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를 단절하고, 전단 살포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경고하는 등, 북한의 대남공세가 한창이다. 이번에 북한이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는 남한내의 탈북단체들이 전단을 통해서 북한 “최고 지도부의 존엄을 감히 모독하려 한다”는 북한의 반발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하지만, “절대적 위엄과 위대한 존엄”으로 통하는 김정은을 직접 공격한 것이 빌미를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달 살포에 항의하는 북한 고위당국자들의 강도 높은 성명들과 요란한 시민궐기대회들은 결국 지난 6월 13일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며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발표한 최후 통첩으로 귀결되었다.
김여정은 이번 전단사태를 계기로 자신이 북한 제 2인자의 실세임을 과시했다. 그녀의 경고속에는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 하다.”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사업 련관부서들에 다음 단계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쓸모없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것이다.” “다음 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
북한이 어떤 군사행동을 취할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대남심리전 총공세를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이제 남북관계는 다시 대결의 악순환에 돌입했다. 북한은 한국이 비핵화문제나 북미관계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한다.
여러 경로의 자료를 보면, 북한의 경제난은 코로나 전염병으로 더 어려워지고 있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재를 이겨내겠다는 자력갱생 노력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곤경속에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한과의 대결이 두 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나는 내부문제에 대한 관심을 외부로 분산시키고, 다른 하나는 지도부에 대한 인민들의 지지를 결속시킨다는 것이다.
대남성명 공세는 6월 4일 김여정의 첫번째 담화로 시작됐다. 개성공단의 완전한 철수, 남북연락사무소의 철폐, 그리고 남북군사합의의 폐기 등을 단계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6월 5일 통일전선부의 대변인의 성명은 김여정이 대남사업을 총괄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알리고, 그녀가 전날 “담화문에 지적한 내용들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 착수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지난 수십년간 남북간의 전단살포는 긴장완화나 평화정착의 방향과는 반대로 진행됐었다. 북한체제의 성격상, 북한지도부에 대한 직접적인 인신공격은 효과가 없다는 것도 입증된지 오래다. 북한은 지도자를 탈북자들이 “핵 미치광이” 나 “위선자” 라고 부른다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다.
북한의 핵심요원들은 누가 자신들의 지도자를 모독하려 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이럴 때 화를 내는 것이 지도부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는 탈북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여정은 김정은을 “조국의 상징, 위대한 존엄의 대표자, 절대적 권위자” 라고 표현한다. 북한의 매체들은 “최고 지도자의 존엄은 목슴을 걸고 지킨다”고 선전한다.
그동안 북한이 남븍관계 개선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한 사실에 불만과 실망이 컸다는 것은 이번 사태를 통해서 터져나온 북한의 성명들에서도 나타난다. 북한은 한국이 말만 하고, 실제로는 미국의 허락없이 아무 것도 못한다고 불평한다.
제재와 미국때문에 남북관계가 제약을 받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은 전단 살포 문제 제기 이전에, 이미 남북한 협력을 포기하는 태도를 여러번 보였다.
한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주권국가이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법치를 존중하는 민주국가에서는 법적근거가 없는 일을 할 수가 없다. 풀어야 할 남북간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북한의 정권붕괴를 목적으로 하는 어떠한 전단살포도 평화유지 노력에 도움보다 해가 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한반도의 현재 안보환경을 고려하면, 표현의 자유보다 생명의 안전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형편이다. 이 문제도 풀어야 한다.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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