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리버티 대학 총장이 사임했다. 그런데 사임 후 앞으로 2년 간에 걸쳐 월급 보상 명목으로 250만불 그리고 2년 후에는 퇴직금으로 800만불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보상은 모두 작년 7월에 체결된 대학과의 고용계약 조항에 의거해서라고 한다. 나는 이런 뉴스를 듣고 두 가지 점에서 크게 놀랐다. 우선 대학 총장 퇴직금의 규모가 이 정도나 될 수 있다는 자체를 믿기 어려웠다. 그리고 이번 사임의 배경을 고려할 때 과연 고용 계약서 상의 퇴직금을 그대로 다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충분했는지도 의아했다.
리버티 대학은 사립이고 기독교계열 대학이다. 워싱턴 D.C에서 버지니아 주 남서쪽으로 약 3시간 반 정도 차로 운전하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 대학은 1971년에 린치버그 침례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다가 1977년에는 리버티 침례대학, 그리고 현재의 이름은 1985년부터라고 한다. 처음 세워졌을 때의 이름으로부터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학교의 종교적 색채, 특히 보수적 기독교관을 가지고 있는 학교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학의 설립자였던 제리 폴웰 시니어 목사의 성향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설립자인 폴웰 목사는 2007년에 사망할 때까지 36년간 초대 총장으로 학교를 이끌어 왔다. 미국 내 보수 기독교인들에게 제법 존경을 받았고 공화당 정치인들에 대한 영향력도 상당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지지를 받기를 희망했다. 나와는 정치적 이슈나 성직자의 현실 정치 관련 정도에 견해 차이가 제법 있어 큰 호감을 가지진 않았다. 그래도 자기 개인의 욕심을 챙기는 사람은 아닌 듯 해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에 이어 총장으로 부임한 제리 폴웰 주니어에 대해서는 도저히 같은 점수를 줄 수가 없었다. 특히 대학 총장 자리에 있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든지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에 있어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건강 보다는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도움을 주기 위한 언행 등은 용서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학생들에게 기독교인으로서의 모델이 될 수가 없다며 그 역할은 학교의 교목이나 교수들이 해야 한다고 자신의 비기독교인적 행태를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그가 폴웰 목사의 아들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게 했다.
그가 총장으로 있으면서 행사했던 권한은 가히 전제주의적이었다고 한다. 아마 그랬기에 작년 7월에 서명된 고용 계약서에도 그렇게 큰 액수의 퇴직금 조항이 들어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학생들로부터 받는 학비나 외부로부터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교육기관의 수장이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 사장처럼 큰 액수의 퇴직금을 받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미 연봉만으로도 백만불이 넘는데 그러한 퇴직금 수령은 교육자가 요구해야 할 것도, 대학의 재단이사회에서 허용해야 할 수 있는 액수도 아니라고 본다. 그러한 여유 자금이 있다면 가난한 학생 한 명이라도 더 위해서 썼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폴웰 전 총장의 고용 계약서를 살펴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통상적인 고용 계약이라면 총장의 행위가 대학의 명예에 지대한 해를 초래하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거나 퇴직금을 못 받게끔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음직 하다. 특히 폴웰 전 총장의 과거 행적 그리고 이번 사임의 직접적 동기가 언론 보도대로라면 그러한 사유가 된다고 볼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만약에 재단이사회가 폴웰 전 총장의 즉각 사임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러한 점들을 간과했다면 재단이사들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리버티 대학이 전 총장의 재임 중의 대학 행정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외부 전문회사를 고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재단이사회를 향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조치이거나 시간을 벌기 위한 ‘쇼’가 아닌 진정이 담긴 철저한 조사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퇴직금을 안 주어도 될 수 있는 방법도 최대한 모색해야 한다. 아무리 사립대학이지만 우리의 자녀들이 진학해 공부할 수도 있는 교육기관의 재정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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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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