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에서 끊임없이 전해오는 갖가지 소식들 대부분이 모순투성이다. 정치 경제 혼란, 도덕성 침몰에 더하여 코로나 감염 확산, 그 위에 역대급 대홍수와 태풍이 한반도를 폐허로 만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목사 전광훈은 자신의 코로나 양성 판정과 교회의 집단감염이 북측의 세균 테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광훈의 이러한 억측은 우리 국민생활 속에 얼마나 반대 극단 논리가 깊이 박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극심한 식량난과 코로나 팬데믹 확산, 처절한 홍수피해로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 한눈에 보이는데도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절대로 외부(남한)의 지원을 받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방송을 통해 떠들어대고 있다. 이 무슨 해괴한 현상인가.
남북이 정치적 이해 관계를 넘어 분명히 서로가 인도적 차원의 협조를 해야만 피차간의 도리가 아닌가. 양측이 이제 그만 우화(寓話)를 써내려가지 말고 새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절실한 생각이 대두된다. 바로 중립국 고착화 검토다.
한반도의 처지와 비슷한 ‘스위스’를 모델로 삼아 보자. 독일, 불란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와 리히텐슈타인 공화국에 둘러싸인 스위스는 1815년 ‘빈’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중립국을 선언하고 공식 인정을 받았다.
스위스는 살벌했던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20만이 넘는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며 심지어 나치 히틀러의 공군기도 스위스 영공 비행을 금지시켰다. 지금 한반도보다 인구와 면적이 훨씬 작은 스위스는 어엿한 중립국으로 전 세계 비공개 금융창구와 국제회의 중심지 그리고 정밀기계 생산의 메카로 자리 잡은 중립 주권국가로 번영하고 있다.
건국 초기 우리나라도 중도노선이 각광을 받을 뻔 했으나 모두 좌익, 우익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소련, 미국 등 세력에 의해 제거당하고 말았다. 김구, 안창호, 여운형, 장덕수, 송진우, 안호상(일민주의), 이범석(민족청년단), 조봉암(진보당) 같은 애국지사들이 억울하게 좌익이니 회색분자니 그런 누명을 쓰고 희생되었다.
그러나 75년이 지난 지금 세계 판도가 크게 달라졌다. 자본주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계획경제 등 이데올로기가 함축된 구조는 경계선이 무너진 지 이미 오래된 셈이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구호들은 각국 정치사회에서 권력 쟁탈을 위해 그리고 국제 외교에서 패권다툼의 방편으로 간혹 이용될 뿐이다. 보수 진보 이념의 논쟁은 우리나라에만 아직도 고질병으로 남아 끝없이 철천지 원수로 혈투를 계속하고 있다.
중도노선은 일백에서 오십, 한 줄을 그어놓고 절대를 추구하는 노선이 아니다.
삼십에서 오십까지, 칠십에서 오십까지 합하자는 것이 중도노선이다. 배타적 이념이 아니다. 극좌 극우의 극한 충돌을 피하고 공통분모를 흡수해 가자는 평화주의 이념이다. 현실적으로 설명하자면 한미동맹은 고수하되 중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자는 정책이다. 물론 탄력 있는 외교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지금의 세계정세는 한반도가 중립노선을 정착하기에 최적기라고 판단된다.
한국은 자주국방, 자립 경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고급인력을 합치면 더욱 강력한 중립 주권국가로 우뚝 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오늘의 세계는 강대국들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패권 쟁탈에 명운을 걸고 있는 중이다. 무력대결이 발발할 경우 상호 공멸을 뻔히 알기 때문에 무력대결은 쉽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민족 특유의 지혜와 슬기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탄력 있는 외교역량만 갖춘다면 중립국 실현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남북이 해마다 광복절을 기념하고 있지만, 사실상 ‘절반의 해방’인 것을 뼈아프게 실감해야 한다.
강대국들의 직간접 견제가 없어지고 우리가 진정한 민주정치를 실시한다면 중도노선 지향에 장애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일본이 운명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극도로 경계하고 훼방을 놓고 있지만 또한 그것은 우리 자신의 결단과 해결 과제일 뿐이다.
패배의식을 가지고 수동적 입장에 설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 민족이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려 왔으면서도 고유의 언어와 풍습을 유지하며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은 중도노선의 본능을 공유하고 있는 탓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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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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