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비핵무기지대(NEA NWFZ)의 개념을 통해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 본다. 지난 4반 세기동안 온갖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봤으나, 모두 한반도 비핵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NWFZ의 목적은 지정된 비핵무기지대로부터 핵무기의 존재나 통과를 금지하고, 외부 핵위협으로부터 참가국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있다. NPT(핵비확산조약)이 인정하는 미, 러, 영, 불, 중국 등 5개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가입국들의 안전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따라서, 이 개념을 적용하면, 북한이 필요로 하는 체제안전을 평화체제의 수립과 함께 이중으로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현재 북미사이에 합의가 없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에 대한 정의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가 없으면, 핵협상의 최종 상태를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한국과 미국은 과거에, NWFZ 제안들은 선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냉전기간 중 북한이나 기타 공산국들이 제기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북한의 비핵무기지대 제안에는 주한미군 철수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북한은 앞으로도 NWFZ와 관련해서 미군철수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문제가 비핵무기지대 설정에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다.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에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남조선에 있는 미군이 우리를 쳐들어 오는 훈련을 하지 않고, 조선반도와 주변에서 세력 균형과 평화를 지킨다면, 남조선 미군 주둔을 반대하지 않는다” 라고.
한편, 북한은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 비핵무기지대 뿐만아니라 그 주변 국제해상 영역에서도 핵무기의 존재나 통과를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즉 북한은 위협적인 미국의 전략폭격기, 잠수함, 항공모함등이 핵무기를 싣고 한반도 주변에 출동 내지 통과하는 것을 반대할 수 있다.
현행 국제법상, 비핵무기지대가 인정되더라도 주변 국제해상에서 일반 선박이나 핵무기 운반 선박들의 항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정된 핵보유국들이 비핵무기지대 인근 국제적 공해영역에서 핵무기의 운반을 금지하는 제안에 합의하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편, 현재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고 있는 확장된 핵 억제 장치(Extended Nuclear Deterrence 통칭 핵우산)을 철회하고, 재래식 군사력 억제체제로 대체하는 문제는 신중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이를 수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 한편, 지금까지 해왔던 비핵화 방법도 새롭게 혁신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1)북미관계개선, (2)평화체제 수립, 그리고 (3)“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3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창의적인 새로운 접근책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최선의 비핵화 방법은 장기적으로 단계적 협상을 하되, 상호간의 동시 행동조치와 검증절차, 그리고 조건부 제재해제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만약 북한이 약속이행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재를 즉각 부활시킬 수 있는 스냅백 (snap-back) 조치를 마련할 수 있다.
이 세가지 분야의 협상이 타결되면, 그 결과를 NEA NWFZ 개념과 접목하여 비핵화와 핵무기 위협 방지, 그리고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를 보장하는 합의들을 한데 묶어, 하나의 큰 틀로 포괄적 해결방법을 만들 수 있다.
동아시아 비핵무기지대가 필요한 검증체제를 갖추고 출발하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핵전쟁방지를 위한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약 한반도나 주변에서 핵전쟁이 나면, 모두가 공멸한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완충지대를 원해왔다. 중국은 또 한반도와 지역의 안정을 원한다고 말해 왔다. 한편 일본은 핵폭탄의 처참한 비극을 실제 겪은 유일한 나라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우려하는 일본에게도 비핵무기지대의 설정은 완충지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중국과 일본은 동아시아 비핵무기지대 설치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비핵무기지대는 중일간에도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에 동의할 것이냐에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있는 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도 단언할 수는 없다. 11월에 누가 당선이 되든, 현재와 같은 핵무기 경쟁과 핵전쟁 가능성의 위협은 끝내야 한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지역의 긴장완화와 안정 구축에 필수적인 요건이다. 지난 25년간 실패한 비핵화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 모두가 분발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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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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