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애폴리스 백인 경찰의 과잉 폭력 사용에 의해 빚어진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으로 전국에서 항의 시위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성 요구가 드높다. 며칠 전에는 내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도 백인 경찰이 제 정신이 아닌 듯 해 보이는 한 흑인남자에게 전기충격기를 사용해 폭력적으로 제압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페어팩스 카운티 경찰국장은 바로 공개 사과를 하고 해당 경찰을 폭행 등으로 기소했다. 그리고 현장에 있었던 다른 경찰들도 모두 업무에서 배제된 채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 내가 가끔 찾아가 예배를 드리는 미국인 교회가 ‘인종차별주의, 정의, 그리고 희망’ 이라는 주제로 공개 대화를 주최했다. 물론 이 행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참여 숫자도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바로 신청해 참여할 수 있었다. 숫자를 500명으로 제한했기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그 정도 숫자면 작은 규모도 아닌데 저녁 8시에 대화가 열리는 당일 오후 2시에 이미 제한 숫자가 모두 채워졌다고 하니 그 만큼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대화의 사회는 행사를 주최한 교회의 백인 담임 목사가 맡았다. 그리고 두 명의 목사가 초대되었는데 둘 다 흑인으로서 한 명은 가까운 메릴랜드 주에서,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로스엔젤레스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1시간 반 이상 진행되었던 이 대화에서는 내가 이미 짐작할 수 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전혀 예기치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또한 마지막에 거론되었던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기독교인들이 많은 우리 한인 동포사회와 한인 교회들에게도 생각해볼 거리와 도전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대화의 내용 중 예기치 못했던 부분에는 초대받은 흑인 목사가 느끼는 인종차별에 대한 소회가 있었다. 그 목사는 같이 초대된 다른 흑인 목사에 비해 피부 색깔이 상대적으로 옅었다. 그 목사는 피부 색깔 짙음 정도와 체격에 따라 받는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본인처럼 피부 색깔이 상대적으로 옅고 체격이 크지 않는 흑인들이 주위로부터 받는 경계심은 훨씬 검고 건장한 흑인들이 느끼는 것 보다 덜 하다는 것이다. 그 목사는 그 소회를 통해 검은 피부와 큰 체격이 우리에게 주는 두려움의 근본적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그게 우리의 마음 속에 깔려 있는 인종차별에서 연유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뜻인 것이다.
초대된 흑인 목사들은 대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교회에 대해 아픈 지적과 도전의 발언도 던졌다. 지적은 인종차별 문제에 있어서 교회들이 과거에 보여준 자세와 행태였다. 여기에서 교회는 사실 백인 교회를 가리켰다. 흑인 교회들에게는 인종차별 문제란 그들의 존재와 삶에 직접적 연관이 있기에 민권운동에 앞장섰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이다. 그런데 백인 교회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오래 전에는 성경구절을 인용해가며 인종차별을 정당화시킨 적도 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침묵과 관망만 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러한 행태는 ‘공범행위’와 다름 없다는 비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교회들이 행동으로 연결되는 모습은 보이지 못한 채 말 잔치나 기도로만 멈춘다면 교회가 맡은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지적과 도전에 과연 우리 한인 교회들이 교회로서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까. 결국 그 흑인 목사들이 지적한대로 우리는 기도만 하는 것으로 그쳐야 하나. 이런 일들은 흑인들의 문제이지 한인들의 문제는 아니라고 그냥 넘어갈 수 있나.
이에 지난 달 말 내가 출석하는 교회가 소속된 미국연합감리교회 버지니아 연회의 흑인 여자 감독은 교회 내에서 이런 인종문제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가질 것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또한 최근 하버드 대학 총장은 하버드 대학 커뮤니티에 누가복음 12장48절을 인용하면서 더 많이 받은 자에게 더 많은 것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문과 지적이 우리 한인사회와 한인 교회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
문일룡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해당 글은 삭제처리 되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나 애틀란타에서 벌어진 Rayshard Brooks의 사건을 보면 일부 경찰의 과잉진압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흑백의 차별에 촛점을 맞추지 않고 범죄자를 체포해야 했던 원인부터를 따져보면 두 사건 모두 피해자 입장에 동의해 줄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하면 많은 한인 교회와 교인들 속으로는 백인지지자들이죠. 그들은 공권력에 복종하면 죽지도 않을텐데 하면서 오히려 죽은 흑인 잘못탓합니다. 이것도 독재정권에서 자란 습성들과 백인들은 우리보다 월등하다는 의식이 머리속에 박혀있어 그러는것같읍니다. 다행인것은 이렇게 생각하는 한인들은 대부분이 50대 이상인 노인들이고 우리의 2세들 보면 오히려 흑인들 음악 좋아하고 흑인 패숀 따라하고 흑인친구도 있고 그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것같아 다행입니다.
차별은 정말 아주 심각하고 큰 미국의문제 아니 지구촌의문제인것입니다, 불교에선 天上天下唯我獨尊(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어느것(사람 동물 물건 나무 꽃 생물 무생물)하나 차별없이 다 중요함을 말하는데 난 이말씀이 진정 우리 모두를 위하는 진리며 그래야만 모두가 살수있는 지구촌이 된다고 강력하게 말할수있지요, 쓰레기하나 버리는데도 남을 대하는데도 숨 한번 들이쉬고 내쉬는데도 물 한모금 마시는데도 모두를 차별없이 하느님 모시듯 대한다면 우리 모두는 자유롭고 행복하고 건강하며 행복하게 된다는말이되지요, 차별은 총칼보다 더 무서워질수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