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r down this wall!”
“장벽을 허물어라!” 라는 위의 말은 1987년 6월 12일에 레이건 대통령이 당시의 서베를린 시민을 대상으로 한 유명한 ‘장벽 연설’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동서독을 나누고 있던, 아니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를 나누고 있던 상징적 존재인 벽을 허물라고 소련의 고르바체프 공산당 서기장에게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이다. 그리고 2년 후에 베를린 벽은 무너지고 그 다음 해에 독일은 통일했다.
그런데 나는 이 구절을 이번 주 화요일에 열린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실무회의에서 들었다.
오랜 기간 동안 미국에서 최우수 고등학교 중 하나로 여겨져 오는 Thomas Jefferson High School for Science and Technology(토마스 제퍼슨 과학고: TJ)의 입학사정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교육감이 입학사정에 사용되는 시험을 ‘Wall’, 즉 ‘벽’이라고 지칭하며 이를 허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는 그 시험을 벽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꼭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감이 당일 구사한 어조는 상당히 유감스러웠다.
발언하는 교육감의 모습은 교육자라기 보다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거나 대중을 호도하는 정치인 같아 보였다. 내가 몇 년 동안 같이 일할 때 가끔 보여주었던 실망스런 모습의 재현이었다.
나는 과거에 교육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게 될 듯 해 안타깝다.
나는 20년 이상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으로 일하다가 작년 말에 은퇴했다. 그 후 교육위원회 일에는 가능한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교육위원회 회의를 참관하거나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찾아보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TJ 입학사정 정책 변경을 논의한다는 소식에는 그대로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겠다 싶었다.
사실 그 논의에 앞서 나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 연락해 온 교육위원들도 있었다. 그들이 나를 찾았던 이유는 나의 오랜 교육위원 경험에서 보는 시각도 중요하게 여겨졌을 수 있으나, 그 보다는 아마 TJ 학생들의 70%가량이 아시안계라고 할 때 아시안인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이번에 논의되는 내용을 이번 한 칼럼으로 모두 다루기는 어렵다. 그래서 몇 번에 걸쳐 계속 쓰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 교육감이 교육위원회에 제안한 입학 사정 정책 변경의 요점은 입학 시험을 폐지하고 학교성적 평균이 4.0 만점에 3.5, 즉 A와 B 중간, 이상인 학생들에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합격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카운티가 현재 5개의 Region(지역)으로 나뉘어져 각 지역마다 5-6개의 중학교가 속해 있는데, 한 지역에서 70명씩 균등하게 합격시키자는 것이다.
이러한 입학사정 정책 변경 결정을 오는 10월 8일에 있을 교육위원회에서 내리고 올해 8학년 학생들부터 적용하자고 한다.
그렇게 하면 TJ에 합격할 수 있는 흑인, 히스패닉과 백인 학생들은 늘어나고 아시안 학생들은 반대로 감소해 인종별 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빈곤층이나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의 숫자도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게 할 때 TJ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다양한 그룹의 학생들에게 제공되어 더욱 공평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에 대한 타운홀 미팅이 오는 9월 23일에 온라인으로 열린다고 한다. 이에 대한 정보는 다음 링크에 들어가 맨 아래 부분을 보면 된다.
https://www.fcps.edu/news/superintendent-presents-recommendations-improve-diversity-tjhsst-establishing-merit-lottery
그리고 지난 화요일 이 이슈를 논의한 교육위원회 회의의 약 3시간 반 가량의 비디오는 아래의 유튜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Fairfax+County+School+Board+Work+Session+September+15%2C+2020
이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의 주의와 참여를 부탁한다.
<
문일룡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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