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 간 인류가 직면했던 어떤 어려움보다도 코로나는 인간들의 삶을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의 진짜 문제는 세상이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에 있습니다. 예수님 출생을 기준으로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누듯이, 아마도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나누어질 것입니다. 결코 코로나 이전 세상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견해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코로나 이후 세상을 어떻게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일까요.
1. 세계화의 종말이 가장 먼저 코로나의 희생양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 동안 세계화라는 명제는 마치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문처럼 신봉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앞에서 세계화라는 것이 얼마나 연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가 너무나 잔인하게 증명되었습니다. 자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던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동안 하나의 나라처럼 국경을 넘나들던 유럽도 각 나라들이 국경을 봉쇄하는 자국 중심주의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공으로 유럽 단일 공동체는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았음을 너무나 강렬하게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유럽 뿐 아닙니다. 크고 작은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국 우선주의를 합창했습니다. 이제 세계는 코로나 이전처럼 열려 있는 세계를 꿈꾸지 못할 것입니다. 각 나라가 깊이 고민해야 하는 까다로운 숙제를 받아든 것입니다.
2, 과학만능주의와 인간 우월감의 종말입니다. 그 동안 각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과학과 이성의 우월감은 우리들 실생활에까지 깊숙이 침투하여 마치 과학이 신의 경지에 다다른 것 같은 착각 속에 살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앞에서 과학 발전의 한계를 초라하게 목격해야 했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지혜, 용기, 통찰력, 판단력 같은 모든 내적인 지적능력까지도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달나라에 로켓이 도착한지 벌써 50년이나 지났고, 손을 안 되도 굴러가는 자동차를 만들며, 컴퓨터와 과학의 발달로 인간 지성이 우상처럼 떠받들어 지는 이 시대에, 현미경으로 봐야 겨우 보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하나 해결하지 못해 쩔쩔매는 세계적 팬데믹 앞에서 정말 그동안의 모든 화려한 과학적 업적과 영광들이 하나의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세계는 마비가 되고 인간들의 삶은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그동안 추구했던 세계화는 무슨 의미가 있고, 첨단과학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 하나, 인간은 어디까지나 피조물고 하나님은 역시 창조주시라는 사실입니다. 인류가 이룩한 모든 문명을 다 동원해도 바이러스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면서 우리는 그동안 허무의 바벨탑을 쌓아올리며 스스로 속고 있었구나 하는 뼈아픈 반성을 하게 됩니다.
3. 다문화 사회에서 인종차별 강화는 이후 심각한 문제를 계속 양산할 것입니다. 지금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하고 욕설을 먹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나치 독일 치하에서 고통 받던 유대인들을 보는 심정입니다. 중국에서는 아프리칸들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다문화 사회가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각 나라마다 타민족에 대한 차별이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는 것은 코로나가 남긴 뼈아픈 후유증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원초적인 공포심에서 시작된 ‘인종포비아’는 해결할 뾰족한 방안도 없다는 것이 더욱 문제입니다.
그 외에도 계층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너무 고가여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에 덧붙여 신앙생활의 격변이 예상됩니다. 신앙공동체가 함께 모이지 않고도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해본 세대들은 이후에 신앙 패턴에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코로나 이후의 숙제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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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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