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이었다. 교회 학교에서 내가 가르치고 있는 고등학생들과 온라인 예배 후 클래스로 모였을 때다. 학생들은 이미 여름방학이지만 7월 말까지는 클래스가 온라인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방학 기간이라 좀 더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래서 최근 하버드대학의 가젯트(Gazette) 신문에 게재되었던 ‘After the protest… what next?’라는 제하의 기사를 같이 읽었다. 고등학생들이 대학 신문 기사를 읽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기사는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인해 경찰의 폭력과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데모가 모두 끝난 후에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그 대학 여러 교수들의 의견을 담고 있다. 기사의 링크를 아래에 붙인다. https://news.harvard.edu/gazette/story/2020/06/harvard-experts-discuss-how-to-effect-lasting-change/
제시된 의견들 가운데에는 형법 체계 개혁 뿐 아니라, 가난한 흑인들의 밀집거주 지역에 대한 집중 투자와 전과자들의 투표권 회복에 관한 정책 건의도 있다. 그리고 대기업 이사회에 좀 더 많은 노동자들의 영입, 워싱턴DC의 주 승격 문제, 대학의 다양성 유지에 대한 공약,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 개발과 변화에 대한 목표 시점 설정, 그리고 흑인 여성들의 공헌에 대한 사회적 인정에 관한 것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건의 내용이 담긴 기사들과, 언론을 통해 보도, 토론 되는 문제점들과 정책 제안들을 읽고 들으면서 깊은 아쉬움이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인종 차별을 느끼고 당하는 게 비단 흑인들 뿐 아니고 아시안들도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할지 몰라도 마찬가지인데 아시안에 대한 언급은 극히 찾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도 거의 46년을 미국에 살아오면서, 그리고 그 중 25년 동안은 공직 생활을 하면서, 아시안들이 겪는 차별이 제법 있음을 느꼈다. 물론 아시안계 이민자들이나 미국 시민들이 흑인들처럼 노예가 되어 강제로 끌려와 고초를 겪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흑인과 마찬가지로 업신여김을 당하고 제도적인 차별을 당한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유럽 출신 백인들에 비해 미국 이민에서의 차별뿐 아니라, 2등 시민으로 여겨져 부동산 소유나 미국 시민권 취득이 금지되기도 했다.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편견으로 지도자로서의 발탁 우선 순위에서 우선적으로 제외 되기도 한다.
근면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노력이 당연시 여겨져 제대로 인정을 못 받기도 한다. 대학 입학 과정에 아시안임이 드러나지 않으면 합격에 좀 더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는 통계 자료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차별을 겪으면서도 그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반대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예를 들어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위치한 미국 최고 명문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에 아시안 출신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을 때에도 왜 미안해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얼마 전 이번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놓고 페어팩스 카운티의 어떤 민권 단체가 주관한 대담에서 중국계 미국인이 패널리스트로 참여해 아시안계 미국인들에 대한 차별 역사와 당면 이슈에 대해 논리 정연하고 침착하면서도 강력하게 주장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흑인 여자가 사회를 맡았고 다른 패널리스트로서는 백인들과 흑인 밖에 없었는데 유일한 아시안계 패널리스트로서 보기 드물게 아시안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내게 감동을 주었다.
우리 한인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니 기회를 찾아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아시안들의 미국 내 인구 비율이 흑인들 만큼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 그들의 거의 절반 정도는 된다. 우리 한인들이나 아시안들이 미국에서 그냥 무시될 수 있는 그룹으로 계속 살아 갈 수는 없다.
흑인 사회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누가 나서서 우리나 우리의 후손들을 챙겨줄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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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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