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통틀어, 사회는 두 종류의 빈곤에서 비롯되었다. 사회적 빈곤은 일부 사람들로부터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막음으로써 발생했으며, 생물학적 빈곤은 기아와 질병으로 개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림으로써 발생했다. COVID-19로 인해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마도 생물학적 빈곤은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과거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의 일이 21세기의 선진 문명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 사상가 파스칼은 350년 전 “인류의 모든 문제는 사람이 혼자서 방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라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는 예방 백신과 치료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 물리적 방역 조치의 일환이었지만 그가 우려했던 주장이 현실화되면서 라이프 스타일의 대변화를 몰고 오며 사회의 모든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8월 현재, 1,7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실업(10.2%) 상태이고, 약 3,000만 명의 실직 근로자와 시간이 줄어든 근로자가 실업 급여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전염병이 진행되는 동안 130,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매일 1,000명이 넘는 미국인이 사망하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다.
이런 재해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이 실업 수당을 지불하지 않으면 일자리로 복귀할 것이라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진단은 사실과 다르다. 일자리 풀(pool)이 있다는 것은 사실 왜곡이며, 설사, 부분적으로 일부 재개한다 해도 미국인들은 직장 복귀를 당분간은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일정기간 고통이 있을지라도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기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바이러스를 봉쇄하지 못한 선거의 해에 실업자에 대한 구호는 중요한 이슈이다. 공화당은 민주당 강세인 동부지역 블루 스테이트에 초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다 수습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일시적 경제 봉쇄를 견딜 수있는 실직 근로자들의 지원을 7월 시안 종료일까지 애써 외면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지난 5월에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은 3조 달러의 HEROS 법안을 통과시키며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연방 실업 수당 600달러를 내년 1월까지 연장하는 안을 포함시켰다.
7월 중순부터 공화당 강세인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레드 스테이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기 시작하자 부랴부랴 8월 초에나 1조 달러의 HEALS 법안을 내밀며 올 9월까지 200달러 대체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소강 상태로 지속되다, 스윙 6개 주인 애리조나·플로리다·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 바이든이 우위를 점하고, 최소 4 명의 상원 공화당 의원이 민주당에 밀리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민주당에 비해 선거 과정에서 선전 할 마땅한 법안이 없는 다급한 공화당은 기업을 위한 로비 그룹인 미국 상공회의소(USCC)가 제안한 12월까지 주당 최대 400달러 수습안을 덥석 물어 자구책으로 테이블에 다시 올려 놓았지만 이마저 민주당이 거부하자 당황한 트럼프는 헌법상 의심스러운 일련의 행정명령을 내리며 민주당을 화나게 하고 있다.
양당의 간격은 연옥과 지옥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너무 넓다. 민주당이 실체적 정의가 없다고 강력히 반대하자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은 절차적 정의로 맞서며 입법 통과를 거부하고 있다. 절차적 정의는 배타적·양적 특성을, 실체적 정의는 포용적·질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막스 웨버는 “절차적 정의는 실체적 정의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했다. 공화당은 타인의 고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소비자 경제는 GDP의 70%를 차지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Moody’s Analytics MCO의 수석 경제학자 Mark Zandi가 발표한 2008년 연구에 따르면 인프라 사업에 지출된 1달러당 미국 GDP는 1.59의 배수로 증가하지만, 실업 보험에 1달러를 지출하면 1.64%의 GDP 증가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생필품 지출마저 줄어들면 지금보다 두배 많은 3천만 명 이상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것이 공화당이 인정하기 싫은 실체적 정의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사회 계층과 불평등은 인간이 만든 제도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유시장은 아담 스미스가 말하기 전에 이미 불변의 자연 법칙이었으며 사람들이 생물학적으로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자유주자들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 본질적으로 평등하다고 믿고 가치를 부여한다면 안정되고 화합하는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자연재해와 미래의 경제적 불확실성 이중 현실에 살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정서적·지적 능력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아는 한, 많은 사 람들이 공통된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협력할 수 있다. 양당의 인지 불협화음에서 출구를 찾기위해서는 지속적 이고 힘든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 전체주의가 저질렀던 극단을 달리는 것은 파멸이다. 타협만이 살길이며, 그래서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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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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