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러닝메이트 선정의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예정보다 열흘을 더 넘긴 11일 캘리포니아 연방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의 부통령후보 낙점이 발표된 후 민주당 내 전반적 반응은 ‘안도의 한숨’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한다.
민주당에 유리한 현재의 대선 판세를 흔들지 않는 ‘안전한 선택’인 동시에 최초의 유색인 여성 부통령후보라는 ‘역사적 선택’이어서 대체로 조용했던 민주당 진영에 오랜만에 익사이팅한 분위기가 완연하다.
77세 백인 남성을 대선후보로 택했지만 민주당의 저변은 그 어느 때보다 젊고 다양하게 요동치고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민주당과 미국의 다양성을 생생하게 상징하는 정치인이 해리스다. 자메이카 유학생 흑인 아버지와 인도 외교관의 딸인 동양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한 후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마이너리티로서의 정체성을 키워왔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이민2세인 그에겐 수많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최초의 샌프란시스코 여성 검사장, 최초의 캘리포니아 주 유색인 여성 검찰총장, 최초의 캘리포니아 주 유색인 여성 연방 상원의원, 최초의 유색인 여성 부통령후보… 그리고 이제 최초의 유색인 여성 부통령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었다.
역사적 선택이어서 뜨거운 뉴스의 조명을 받고 있지만 놀란 사람은 없다. 바이든이 대선후보로 내정된 지난 5개월 동안 해리스는 줄곧 1순위 부통령후보로 꼽혀왔고, 바이든 진영이 오래 고심하며 길게 끌어왔으나 대다수의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심판’이라는 현재의 선거 구도를 뒤흔들 깜짝쇼를 피해간 안전한 선택이라고 CNN은 분석한다.
쿠바의 카스트로를 칭찬한 캐런 배스, 벵가지 사태 구설수가 따라 다니는 수전 라이스 등 다른 후보들에 비해 해리스에겐 뚜렷한 흠집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때 경선의 선두권 주자로 기본 검증은 마친 결과여서 바이든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 안전한 선택이라는 뜻이다.
해리스의 ‘균형 감각’도 주효했다. “해리스는 진보노선이지만 진보적 접근과 실용주의의 균형을 잡을 줄 아는데 그 균형이 바로 바이든이 원하는 것”이라고 한 바이든 참모는 지적한다. “바이든이 구하는 것은 주요 어젠다를 밀어붙이는 강력한 추진력과 함께 적절한 협상 시점을 포착해 과제를 성사시킬 줄 아는 파트너”라고 그는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에서 폭넓은 공직 경험을 쌓은 해리스는 ‘준비된 후보’로 인정받는다. 트럼프와의 진흙탕 싸움쯤은 겁내지 않을 만큼 캠페인 경험이 충분할 뿐 아니라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바이든이 오바마에게 그랬듯이 ‘바이든 대통령’의 통치 책임을 공동 부담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대통령 역할도 가능할 것”이라고 프린스턴대 줄리언 젤리저 교수는 평가한다.
이번에 당선되면 55세 해리스는 4년 후이든 8년 후이든 바이든을 잇는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 선두주자로 부상할 것이다. 바이든 진영 일각에서 “해리스는 부통령 취임 다음날부터 대선 출마를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충성스런 부통령’과 ‘1순위 차기 대선후보’ 역할에도 해리스의 균형 감각이 필요해질 것이다.
부통령후보로서 해리스의 강점은 그밖에도 많다. 전국적 지명도도 높고 호소력 강한 스피치 능력이나 모금 실력은 바이든보다 한결 앞선다. 금년의 핫이슈인 인종불평등 해소와 경찰개혁을 앞장서 추진할 강력한 리더의 입지도 확보했다.
오랜 검찰 경력에서 익힌 터프한 카리스마를 갖춘 그는 토론에서 두려움이 없고 TV카메라가 편안한 ‘텔레제닉’ 정치가다. 야외 집회가 아닌 작은 화면 안에서 싸워야 하는 팬데믹 선거에선 상당한 강점이다. TV로 생중계된 상원 법사위 인준 청문회를 통해 송곳 질문으로 윌리엄 바 법무장관부터 브렛 캐버노 대법관까지 진땀 흘리게 했으니 저격수 자질은 전국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당연히 약점도 있다. 원래 민주당 표밭인 캘리포니아 출신이어서 선거결과를 좌우할 경합지역 득표엔 별 도움이 못될 것이다. 젊은층, 여성, 마이너리티 표밭 동원은 ‘젊은 러닝메이트’인 해리스의 최우선과제이지만 로켓 발사처럼 화려하게 출발했다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끝나버렸던 자신의 경선 캠페인에서 실패한 부분이기도 하다.
바이든과의 ‘케미’도 아직은 공인받지 못한 상태인데 트럼프 진영의 전방위 공격은 대통령의 트윗으로 이미 시작되었다. 앞으로 어떤 복병이 숨어있을지, 어떤 흠집이 드러날지, 그래서 바이든에게 자산이 될지, 부담이 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우선은 약점보다 강점이 돋보이는 선택이다. 바이든의 지지율은 여전히 트럼프를 저만치 따돌리고 있으며 ‘반트럼프’ 단합은 그 어느 때보다 한층 단단해 보인다. 트럼프 시대의 반이민 정책을 바로 잡아줄 이민2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기대가 이민사회에도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
박록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결함 투성이의 트럼프는 자리에 모자란다. 해리스는 자리에 어울린다. 4년 동안 멋지게 성공하기를!
잘가라, 바이든과 해리스~
가자! 바이든 해리스!!
ANY FUNCTIONING ADULTS for 2020 Election !!!!!!!!!!!!!!!!!!!!!
'카말라 헤리스'를 선택함으로서 '조 바든'은 대통령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지금 표정 관리 중입니다. 미국 주류 사회, 특히 백인들이 중국 다음으로 비호감 국가 인종 인도계 출신입니다. '박록 고문'이란분은 카피만 하지말고 백인 주류 신문의 논조를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백인들이 결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