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제한(Stay-at-home) 명령이 내려진 지 10주가 되었다. 방송에서는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삶의 변화들- 해고, 휴직, 휴교, 고립과 상실 등- 이 야기한 여러 정신/심리적 문제와 가족 간의 갈등 증폭 등의 우려를 계속 권고했지만 상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건 2-3주 전부터다. 처음 몇 주동안은 학교가 없으니 불안장애로 만나던 많은 청소년들은 ‘불안… 안녕!’ 할 만큼 좋아져서 격주로 체크인 하거나 상담을 종료했었다. 학교에서 매일 공황장애를 경험하던 백인 여중생은 학교가 쉰 이후 한번도 공황장애를 겪지 않았던 걸 보면 아이들에게 ‘학교와 성적’이 주는 스트레스 무게에 마음이 안쓰럽다.
그런데 지난 2-3주 전부터 예전 청소년 내담자들의 연락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격주로 만나던 경우도 매주로 빈도를 늘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개인, 또는 부부와 가족 상담 요청도 3주 전부터 급격히 늘어나 매주 2-3명의 새 내담자를 만났다. ‘이 것도 지나가리라’라는 희망으로 견디고 버텨 왔는데 두 달이 넘어가면서 몇 달 안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당황스러운 현실에 점점 지쳐가는 듯하다.
부부나 가족 상담의 경우, 직장이나 외부 활동 없이 가족들만 뭉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가족 간 대화가 는 것은 좋은데 언쟁이나 다툼으로 끝날 때가 많아진다며 대화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상담 요청이 제일 많다. 이런 경우 ‘이마고 (Imago) 관계 치료 대화법-반영하기, 인정하기, 공감하기-’를 통해서 부부 또는 부모자녀가 안전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택 격리 기간 동안 만나는 개인 상담의 경우에, 일반적인 고립감과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함 뿐 아니라 ‘무가치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칭찬받고 인정받는 모임이나 단체 활동(doing) - 봉사, 친목 또는 종교 단체, 직장, 학교, 동아리, 클럽, 운동 팀 등 -을 통해 ‘내가 가치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던 이들은, 요즘처럼 생산적인 일이나 학업이 없을 때에 내가 여전히 귀하고 소중한 존재(being)라는 자기가치감(self-worth)이 흔들리며 무위도식하는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낄 수 있다. 거기에다 친구들이 나만 빼고 연락하는 듯한 소외감, 가족들에게 순간 짜증과 신경질이 쏟아지며 느끼는 자괴감. 그러다 보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찌질하고 무능하게 느껴지는 경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지만 오래 머물러 있으면 스스로에게 독이 되고 해로운 감정들이니 빨리 알아차리고 벗어날 방도를 구해야 한다. 이런 감정에 압사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많아진 시간으로 인해 생각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생각이 많아지다 보면, 확인이 되지 않은 추측을 바탕으로 - 많은 경우 여성들이 - 머리 속에 소설을 쓰거나, 과거의 나쁜 기억이나 상처를 꺼내서 계속 곱씹기 십상이다. 사람의 뇌는 생존 본능때문에 부정적인 것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심지 않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숲 속의 사자를 만났던 경험을 기억하는 것과 반대 편에 자라는 아름다운 꽃을 기억하는 것, 어느 것이 생존을 위해 더 중요하겠는가?
칼럼에서 자주 말했듯 생각이 바뀌면 감정이 바뀐다.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하면 십중팔구 우울해지고 스스로가 초라하고 가치가 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때 몰려오는 부정적 감정의 쓰나미를 막아낼 천하장사는 없다. 감정을 알아차릴 때에 비로소 그 것을 멈출 수 있고 긍정적인 생각을 심을 수 있다.
과거에 내가 성취했던 것들을 돌아보라. 어려움과 맞서 싸워서 잘 이겨냈던 순간들, 칭찬받았던 기억들을 찾아내고 힘이 되고 긍정적인 셀프톡(self-talk)을 자주 먹여줘야 한다. 신앙인이라면 힘이 되는 말씀이나 경전에서 좋아하는 문구를 찾아서 계속 곱씹고, 내 편이 되어 날 지지해주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전문 상담사를 찾아가서 심리적 지지를 받는 것도 권한다.
MonicaLeeLp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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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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