데 그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되고 말았다.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서야 교육위원들에게 자료가 주어지고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절차적 투명성의 중요가 강조되는 민주적 원칙에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이는 교육감이 고의로 그랬던지 아니면 마지막 순간까지 본인의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늦었던지 둘 중의 하나였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는 이 논의가 3주안에 졸속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평소처럼 정보 제공 모임이나 공청회를 통해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종 차별적 요소가 담겨 있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사안을 이대로 밀어부치는 것은 옳지 않다.
엊그제 23일 수요일 저녁에 1시간 정도 교육감 주도로 열린 온라인 타운홀 미팅은 할애된 시간이나 참여자 범위 면에서 볼 때 미흡했다. 그리고 현재의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에는 이러한 깊은 정책 논의 과정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는 교육위원들이 많다. 그것도 우려되는 현실이다.
아무리 최종적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고 해도 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될 때 그 결론은 권위를 잃게 된다는 것을 교육의원들이 인식하기 바란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교육위원회는 현재 논의되는 제안은 이번 8학년 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공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감의 제안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커뮤니티의 참여 하에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본인의 생각을 schboard@fcps.edu로 이메일을 보내 교육위원들에게 알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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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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