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1950년대 미국을 ‘대압축(Great Compression)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 시기는 근대 미국역사에서 계층 간의 격차가 가장 적었던 때였다. 당시 미국의 육체노동자들은 대졸 학력자 못지않은 대우를 받았다. 성실히 땀 흘려 일하기만 하면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할 일은 없었다. 물론 그들의 사회적 지위도 지금보다는 훨씬 높았다. 전후 제조업 붐이 한 몫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노조의 활성화였다.
1950년대 미국 근로자들의 노조가입률은 35%에 달했다. 강력한 노조는 고용주들을 상대로 근로자들의 권익을 지켜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시 많은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노조 가입을 막으려고 자발적으로 임금인상을 실천했다. 그러면서 아주 두꺼운 중산층이 형성됐다. 이 시기부터 1980년까지 미국 자본주의는 황금기를 누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제적 환경이 바뀌면서 노조의 힘은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 사조가 휩쓸면서 경제는 ‘시장’이라는 이름 아래 성장지상주의와 경쟁만능주의를 추구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힘을 가진 소수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권정치’가 미국사회를 지배했다. 노조는 갈수록 설자리를 잃으면서 무력화됐다.
지난해 미국 근로자들의 노조가입률은 11%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1950년대에 비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노동운동에 가장 우호적이라고 하는 캘리포니아도 16.5%에 불과하다. 그나마 공공부문을 포함해서 이 정도지 민간부문 노조 가입률만 보면 한자리 수에 지나지 않는다.
1950년대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노조 가입률과 노동계층 소득 사이의 상관관계는 아주 뚜렷하다. 과거와 비교할 필요도 없이 현재의 상황만 살펴봐도 그렇다. 지난해 미국의 노조가입 근로자들과 비노조 근로자들의 소득을 비교해 본 결과 비노조 근로자의 수입은 노조 근로자들의 81%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근로자와 봉급생활자를 모두 포함해 조사해보니 노조가입 근로자들이 1주일에 버는 중간소득은 1,095달러였던 반면 비노조 근로자 중간소득은 892달러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약한 상황에 처해있는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이 탄력을 얻고 있다고 최근 LA 타임스가 보도했다. 방역과 치료 일선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간호사들과 코로나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온 마켓과 요식업소 근로자들이 안전보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며 조직화된 쟁의를 벌여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노조가 있다. 산업별 노조들은 멤버들뿐 아니라 비노조 업체 근로자들을 돕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지원활동은 상당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근로자들은 조직화된 행동을 통해 이전 같으면 해고가 두려워 꺼내기 힘들었을 요구들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팬데믹을 통해 근로자들이 깨어나고 있으며 노조의 힘을 실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노조 효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행동과 인식의 변화와 관련해 효능감은 그 어떤 논리나 설득보다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요소다. 미국 못지않게 팬데믹 타격을 받고 있는 유럽에서 국민들에게 미치는 경제적 충격이 가장 적은 나라들은 예외 없이 노조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가 대표적이다.
80% 이상의 덴마크의 근로자들은 노사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고 있다. 아주 강력한 노사정 합의를 통해 근로자들은 기본적 생존권을 완벽히 보장받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로 기업의 감원 필요성이 생길 경우 정부가 임금의 90%를 보전해주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실직의 공포 없이 일할 수 있다.
미국 근로자들에게는 그저 꿈같은 얘기겠지만 그런 이상을 향해 생각하고 행동하며 조금씩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코로나19는 일깨워주고 있다. 이번 바이러스 재난이 향후 근로자 안전과 임금, 그리고 베네핏 등 광범한 노동 이슈들이 공론화되고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노동계의 기대처럼 코로나19로 인해 확산되고 있는 행동주의가 노조가입률 상승과 새로운 노동운동 시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취약한 처지의 근로자들은 연대 없이 자신들의 생존을 기약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이런 각성이 코로나19 이후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확산될지 지켜볼 일이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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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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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신자유주의와 시장주의가 미국을 휩쓰면서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고 시장논리에 지배당하며 인간이 한낱 부속품이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한국 못지않은 과잉 교육열이 자본과 합하여 개천에서 용나기 힘들게 되고 경제적 약자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조윤성님의 글에 동감합니다. 1970-80년대때는 직업에 귀천이 별로 없었고 대학교 안나와도 대졸이나 고졸 돈 버는거 별로 크게 차이 안났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그저 성실히 일만 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 없었죠. 그 당시엔 노조가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 시대때는 그 역할을 해내리라고는 장담 못할것같습니다. 인공지능 로보트와 전자 자동화로 인해 노동자들이 설 자리는 노조가 있건 없건 점점 없어질것이기때문이죠.
공생공조, 주고받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뽕따고 임도보고, 퀑먹고 알먹고, 마당썰고 돈줍는, 도랑치우고 메기잡는, 일거양득, 시람사는 순리 자연적인 원리인데도 권력이든 돈이든 있는자들의 횡포에 정치인들의 돈 때문에 있는자 주는자들 편들어주는 영혼이 혼탁해진 정신 맘보따리가 썩어빠진 정치인들의 문제인것 같다는 생각이군요. 그래서 어려움을겪는이들이 트럼프를보냇는데 이느미 더 미처 날뛰니 결국 하늘을 원망해야하나 미국은 지는해가 되어가는게 자연의 순리로 받아주어야 하는가 큰 걱정이되는군요.