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 계절의 불청객, 4~6월엔 퍼프린젠스 식중독, 6~8월엔 포도상구균 등 기승
▶ 묽은 설사·구토복통 유발, 보관 음식은 꼭 다시 끓여야
설사는 몸속 독소 배출과정, 굶지 말고 따뜻한 물 마셔야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중독의 계절이다. 요즘에는 100도에서 1시간 이상 가열해도 포자(균의 씨앗)가 죽지 않는 ‘클리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에 의한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발생한 퍼프린젠스 식중독 환자는 1,744명으로 이 가운데 50.4%(879명)는 4∼6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퍼프린젠스는 60도 이하로 온도가 내려가면 깨어나 증식하는데 생육 과정에서 독소를 만든다. 다만 독소는 열에 약해 75도에서 파괴된다. 퍼프린젠스는 묽은 설사나 복통 등 가벼운 식중독 증상을 일으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퍼프린젠스는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데, 이에 의한 식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육류 등은 중심 온도가 75도에 이른 상태에서 1분 이상 조리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조리한 음식은 가능한 한 2시간 이내에 섭취하고, 보관 음식을 먹을 땐 독소가 파괴되도록 75도 이상으로 다시 가열해 먹어야 한다”고 했다.
◇6~8월에 세균성 장염 집중 발생
날씨가 더워지면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캄필로박터 대장균 등에 의한 식중독(세균성 장염)이 극성을 부린다. 최근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어 구토 발열 복통 설사 등으로 고생하는 이를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세균성 장염에 의한 식중독은 6~8월 석 달 동안 집중돼 한 해 발생한 식중독 환자의 3분이 1가량이 발생할 정도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여름철(6~8월) 식중독 환자에서 확인되는 원인균은 병원성대장균, 캠필로박터제주니, 살모넬라, 퍼프린젠스, 노로바이러스, 장염비브리오 순이었다.
음식이 위생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조리되거나 더운 날씨로 인해 변질되면 세균이 몸속에 들어와 장염을 일으킨다. 음식 섭취 후 72시간 내에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이 나타난다. 특히 포도상구균에 감염되면 6시간 이내에 증상이 생긴다.
가벼운 장염은 약을 먹지 않아도 1주일 이내에 저절로 낫는다. 따라서 증상이 약하면 구토나 설사로 손실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다만 복통이 지속되고, 열이 나거나 혈변이 생기는 등 심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대장과 연관된 질환인 염증성 장질환이나 대장암과 증상이 비슷한 만큼 증상이 계속되면 정밀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정성애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세균성 장염의 감염 경로는 주로 깨끗하지 않은 물과 식품인 만큼 음식을 조리하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손에 상처가 났다면 요리하지 말고,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도 신선도를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비브리오패혈증 같은 치명적인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만성간질환이나 당뇨병 환자,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익히지 않은 해산물을 삼가야 한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설사한다고 무조건 지사제 먹지 말아야
여름철 장 건강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6가지 생활수칙’을 지켜야 한다.
①음식은 1분 이상 가열한 뒤 먹는다.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도 상할 위험이 있기에 유통기한이 지났으면 과감히 버린다. 조리할 때 손만 잘 씻어도 식중독의 70%를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조리 전에 반드시 비누나 세정제로 20초 이상 손을 씻고, 손바닥은 물론 손등, 손가락 사이와 끝, 손톱 밑까지 꼼꼼히 문지른다. 손에 상처가 났다면 요리하지 말아야 한다.
②설사한다고 무조건 지사제를 먹거나 굶으면 안 된다. 설사를 무조건 멈추게 하는 것이 최고라 여겨 대개 지사제를 먹는다. 계속 설사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설사는 몸속에 들어온 독소를 배출하는 회복 과정이므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 먹는 게 좋다. 설사할 때 무조건 굶기보다 탈수를 막기 위해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면 좋다.
③기름진 음식보다 섬유질이 풍부한 통곡식, 신선한 채소를 먹는다. 장 건강에는 식이섬유 섭취가 중요하다. 현미ㆍ통밀ㆍ보리 같이 정제되지 않은 곡류, 다시마ㆍ미역 같은 해조류, 신선한 채소ㆍ과일을 자주 먹어야 한다. 다만 수박ㆍ참외처럼 당도 높은 과일을 과식하면 설사할 수 있다. 평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염증성 장질환이 있다면 찬 음료나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이 장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④가벼운 운동과 함께 탈수를 막기 위해 물을 적당히 마셔야 한다. 덥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장 운동이 제대로 안 돼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산책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좋다. 여름에는 탈수되기 쉽고, 변비도 심해질 수 있으므로 운동 전후 물ㆍ이온음료 등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면 좋다.
⑤규칙적으로 배변하는 습관을 갖는다. 대장 운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에 배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배변은 하루 세 번, 사흘에 한 번이라도 큰 어려움 없이 하면 된다. 하루 이틀 대변을 보지 못했다고 초조해하거나 변의(便意)도 없는데 너무 힘을 주지 말아야 한다.
⑥설사나 변비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는다. 설사ㆍ변비 등 배변 장애와 함께 복통ㆍ혈변ㆍ체중 감소가 있다면 의사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정 교수는 “세균 감염에 의한 장염은 이물질인 세균을 배출하기 위한 대장의 정상적인 작용으로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나지만 혈변 증세나 합병증은 거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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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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