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미국 대선일이 10여 주 앞으로 다가왔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은 금주에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지명을 수락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도 다음 주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할 계획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당대회 일정의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바이든도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수락연설을 할 계획이다. 매 4년마다 정당의 단합과 정권 장악을 다짐하는 전당대회의 화려하고 요란한 축제를 금년에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선거 캠페인의 양상과 전략도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언론매체들과 사회 연구조사 기관들은 전과 다름없이 표심의 동향을 관찰하면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보다 본격적으로 실시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뉴스로 보도될 때마다 언론 매체들은 시사해설이나 논설을 통해서 그 결과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선거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의 결과는 선거결과를 예측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정치 사회 경제를 포함한 상황이 변하고 유권자들의 의견이 변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여론조사란 원래 빙산의 일각을 보고 물속에 잠긴 빙산 전체의 부피와 무게를 추측하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1,000명 내외의 유권자들을 샘플(표본)로 추출하여 전체 유권자가 어떻게 투표할 것인지를 추측한다. 약 1,000명의 여론조사 결과로 2억이 넘는 미국 전체 유권자들의 투표결과를 추측하는 것이다.
통계학적으로는 1,000명 정도 샘플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조사를 하면 전체 투표자들의 의견을 3-4퍼센트 오차범위 안에서 95퍼센트 정도 신뢰 있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유권자가 수십만에서 수천만인 주 단위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여론조사 샘플이 통계학의 계산처럼 전체 유권자나 투표자의 특성을 정확하게 반영해 주지 못한다. 무작위로 추출된 사람들 중 겨우 5-6%가 여론조사에 응하는데, 그들의 의견과 생각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은 94-95%의 사람들과 비슷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과 무 응답자들은 해당 여론조사와 관련된 특성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즈음처럼 정치 이념적 갈등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저명한 싱크탱크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는 지난달 미국인 62%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말하기를 두려워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공화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7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론조사에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침묵의 다수가 존재한다는 증거이다. 이들 침묵의 다수가 선거결과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 분명하다.
또 여론조사에 응한 사람들 중에도 상당수가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그대로 밝히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 혹은 와일더 효과(Wilder Effect)라는 게 있다.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까지 5% 이상 차이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당시 로스앤젤레스 브래들리 시장이 패배를 한 것이다. 상당수의 백인들이 인기가 많은 브래들리 흑인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여론조사에서 대답했으나 실제로는 백인인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를 한 결과라는 것이다.
1989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흑인 와일더 민주당 후보가 선거 직전까지 9% 이상 차이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겨우 0.37% 차이로 간신히 승리를 했다.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겠다고 대답을 하는 사회적 편향성(Social Desirability)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선거 결과가 자신에게 미칠 실리적 영향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한인 유권자들은 앞으로 자주 접하게 될 믿을 수 없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와 언론매체들의 편견적인 시사해설이나 논설에 설득되는 일이 없이 선거결과가 자신과 국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실리적으로 고려하여 투표에 참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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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춘 /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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