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국 2체제’를 허용하는 홍콩에 대해서 국가보안법 제정을 확정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29일 홍콩에 대한 특혜조치를 취소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양대 강국인 중-미가 강도 높은 냉전의 시작을 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철수한다는 발표도 했다. 트럼프는 WHO가 중국 편을 들고,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관리에 무능하다고 불평했었다. 중국은 이와 같은 미국의 반중국 조치들이 역으로 미국에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태 진전은 세계적 전염병의 비극과 함께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사망사건으로 시작하여 미국 전역으로 번진 격렬한 시위들의 진행과 때를 같이 한다. 미국은 한때 월남의 늪에서 싸우면서, 국내에서 반전시위와 소수계의 민권행진이 지속되던 60년대 말 닉슨 시대의 재연을 보는 것 같다.
트럼프는 중국 때리기가 자신의 재선에 유리하다고 믿고 있고, 중국이 물러설 기세를 보이지 않는 한, 중미간의 갈등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기 전에는 완화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으로서는 중미간의 갈등심화를 보기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제 중미간의 쟁점은 최소 4가지에 이른다. 코로나19 전염병에 대한 책임, 무역문제, 중국의 공산당 체제, 그리고 홍콩문제까지 등장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이 4가지 문제들을 한꺼번에 동시에 공격하는 것은 중국의 약점의 핵심을 분산시켜, 전략상 공격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는 말을 심하게 하지만, 행동은 신중한 편이다. 미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미중 간의 새로운 냉전은 한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연 1,362억달러)이며, 미국은 그 다음으로 736억 달러의 수출시장으로, 방위조약 동맹국으로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제공하는 나라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금년에 조기 방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협력이 없으면, 한반도의 비핵화도 더 어려워진다.
지금까지 서울 정부는 중미 사이에서 한쪽 편에 분명히 서라는 압력을 저지한 사례들이 있다. 그러나 중미간의 경쟁이 격화될수록, 평행적 균형을 유지하는 곡예적 외교는 더 이상 해나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은 앞으로 사안에 따라 독자적인 입장을 선택할 수도 있다. 우선 9월로 연기된 G-7 회의에 한국이 참석할 것을 원하는 미국의 초청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아직도 한국의 최대 우려대상국이다. 평양은 서울이 지속적으로 제의하는 의료 및 경제협력 사업들을 모두 거절하고 있다. 한국이 5.24 조치(2010년 천안함 침몰 후에 가해진 제재조치들)의 실효적 시한이 지나갔다고 한 후에도 변동이 없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남한이 미국의 대북정책으로부터 완전히 결별하라는 것이다. 한국이 현 시점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5월 24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서방의 매체들은 그 회의가 북한의 핵 억제력 강화만을 결의한 것처럼 보도하는 경향을 노출했다. 서방의 보도들은 일제히 조선중앙통신이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되었다”고 보도한 부분을 강조했다.
북한의 통신에 따르면, 당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리병철을 중앙군사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보다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김정은이 북한 군대를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으며, 군의 사기를 올리면서 그들의 절대적 지지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군 총참모장인 박정천을 차수로 승진시키고, 동시에 수십 명의 장성급 진급 발령을 내렸다.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는 전략무기 증진을 언급하는 한편, 인사조치, 군부의 규율, 교육 훈련, 정치적 무장, 조직문제 등 군 내부 문제들을 다룬 것으로 평가된다.
현 시점에서,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하거나 개량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이 계속해서 핵무기고를 개발하고 재래식 화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각종 포화기를 실험 발사하는 것은 모두가 지켜보는 일이다.
북한이 전략적 억제력을 개발하는 이유가 생존이라는 주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런 주장은 언젠가 완전하고 포괄적인 비핵화 타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들의 다수는 한미동맹을 지지하고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환영한다. 그들은 현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원한다. 그러나 그들은 주한미군의 점진적 축소나 철수를 비핵화협상의 흥정대상으로 고려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지난 수십 년간,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의 처리문제는 공동방위조약의 당사자인 한미 양국이 결정해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괄목할 만한 북한의 위협축소가 있거나, 현재의 역내 세력 구도가 완전히 개편되기 전에는, 한국민들은 한미동맹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정세는 항상 변하게 마련이다.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모든 나라들은 그러기 때문에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동이익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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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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