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떼거지 동냥하는 형상을 노래한 이른바 ‘각설이타령’이다. 일명 ‘장타령’이나 ‘품바’라고도 한다. 흥이 날 때도 있지만 거지 난장판 같아서 시끄러워서 그런지 그 연원도 설설이 넘쳐난다.
백제가 신라 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후 지배계층이 나그네로 혹은 거지·정신병자·병신 등으로 위장하여 걸인 행각을 하거나, 광대·백정·줄타기 등의 재인으로 전락하여 불렀던 구전이라는 설이 있다. 그래서였든지 음지에 사는 인간들이 속악한 세상을 향하여 던지는 야유, 풍자, 해학, 무심, 허무가 그 주된 내용이다.
판소리 박봉술의 흥보가에는 “허절시구나 들어간다. 각설 춘추가 들어간다~.”가 있다. 이어지는 타령들의 초입에는 각설이 된 ‘사연’들을 그럴싸하게 풀어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내란 놈이 이래뵈도 정승판서 자제로서/ 팔도 감사 마다하고 돈 한 푼에 팔려서 각설이로 나섰네~”
어렸을 적에 등하교 잔등머리에서 흔하게 마주쳤던 각설이패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공화당 때인 1968년에 법으로 걸인 행각을 금지시키자 전국에서 동시에 ‘각설이’들이 사라졌다. 구전되던 노래를 1981년 광주의 참혹성에 충격을 받은 극작가 김시라가 연극 ‘품바’로 각색하여 올리면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 각설이타령과 품바가 합해진 ‘품바타령’을 요즈음 유튜브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소년 절도 36명을 검거했는데 이들은 13살부터 19살까지의 소년들이고 그중 대장 격은 ‘양아치’라는 별명을 가진 전과 3범의 유석환(32)으로 지난 3월에 서대문형무소를 나온 후 바로 소년절도단을 조직한 것이라 한다(1937년 9월 15일자 동아일보).
문헌에 드디어 ‘양아치’라는 말이 첫 등장한다. 동냥아치의 줄임이라고도 하고, 전쟁 때 구걸하러 떼를 지어 미군 따라다닌다고 ‘洋아치’라고 했다고도 한다. 각 고을 읍장마다 그들은 꼭 있어서 사전에까지 오르는데 ‘품행이 불량스러운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있다. 이와 유사한 이들로 ‘깡패‘가 있다. ’Gang단(깡牌)’이란 ‘폭력을 써서 행패를 부리며 이득을 취하는 무리’를 말하며, 조직화된 깡패를 조직 폭력배(조폭)라고 부른다. 이들은 그들만의 룰과 의리(?)라는 걸 만들고, 숙지시켜서 따르게 했고 양아치와 구별되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양아치’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 이들이 바로 ‘깡패’들이었다. 그래봐야 거렁뱅이들인데 말이다.
작년 이맘때 쯤 조국 법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허위, 과장, 추측보도가 2019 8.6~9.5일 한 달 동안에만 무려 130만건, 하루 평균 42,114건을 기록했다. 그렇게나 언론과 기자가 많은지 미처 몰랐다. 필자는 수없는 반론들을 매일 썼다가 찢어버려야 했다. 저 많은 의혹 중에서 단 하나라도 사실일 경우에 내 스스로에게 조차 변명할 수가 없을 듯해서였다. 내가 마치 죄지은 듯이 그렇게 숨을 졸였다. 그리고 거의 1년이 흘렀다.
“수사결과로 보여주겠다”는 윤석열 검찰은 제헌절을 맞는 7월 17일까지 단 하나의 증거조차 법정에서 증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형기까지 마치고 나온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도 자기방어력이라고는 거의 없는 수감 중인 죄수들을 증인으로 줄줄이 세워서 죄를 뒤집어씌운 것 때문에 현재 재조사에 들어가 있다.
이런 와중에 4.15총선을 앞둔 2월초, 현직 기자와 검찰 고위직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옭아매서 도덕적으로 매장시킴으로써 총선판을 뒤집어보려 했던 소위 ‘검언유착’도 일반의 상상을 이미 넘어버렸다.
이러지들 말자. 이게 무슨 짓들인가. 선출된 권력들도 그렇게 함부로들 못한다. 독재국가에서도 최소한 독재자의 눈치는 본다. 하물며 국가에서 임명을 받고 국민 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이 국민들에게 이렇게 초법적으로 제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은 아마도 ‘한국 검찰’밖에 없을 것이다.
조폭들이 위세를 떨치는 곳에는 양아치들이 얼씬도 못한다. 걸리면 초죽음이 되니 숨소리도 못 낸다. 군부독재, 국정원, 보안사를 본연으로 되돌려 놓으니 검찰이 날뛴다. 영락없는 양아치다.
‘범 없는 산중에는 늑대가 대빡(대갈빡:우두머리), 고래 없는 바다에는 갈치가 대빡, 병아리 잡는 데는 도끼가 대빡, 고래를 잡는 데는 바늘이 대빡, 어절시구 잘도 논다. 허허 품바가 잘도 논다.‘그 양아치들에게 박수치는 얼빠진 사람들까지 구경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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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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