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투표결과로 대통령 당선자가 한동안 결정되지 못할 조짐이 커지고 있다. 2000년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의 당선이 선거일로부터 36일이 지나 대법원에서 확정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플로리다 주에서 알 고어(Albert Gore) 당시 부통령이 겨우 400여표 차로 패배하자 사람에 의한 직접 재개표를 주장했고 플로리다 주 대법원은 알 고어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5대4의 결정으로 플로리다 주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재개표 중지를 명령함으로써 부시 후보의 당선을 확정해 주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결과에 대한 싸움은 훨씬 더 복잡하고 혼미스러울 것 같다. 싸움의 불씨부터 한 개 주의 근소한 개표 차이처럼 단순하지 않을 것 같다. 대량의 우편투표로 분쟁도 여러 개 주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할 것 같다.
연방헌법은 대통령 선거인단과 상하의원 선출 방법을 제외한 선거에 관한 대부분의 권한과 책임을 주에게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50개 모든 주가 자치적으로 부재자 투표를 포함하여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우편투표를 허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는 워싱턴 DC와 33개 주가 모든 유권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우편투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많은 주에서 우편투표가 실시되고 있다. 투표장을 통해서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편투표를 하겠다는 대다수의 유권자는 바이든을 지지하는 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대다수는 직접투표를 선호한다고 한다.
민주당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많은 주들이 이번 선거에서 우편투표를 확대실시 하기로 결정한 것이 코로나19 감염위험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가 우편투표로 인한 불법선거의 가능성을 계속 지적하는 이유도 이해가 간다. 실제로 우편투표는 투표자 본인 확인의 어려움, 우편배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 개표절차와 결과에 대한 분쟁 등 많은 문제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지난 예선 동안만 해도 뉴저지 주에서는 무더기 우편투표 부정으로 4명이 체포되었는가 하면 뉴욕주에서는 우편투표의 개표가 수개월씩 지연되기도 했다. 오는 대선에서 얼마나 많은 주에서 얼마나 많은 분쟁이 터져나올지 모를 일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진영은 모두 강력한 법률팀을 구성하고 법정싸움을 전개할 전투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이다. 대선 싸움이 대법원으로 번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 거기다가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대법관의 사망으로 대선의 승부가 어디에서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 조차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만약 선거 전에 긴즈버그 후임 대법관이 임명되면 트럼프와 공화보수 쪽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보수성향의 대법관이 6명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임 대법관이 선거 전에 임명되지 못하면 대법원은 8명의 대법관으로 대선의 승부를 판결해야 한다.
만약 대법원이 4대 4로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되면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결이나 주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게 된다. 그러나 만약 12개의 순회항소법원으로 부터나 50개 주 대법원으로 부터 비슷한 분쟁에 대한 판결이 틀리게 나온다면 연방헌법이 순회항소법원의 지역이나 주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헌정의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을 선거전에 임명하려는 공화보수계와 그를 저지 하려는 민주진보계의 전력투구의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다. 극좌 진보세력은 대법관 후임자가 임명되면 폭력으로 정치 사회 구조를 뒤집겠다고 협박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자들도 만약 대법관이 선거 전에 임명되고 오는 선거에서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원을 장악하게 되면 상원의 입법규정을 바꾸어 대법관 수를 늘리고 다수의 진보계 대법관을 임명하겠다는 협박의 암시를 던지고 있다. 심지어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차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긴즈버그 후임 대법관 임명과 대선의 결과가 어디에서 어떻게 결정될지, 그리고 그의 후 폭풍이 얼마나 오래동안 계속될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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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춘 /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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