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이십여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환갑 잔치를 성대하게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지금은 60세 생일은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르는 것이 대세라고 한다. 예전에는 평균 수명이 워낙 짧아 60세까지만 살아도 ‘장수한 노인’이라 생각하기에 무리가 없었고, 환갑(60세 생일) 파티는 충분히 주변 친지들에게 축하를 받을 만한 사건으로 여겨졌던 것이리라.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일반인들의 평균수명이 83세를 훌쩍 넘어가는 시작한 지금, 더 이상 60세란 나이는 ‘장수’했다고 보기에도, 혹은 노인에 들어섰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노화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몇 년 전 미국의 듀크대 의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영국의 킹스칼리지, 이스라엘 헤브루대, 뉴질랜드 오타고대 등의 국제 공동연구진은 사람의 노화가 26세부터 시작된다 라고 발표했다. 이는 노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여러가지 신체기능이 전체적으로 더 이상은 좋아지질 않고 악화되기 시작하는 시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의학에서는 노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약 50세 전후로 보는데, 이는 인체의 여러가지 기능들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인 정(精), 기(氣), 신(神), 혈(血)이라는 구성요소들의 부족함이 현저하게 나타나는 시기를 노화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이다.
즉 현대의학에서는 신체기능 그래프가 정점을 지나 하락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하는 시점을 노화의 시작으로 보았고, 한의학에서는 신체기능 그래프가 하락하는 각도가 급격하게 꺽여지는 시점을 노화의 시작으로 본 것이다.
사실, 노화의 시작이 정확히 어디쯤 인가 보다 논쟁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일단 노화가 시작되면 우리의 몸은 질병에 대한 대처능력과 질병상태로부터의 회복능력이 함께 저하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생기는 몸의 변화들
그럼 한의학에서 노화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정.기.신.혈의 부족은 대체 어떤 신체상태를 의미할까?
먼저, 정, 기, 신, 혈 중 ‘정’은 신장의 정액, 뇌와 척수를 흐르는 척수액, 뼈속의 수액등 인체를 이루는 가장 기본이 되는 미세물질로서, 이 물질들이 부족하면 생식능력이 저하된다. 그리고 ‘기’는 생명활동을 주관하는 무형의 근원적 에너지로, 이 ‘기’가 부족해지면 우리 몸에서는 활력이 떨어지면서 자꾸만 피로해진다. 또, ‘신’은 기에서 비롯된 정신을 일컫는데 이 ‘신’이 쇠약해지면 인지기능 저하와 정신질환, 또 치매와 같은 상태를 유발한다. 마지막으로 ‘혈’은 기의 작용에 의해 인체를 돌아다니며 영양분을 공급하는 유형의 물질인데 주로 음식물에서 얻어진다. 우리 몸에서 혈이 부족하면 당장 신체적인 조직에 영양분이 공급이 되지 않아 생리적인 기능의 저하가 나타난다.
어떻게 노화를 늦추고 젊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정, 기, 신이 부족해지지 않게하고 혈을 원할히 공급하면 노화 자체는 막을 수 없다해도, 이러한 각종 노화 현상은 충분히 늦추거나 억제할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장수를 위한 양생법과 섭생법을 만들어 매일 실천하고, 침으로 넘치고 부족하고 막힌 기운을 조절하고 뜸과 보약으로 부족해진 부분을 보강하는 치료법을 통해 정, 기, 신, 혈의 누수를 방지하여 노화를 억제해온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사상체질의학에서는 이런 일반적인 건강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각 개인의 체질에 따라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늦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따로 존재한다고 보았다.
체질에 따라 효과적으로 노화를 억제하려면
예컨대 태음인은 심리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미지의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경향이 있고, 육체적으로는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많이 먹는 경향이 있어 비만이나 고혈압 등의 성인병에 유난히 취약하다. 그러므로 태음인은 욕심을 내는 것을 경계하여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방법이 된다.
그런가 하면 소음인은 쉽게 불안해하는 심리적인 기질이 있는데 소화기 기능에 많은 부담을 준다. 그래서 소음인은 늘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고 매일 먹는 음식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만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또 태양인이나 소양인 등 열성이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기운이 주로 위쪽으로 몰리기 때문에 하체는 허한 상태가 되기 쉽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기운의 편향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쉽게 흥분하게 된다. 그래서 음식을 섭취할 때는 흥분시키고 기운이 나게 해주는 음식들 보다는 몸과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것들을 섭취하는 것이 오히려 나이가 들어가며 더욱 필요해진다.
이렇듯,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특별한 건강식이나 보약보다, 각각의 체질이나 처한 환경에 따라 부족하기 쉬운 것은 늘리고, 넘치는 것은 줄이는 절제와 중용의 도가 몸과 마음의 노화를 막는 더욱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원리이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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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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