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3중고 위기(제재, 코로나 전염병, 홍수피해)등으로 경제발전에 고난을 겪고 있다. 북한의 노동당은 2016년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채택한 5개년 경제계획이 국가경제와 인민생활 개선의 목적달성에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 실패했다는 것이다.
8월19일 김정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주도하면서, 실패한 경제계획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그 실패의 원인을 “여러 측면에서 예상치 못했던 불가피한 도전에 직면한 주객관적 환경과 조선반도 주변지역 정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6차 전원회의는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를 소집하고 그 때 가서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김정은은 그동안 “다시는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게 하겠다”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모든 경제지수들은 앞으로 북한의 경제가 더 혹독하게 나빠질 것을 예시하고 있다.
북한은 핵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한, 폐쇄된 고립과 극심한 빈곤 속에서 끊임없는 고난의 생존투쟁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경제적 제약 때문에 북한정권이 전략적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주춤할런지도 모른다. 북한은 이미 충분한 전략적 억제력을 확보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최근에 와서 북한은 자신이 느낀다는 안보위협에 대해서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최근에 북한에 호의적인 인물들로 안보팀을 재정비한 다음, 북에 대한 경제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 방역과 수해지역 복구 등을 제안했다. 통일부 장관은 제재 탈피의 방안으로 물물교환식 교역을 제안하고, 어떻게 해서든, 제재를 피하는 경제지원을 통해서 남북관계를 복원하려고 한다. 미국의 간섭을 최소화 하고 중국의 협력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호응이 없다. 외부로 부터 홍수복구 지원을 북한이 거절하는 데는 코로나균 감염 가능성 외에 다른 이유들도 있다. 북한은 다시는 남쪽과 상대를 않겠다고 하면서, 개성에 있는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다시 남쪽과 얼굴을 맞대려면, 입장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제재를 정면 돌파하고 자립경제 건설에 매진한다고 온 세상에 광고를 했다. 북한은 자존심이 강한 나라다. 그 자존심이 실용성을 해치기도 한다.
지금까지, 북한은 제재 속에 살면서 핵무기개발도 계속해왔다. 북한이 이번 경제계획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봐서, 제재가 이제야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는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북한정권이 자신의 전략적 진로를 수정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한편, 경제실패에 대한 김정은의 솔직한 시인은 북한지도자의 무과오 불패의 신화를 깨트렸다. 확실히 그는 자기 자신의 통치 스타일을 보여준다. 어쩌면, 보다 정상적인 국가 운영체제를 지향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아버지 대의 선군정책을 끝내고, 할아버지 대의 당 중심 정치를 복원했다. 그가 통치 구도의 형식과 철차를 중시하고 일정한 규율을 바탕으로 하는 통치를 지향하고 있음을 여러 군데서 볼 수 있다.
8월 20일 서울 국정원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권력 변동에 대한 내부 분석을 공개했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던 내용이다.
공표내용의 정확성도 문제지만, 그러한 공표의 적합성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따르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절대권자인 김정은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위임통치”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고, 후계자도 정해진 바 없다고 한다.
한동안 그의 동생인 김여정이 공식석상에서 보이지 않자, 일부에서 내부 권력투쟁의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증거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은 김정은이 동생과 몇몇 사람들에게 자신이 회수 가능한 권력의 일부를 부여하면서, 자신은 만기치람(직접 챙긴다는 뜻)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덜고, 정책 실패의 경우 책임을 질 필요를 없앤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
국정원의 평가에 따르면, 김여정은 권력 2인자로서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하는 사령탑이다. 전임 내각 총리인 박봉주와 현 내각 총리인 김덕훈이 권한을 부여 받아, 경제개발을 책임지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리병철은 전략무기 개발, 그리고 당중앙위원회 군사부장 최부일은 군사 분야를 각각 책임지게 됐다는 것이다.
내년 1월 제8차 당 대회가 열릴 때가 되면, 미국 선거 결과가 확정된 이후가 된다. 평양이 서울과 워싱턴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결정하기에 보다 적절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때까지 북한은 끊임없는 고난의 투쟁을 통해서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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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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