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티야(tortilla)는 멕시코 음식 가운데 소프트 타코, 부리또, 화이타 그리고 엔칠라다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빵이다. 옥수수나 밀을 사용하는 이 빵을 만드는 비디오를 보았더니 1시간 정도 걸리는 듯했다. 그 중 약 40분 간은 크게 반죽해 놓은 후, 그리고 그 반죽을 빵 한 장에 필요한 규격으로 작게 만들어 놓은 후 그냥 놔두는 시간에 소요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빵을 프라이팬에 전혀 기름 사용 없이 구워 내는 데에는 한 쪽에 2분씩 해서 4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방법이 간단해 빵을 좋아하는 내가 만들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내가 최근 이 빵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보이게 된 이유는 ‘A Nation of Nations’ 라는 책 때문이다. 2015년에 출판된 이 책은 사실 오래 전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몇 년이 지났다. 저자인 Tom Gjelten 은 과거에 National Public Radio News에서 특파원으로 30년 간 일했다. 그가 책을 쓰기 위해 나를 인터뷰 하기도 했었다. 그 후 그를 오랫동안 다시 만나 보지 못했는 데 두 주 전에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 공공도서관에서 연락이 왔다. 저자와 대담을 가지려고 하는데 혹시 참여해 줄 수 있겠느냐는 문의였다. 기꺼이 그러겠노라 대답한 후, 다시 생각해 보니 이제는 그 책을 꼭 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책은 미국 이민사를 다루는데 페어팩스 카운티에 정착하게 된 여러 이민자 가족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맨 처음으로 소개되는 두 가족이 다름 아닌 마크 김 버지니아 주 하원의원과 그의 부인이다. 어떻게 미국에 오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마크 김 의원이 왜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지도 설명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책에는 마크 김 의원이 처음 선거에 출마했을 때 민주당 내의 경쟁자 중 하나였던 리비아 출신의 의사 이쌈 오메이쉬의 가족도 소개하고 있다. 그 가족도 내가 어느 정도 개인적으로 아는데 그 책에서는 내가 전혀 몰랐던 흥미로운 점들이 적혀 있었다. 그 중에는 틴에이저 때 이민 와 겪었던 일들을 포함해 무슬림 전통 아래에서 부인을 소개받아 사귀어 결혼하기까지 거쳤던 과정도 재미있게 묘사 되어 있다.
그러나 역시 나의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들어 놓았던 것은 남미의 이민자 가족들 이야기였다. 두 가정이 중점적으로 소개되는데 그 중 엘살바도르에서 이민 온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가 더 처절했다. 학교 공부 기회가 별로 없었던 이 여자는 13살에 첫 임신한다. 집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일하며 살다가 자기에게 잘 해주는 군인에게 의지하였는데 임신하게 된 것이다. 그 후 애를 고향의 부모에게 맡겨 놓은 채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한다. 그러다가 ‘코요테’ 라고 불리는 불법 이민 안내자에게 강간을 당해 또 임신한다. 그리고 결국 본국으로 추방되고 둘째를 낳는다. 그러나 엘살바도르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또 다시 미국 입국을 시도한다. 다행히 이번에는 바로 추방되지 않고 망명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워싱턴DC 지역의 한 친척이 스폰서가 되어 미국에 머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13살 위의 이 스폰서가 원했던 것은 결혼이었다. 다른 선택이 없어 결혼해 셋째를 낳았을 때가 겨우 17살. 그런데 이 어린 여자가 미국으로 불법 입국 시도를 하면서 오던 길에 돈이 떨어지면 만들어 팔던 게 ‘토르티야’ 였다고 한다.
지난 주 금요일에 저자와의 만남에서 나에게 발언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 때 내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책이 내가 처음 교육위원직을 시작했던 1995년에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내가 이 책이 나왔던 2015년에라도 바로 읽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는 좀 더 나은 교육위원이 되었을 것이다. 나도 가난한 이민자 1세대 가족에게서 태어나 자랐지만 이 책에 나오는 가족들 이야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카운티 중 하나인 페어팩스 카운티에도 이런 가정들이 많다는 것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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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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