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시장 공공연한 인종차별 관행 이번 기회에 없애자
조닝 변경을 통해 저가대 다세대 주택을 많이 공급하면 흑인 등 소수 인종의 주택 소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준 최 객원기자]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역사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인종 간 불평등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그간 인종 간 불평등이 알게 모르게 존재해 왔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이 최근 연방 센서스국의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 주택 시장에서 흑인이 받아온 불평등을 보고했다.
◇ 흑인 주택 소유율 현저히 낮아, 자산 축적 기회도 적어
올해 1분기 흑인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약 44%. 지난해 1분기의 약 41%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백인 주택 수요율 약 73.7%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 흑인과 백인 간 주택 소유율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택 보유는 자산 축적의 지름길인데 흑인 주택 소유율이 백인보다 낮아 흑인의 자산 보유액도 백인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흑인 가구의 평균 순 자산 규모는 약 1만 7, 150달러로 백인 순 자산 규모인 약 17만 1,000달러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낮은 주택 소유율로 인한 불이익은 경제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주택 담보 대출을 통해 자녀 대학 학자금 또는 사업 자금으로 사용하는 주택 보유자들이 많다. 하지만 주택 자산을 활용한 자금 마련 기회를 얻지 못한 흑인들은 교육과 사업 기회를 얻기 힘들다.
테일러 마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을 활용한 부의 구조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작동된다”라고 주택 보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코로나 사태로 흑백 격차 더 커져
올해 1분기 흑인의 주택 소유율이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강한 경제 회복세로 흑인들의 고용이 늘고 소득이 개선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대량 실직 상태에 빠진 흑인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발생했다.
반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백인 사무직 종사자들은 낮은 이자율의 혜택을 누리며 코로나19에도 아랑곳 없이 주택 쇼핑을 누리고 있다.
이로 인해 주택 시장에 흑인과 백인 간의 불평등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이 가장 큰 업종은 서비스 업종과 숙박업계 등인데 이들 업종은 흑인과 기타 소수 인종 종사 비율이 비교적 높다.
레드핀 연구팀은 “저임금 업종의 실업률은 치솟는 반면 주식 시장은 여전히 활황세로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마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직업 보유자들은 낮은 이자율을 앞세워 신속하게 주택 구매 활동에 나서고 있다”라며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주택 소유주가 영향을 받았던 경기 대침체와 달이 이번 경기 침체 현상은 불균형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흑인과 백인 간 주택 소유율 차이가 가장 큰 지역은 이번 인종 차별 반대 운동 촉발 계기가 된 미니애폴리스다. 연방 센서스국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 중 미니애폴리스의 흑인 주택 소유율은 약 25%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반면 백인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약 76%로 미니애폴리스의 흑인과 백인의 주택 소유율 격차는 전국에서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흑인 주택 소유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는 워싱턴 D.C.다. 워싱턴 D.C.의 흑인 주택 소유율은 약 51%로 백인 주택 소유율인 약 72%와의 차이도 전국에서 가장 작다.
◇ 과거엔 ‘레드 라이닝’, 최근엔 ‘악성 모기지’
레드핀은 역사적으로 흑인이 주택 소유에 어려움을 겪은 원인으로 소득 불균형 외에도 ‘레드 라이닝’(Redlining) 등의 관행을 꼽았다. 레드 라이닝은 은행과 보험 회사 등이 특정 지역에 붉은 선을 그어 대출과 보험 서비스를 제한하는 행위를 뜻한다.
주로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빈곤층 지역이 레드 라이닝 대상 지역에 포함되어 흑인들이 주택 매매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레드 라이닝 행위는 1968년 ‘공정 주택 거래법’(Fair Housing Act)에 의해 불법으로 지정됐다.
흑인을 대상으로 한 불공정한 대출 관행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2008년 발생 서브 프라임 사태 당시 이른바 악성 모기지가 성행했는데 악성 모기지의 주요 타깃에 흑인 주택 구매자의 비율이 불균형적으로 높게 포함됐다. 악성 모기지는 주택 구매자의 대출 자격 점검 없이 ‘무조건’ 대출을 발급해 주는 관행으로 이후 집값 폭락으로 흑인 주택 보유자들의 주택 압류가 치솟고 크레딧 기록이 손상되는 등 지금까지도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마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서브 프라임으로 인한 피해로 흑인 주택 구매자들이 지금도 주택 구입 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대출이 가능해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대출 조건을 적용받는 등 불이익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조닝 변경, 크레딧 산출법 개선’으로 불공평 없애자
주택 시장 내 공공연히 존재해 온 불공평을 이번 계기에 없애자는 목소리가 높다. 흑인 등 저소득층 소수계의 주택 소유율을 높이기 위해 마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방안은 조닝 변경이다.
현재 치솟는 주택 가격을 감안, 단독 주택보다는 저소득층이 구입 가능한 다세대 주택 개발 부지를 허용해 주택 소유율 격차를 줄이자는 방안이다.
크레딧 점수 산출 방식 개선을 통해서도 모기지 대출업계의 불평등을 다소 해소할 수 있다. 크레딧 점수를 산출 기준에 유틸리티 요금 납부 기록, 휴대 전화 요금 납부 기록, 주택 임대료 납부 기록 등을 포함하면 저소득층에게 크레디딧 점수 개선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마 이코노미스트는 ‘포켓 리스팅’(Pocket Listing) 행위도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켓 리스팅은 부동산 에이전트가 셀러로부터 위임받은 리스팅은 주택 시장에 공개하지 않고 일부 고객에게만 선별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다. 포켓 리스팅 행위에 의해 일부 구매자들이 주택 구매 기회에서 불공정하게 제외될 수 있어 이미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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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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