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힘들어. 희망이 없어.” “3월 중순 이후 아파트 1층으로 우편물을 가지러 갈 수가 없어. 겁이 나.” “열이 있어서 밖에 나갈 수가 없었어. 그동안 친척들이 음식을 현관 문고리에 걸어주고 갔어.” “우리 가게 언제 문 열 수 있는지 좀 알려주세요.”…
이렇게 거의 석달간 우리는 정부의 행정명령대로 착실히 집에 머물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마스크와 세정제도 열심히 사용했다. 이제 봉쇄령이 완화되면서 단계적인 경제 재개가 시작되나 했는데 지난 5월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했다.
이에 인종차별을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기 시작됐고 일부 시위대가 방화와 기물파손, 약탈을 자행하면서 수많은 도시에 주 방위군이 배치되고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미국인 사망자가 10만명이 넘었고 실업자도 4,000만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보니 불안과 걱정, 실직에의 분노 등 화를 억누르고 있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 평화적 시위를 하지만 밤의 익명성 속에 유리창을 깨고 물품을 훔치고 닥치는 대로 두들겨 부수는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이 있다. 2일 CNN은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안티파(극좌단체)를 가장해 폭력을 선동했다고 보도했다.
걱정인 것은 시위대 중에는 무증상 감염자들도 많을 텐데 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위대에게 감염시킬 염려가 있는 것이다. 보건당국자들은 시위현장에 참여한 이들이 2~3주후 새로운 대규모 발병사태를 일으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안 그래도 자택대피령으로 인한 무력함, 불안감으로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갔다는 이들이 많다. 5월26일 연방통계국과 국립보건통계센터가 긴급 실시한 온라인 가계 동향에서 팬데믹 동안 우울감을 느끼는 미국인들이 두 배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 확산 진원지였던 뉴욕주는 응답자 37%가 불안감과 우울증을 나타냈다. 이번 폭력 시위를 지켜보는 미국인들의 우울증은 더욱 깊어질 것 같다.
한인사회에서도 코로나19로 사망한 한인 소식이 수시로 들리는 가운데 에스더 하 재단은 코로나 19 유가족 20가정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해주고 있다. 심리학자와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주정부의 핫라인과 연계해 무료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심리학 박사코스 중인 한 학생은 요즘 일주일에 14시간씩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아무도 못 들어오게 방문 앞에 ‘Stop‘ 사인을 붙이고 뮤직 머신을 틀어놓아 문밖에서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전화로 하다 보니 백인인지 흑인인지는 모르지만 코비드 환자, 코비드 환자인 남편 간호하느라 지친 아내,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싫다는 우울증 환자 등의 말을 두시간 이상 들어준다. 학생이다 보니 자살위험을 지닌 사람은 다른 전문 상담자와 연결해주기도 한다. 열심히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다보니 하하하 동시에 크게 웃으며 전화를 마무리한다.
코비드 시대에 강한 정신력을 키우자면 첫째 TV 뉴스시간을 대폭 줄여야한다. 코비드 관련 뉴스만 찾아서 보다가 절망, 공포가 더욱 커지고 불안증으로 잠을 며칠간 못자다보면 공황발작이 올 수도 있다. SNS 사용도 줄여야 한다. 이상한 음모론 같은 기사는 읽지 말고 울적한 내용의 파일은 열지말자.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마스크, 세정제 등을 준비하여 철저한 대비를 하면 걱정할 것이 없다. 지금 이 순간, 잘 먹고 잘 자고 걷기, 명상, 취미생활도 열심히 하자는 긍정적 마인드가 정신력을 키운다,
그래도 경찰을 보호하는 시위대, 시위대 앞에 무릎 꿇은 경찰, 약탈을 막으려 매장 앞에 선 시위대, 경찰과 시위대가 껴안고 기도하는 장면은 반인종차별에의 연대감을 줄 뿐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도 안정시킨다.
시민들뿐 아니라 공권력을 지닌 경찰, 군인, 모두에게 자신의 말을 들어줄 상담가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서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상담가가 되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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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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