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미간의 대화재개와 또 한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북한보다는 미국이, 미국보다는 한국이 북미대화의 재개를 바라는 양상이다. 미국은 대화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북한의 사정 때문에 미 대선 전에 제 4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일단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이 북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북미대화가 가능한데, 이 ‘적대시 정책’의 의미와 범위가 너무 방대하고 모호해서, 북한이 협상에서 얻으려는 것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가 11월 선거 전에 이와 같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이 취한 행동 중 북한에 불리한 것은 모두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한다. 대북제재, 군사훈련, 주한미군 주둔배치 뿐아니라, 인권과 종교 자유에 대한 미국의 정책, 그리고 북한을 ‘불량국가’로 부르는 것 까지, 모두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어느 두 나라 사이에 회담이 이뤄지려면, 쌍방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7월 10일 북한의 2인자인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은 3,500 단어에 달하는 장문의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김여정은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조미 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북미회담회담은 “미국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 고 말했다. 이어서, “조미 사이의 심격한 대립과 풀지 못할 의견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립장변화가 없는 한 올해중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도 조미 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 고 주장했다.
그녀는 정상회담 반대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했다. 1) 미국측에나 필요했지 우리에게는 무익하다 2) 또다시 우리의 시간이나 때우게 될 뿐 3) 쓰레기같은 볼턴이 예언한 것이기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남 대미 전략을 모두 총괄하는 김여정은 또 말하기를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제재를 가해온다고 우리가 못사는것도 아니다”고도 했다.
김여정 성명의 대부분은 북한은 더 이상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과 미국이 수용해야 할 요구사항들을 열거하면서도, 북한 입장의 가능한 신축성과 미국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성명 중 흥미로운 대목 하나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과 비핵화 조건으로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 고 제시한 것이다.
미 대선 전에 또 한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려야한다는 생각은 지난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지도자들과의 화상대화에서 제안한 것이다. 북한은 이를 반기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제1 부상은 7월 3일 “조미대화를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도구로 밖에 인정하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주 서울로 떠나기 전에 코로나 정국 등을 이유로 11 월 전에 사람이 직접 만나는 북미정상회담은 개최될 것 같지않다고 말했다. 이 무렵,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10월의 깜짝 행사(October Surprise)’로 만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볼턴은 트럼프가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일은 무엇이든 서슴치 않고 할 것이라는 판단하에서 한 말이었다 볼턴이 비건보다 트럼프를 더 정확하게 본 것인지도 모른다.
드디어, 트럼프가7월 8일 Gray TV에서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그는 “그들이 만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물론 그렇게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 정확한 브리핑을 받고 한 말인지 의심스럽다. 7월 10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한 보수 단체와의 전화회의에서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핵심 사안에서 진전을 볼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없는 한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여정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회담 성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여정은 트럼트와 김정은의 개인관계가 좋다는 말은 여러 번 반복하면서 북미 현안문제를 논의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덕을 본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두 지도자의 친분을 근거로 정책을 결정하지는 않으며, 해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북한은 분명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그 이후의 미국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의 지도부가 비이성적이 아닌 이상,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희망은 살아 있는 셈이다.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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