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칼륨 배출능력 떨어져 부정맥 우려, 배·사과 등은 적게 먹으면 괜찮아
▶ 콩팥 기능 떨어져도 자각 어려워, 특별한 증상 없어도 정기 검진을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 콩팥병 환자는 무더위가 찾아오면 칼륨 배출 능력이 떨어져 제철 과일이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내리면서 제법 초여름 날씨다. 요즘과 같이 기온이 오를 때면 콩팥 기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급성 콩팥 손상이 생기기 쉽다. 또한 콩팥 기능이 상당히 떨어진 만성 콩팥병(만성 신부전) 환자는 수분과 전해질 배설 능력이 떨어져 좀 더 주의해야 한다.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건강한 사람도 견디기 힘든 여름철 더위는 콩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더 위협적”이라며 “과일이나 채소, 물이나 음료를 잘못 섭취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어떤 현상이 생기나.
“건강한 성인의 콩팥에서 하루에 120~180L의 혈액이 여과되지만 실제 배설되는 소변은 1.5~1.6L에 불과하다. 인체에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을 다시 흡수하고 일부만 소변으로 배설하기 때문이다. 혈장 노폐물이 소변으로 배설되는 정도인 ‘사구체 여과율’이 높을수록 콩팥 기능이 좋은 것이다.
그런데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사구체 여과율이 낮으면) 허약감과 피로감을 잘 느끼고, 집중력 저하와 졸림, 수면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입맛이 없고 구역ㆍ구토와 함께 숨을 쉴 때 불쾌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눈 주위, 얼굴, 발목 등이 붓기도 하고 소변을 자주 보거나 심하면 소변에 거품이 많이 나고 혈뇨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콩팥 기능이 크게 떨어져도 이런 증상을 발견하기 어렵다. 자각 증상이 생겨도 이미 병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콩팥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콩팥 기능은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로도 쉽게 알 수 있고, 국가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단백뇨 검사, 혈청 크레아티닌 및 추정 사구체 여과율 검사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덧붙여 기온이 올라가면 음식이나 수분 섭취 양상이 달라져 콩팥병을 가진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하루 평균 기온이 28.8도 기준으로 1도 상승할 때마다 급성 신부전으로 입원하는 사례가 23.3%씩 늘어난다고 한다.”
-콩팥 기능이 떨어졌을 때 방치하면.
“콩팥 기능이 3개월 이상 손상돼 있거나 기능 감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만성 신부전(만성 콩팥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성인 7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하다. 당뇨병(40~50% 정도)과 고혈압(30%), 사구체 신염 등이 주원인이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의 손상 정도와 기능 감소에 따라 1~5단계로 나눈다. 1~2단계(초기)는 만성 콩팥병 원인에 대한 치료가 중심이 된다. 당뇨병이 원인이라면 당뇨 조절, 고혈압이 원인이면 혈압 조절, 사구체 신염이 원인이면 면역약물 요법 치료로 조절한다. 3~4단계(중기)는 만성 콩팥병의 합병증 관리가 주요 치료법이다. 원인 질환의 치료와 함께 빈혈ㆍ뼈대사 질환ㆍ전해질 장애ㆍ산염기 장애ㆍ수분 조절 등을 관리한다. 5단계(말기)는 투석(透析)이나 콩팥 이식 등 신대체요법을 시작하는 단계다. 투석은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하는데 요즘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는 복막투석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만성 신부전 환자는 과일이 독이라는데.
“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는 땀으로 배설되는 칼륨을 보충할 수 있고 혈압 조절에도 도움이 되므로 일반인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 다만 칼륨을 올릴 수 있는 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콩팥 기능이 30% 이하로 떨어진 만성 콩팥병 4단계가 되면 칼륨 배출이 줄어 혈액 속 칼륨 농도가 올라갈 수 있다. 이를 ‘고칼륨혈증’이라 한다. 칼륨 수치가 높으면 심장 박동이 느려지거나 불규칙해 지는 부정맥(arrhythmia)이나 심장마비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칼륨 함유량이 높은 바나나와 망고 같은 열대 과일ㆍ수박ㆍ참외ㆍ토마토ㆍ시금치ㆍ감자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칼륨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복숭아ㆍ배ㆍ사과ㆍ포도ㆍ오이ㆍ당근ㆍ양파 등은 적게 먹으면 괜찮다. 칼륨은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채소를 미지근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그거나 살짝 데친 후 섭취하면 칼륨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콩팥 건강을 위해서 수분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을 적게 마시거나 너무 많이 마셔도 좋지 않다. 만성 콩팥병으로 투석하는 환자는 수분을 너무 많이 섭취해 체중이 증가하면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어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더운 날씨에 장시간 야외 활동을 한다면 체중이 감소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가볍게 활동한다면 갈증이 생길 때 섭취하는 정도도 가능하다. 보통 소변색이 짙어지면 물 섭취가 부족하다는 신호이므로 이때는 물을 충분히 마시면 좋다.”
-콩팥병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생활을 해야 하나.
“음식은 싱겁게 먹고 콩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단백질 과다 섭취는 줄여야 한다. 더욱이 만성 콩팥병 환자는 과도한 단백질 섭취로 인해 대사성 산증 및 요독증이 악화할 수 있다. 때문에 단백질 섭취를 적절히 조절한다면 투석 치료 및 콩팥 이식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단백질을 너무 적게 먹다 보면 영양 부족이 생길 수 있기에 양질의 단백질 식품(육류ㆍ생선ㆍ계란ㆍ두부ㆍ우유 등)을 매끼 조금씩 섭취하면 좋다.
칼륨이 적게 포함된 과일과 채소를 골라 먹는 법과 칼륨을 낮추는 조리법을 배워 실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담배는 반드시 끊고 과도한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콩팥 상태에 따라 수분을 적절히 섭취하는 한편,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주 3일 이상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규칙적인 운동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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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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